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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이재명 뒷담화’ 회견 후폭풍…진화는 커녕 강성 친명들과 ‘전면전’ 양상

데일리안 조회수  

‘李 비난 전언’ 수습 시도하며 내부저격

강성 친명 최고위원 후보들 격앙하며

“진짜 이재명팔이 하는 자 누구냐”

김민석·김병주 후보 기자회견 예고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와 친명계 후보들 사이에 전면전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정 후보가 ‘명픽(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픽)’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에게 밀려 경선 누적 득표 순위가 밀려나고, ‘이재명에 격앙’ 발언 전언(傳言) 논란에까지 휘말린 상황에서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심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라고 돌연 타깃을 전환하면서다.

이면에는 ‘순위 하락에 대한 반전의 계기 마련’이란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모호한 해명과 아울러 내부로 총구를 돌리면서 ‘동지들을 악마화한다’는 평가 등 큰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른바 ‘이재명 뒷담화’ 논란을 진화하긴커녕 이재명 체제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게 당내 주류의 시각이다.

정봉주 후보는 12일 “이재명팔이를 하며 실세 놀이를 하는 무리들을 뿌리 뽑겠다”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자 당내외 강성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은 정 후보를 조준해 ‘당을 분열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격앙된 메시지로 맞받았다.

이날 정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들 중에 이재명팔이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라고 묻는 취재진 질의에는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은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최고위원들 간 갈등이 있느냐”라고 되묻는 등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선 정 후보가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몰아가는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로 강선우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억강부약 대동세상, 이재명의 기본사회, 이재명의 먹사니즘”이라고 열거하면서 “참 많이 팔았다. (나는) 더 팔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병주 후보는 “앞과 뒤가 다른 자, 오로지 이재명 대표 공격에만 몰두하는 자, 이런 자들이야말로 진짜 ‘이재명 대표를 파는 자’ 아니냐”라며 “정치인은 국민과 당원과의 신뢰가 깨지는 순간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고 적었다.

한준호 후보도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며 “‘이재명팔이’ 누가 하고 있느냐”라고 정 후보를 조준했다.

친명 원외 조직으로 출발, 22대 총선을 거치며 당내 최대 계파가 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이자 이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지호 전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도 “원래 장수를 치기 전에 말부터 베는 것이다. 당원대회가 동지들을 악마화하는 장으로 혼탁해져 유감”이라며 “누구를 친명팔이로 악마화해서 공격하고 매장할지 모르겠으나 나부터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들이 모인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견 직후 올라온 ‘긴급공지’ 글에서는 “운영진은 지금까지 모든 최고위원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를 금지했었고 지난 8일 즈음 불거진 특정 사안에 대해서도 제3자의 발언으로 인한 것이기에 그 진위 여부를 두고 기존대로 규정을 이어나갔었지만, 특정 최고위원 후보에 한해 비판을 전면 허용한다”라고 알렸다.

공지글에서 언급된 ‘8일에 불거진 특정 사안’이란 정 후보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후보를 비난했다는 ‘전언 논란’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일 SBS 라디오 정치쇼 ‘본방불가’ 유튜브 방송에서 정봉주 후보를 가리켜 “당원들에게 강하게 호소도 했는데 그보다 본인은 훨씬 더 격앙돼 있다. 지금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대해 상당히 열이 받아 있다”라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정 후보가 ‘다섯 명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조금의 비판도 못 참는다. 행정가 출신이라서 그렇다. 제왕적인 권한을 행사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며 “최고위에 두세 명 자기 사람 넣어서 소꿉놀이 하면 또 (대선에서) 진다. 대통령이 못된다. 이런 얘기가 (정 후보가 비공식 석상에서 했다고)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명 강성 지지자들은 정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 후보를 비난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사적인 대화이다보니 본의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그 이후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과는) 연락을 안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귀여워 죽겠다’ 하면 ‘귀엽다’는 거지 ‘죽인단’ 것이 아니다. 사적 대화이다보니 진의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봉주 후보와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김민석 후보와 김병주 후보는 13일 나란히 현안 관련 기자회견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들이 정 후보의 ‘명심팔이 척결’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추가로 내고 이재명 체제를 결사옹위하는 목소리를 높인다면, 이번 사안의 후폭풍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민형배·이언주 최고위원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지난 4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당내외에서는 정 후보가 현재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누적 득표율 2위이고, 이제 단 한 곳(서울)의 지역 순회 경선만이 남은 점을 들어 그가 어쨌든 최고위원으로는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 후보의 갑작스런 ‘반명(반이재명)’ 스탠스가 아직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각 지역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온라인 ARS투표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등장했다. ‘명심 일변도’인 전당대회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에 아직 투표장에 나서지 않은 비명(비이재명) 성향의 표를 흡수해 결국 수석최고위원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함께 ‘이재명 2기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의 잡음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후보의 기자회견은) 그 정도로 이제 자기는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일극 체제에서 다른 목소리가 필요는 하지만 그것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90%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라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정봉주 후보의 팬덤도 있다. 정 후보도 만만치 않은데,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과 정봉주 후보의 지지층이 부딪히면 (2기 지도부 체제에서) 시끄럽게 (팬덤 간) 서로 공격을 하고 이럴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후보와 정봉주 후보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는 무려 17년 전인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 후보는 2007년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고, 이재명 후보는 정동영 후보 캠프에 속해 있었다. 경선 도중 이른바 ‘박스떼기’ 등 조직 선거 논란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캠프 간의 폭행과 막말 공방까지 비화됐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거친 설전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앞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러닝메이트 격인 김민석 후보의 초반 고전 상황과 관련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나는 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하며 ‘직접 지원’ 개입 논란을 빚었다.

해당 발언 이후 열린 순회 경선들에선 김민석 후보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역으로 ‘원외 돌풍’을 일으키던 정봉주 후보의 기세는 꺾였다. 17곳 중 16곳의 지역 순회 경선을 마친 이날 기준 최고위원 후보별 경선 누적득표율(지역별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 합산)은 김민석 후보 18.03%, 정봉주 후보 15.63%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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