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주요 인사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 선언’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12일 행사 불참을 예고한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참석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를 거절하며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 관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마녀사냥”이라며 자진 사퇴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이 회장에게 전화 통화로 ‘건국절 지정을 추진하지 않겠으니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구 광복회관에서 이 회장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임명하자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임명해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며 오는 15일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은 지난주 건국절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이날도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행사 참석을 거듭 요청한 것이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인사를 철회해야 광복절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우 의장에게 이 문제의 발단은 잘못된 독립기념관장 선출 방식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이번 인사는 독립운동 단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최초로 인사를 하는 일인 만큼 중요한데, 그 최초의 인사가 이상한 작용에 의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건국절 (제정)을 안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공표해주고 잘못된 인사를 철회해 줘야 한다. 그럼 분위기가 가라앉고 ‘정부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행사에) 나가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후보 심사 과정에 참여한 오영섭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 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회장 외에 주요 인사들도 잇달아 광복절 행사 불참을 예고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는 정부 행사 대신 별도로 기념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우 의장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경축식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 관장은 이날 오후 용산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복회와 야당 등이 자신을 ‘뉴라이트 인사’로 규정한 데 대해 반박하며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복회가 나를 (뉴라이트로) 매도한다.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부당하게 비방하는 것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 인사’ 논란에 불을 지폈던 ‘건국절 제정 추진’에 대해선 “(건국절 제정에)역사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사퇴 의사는 없다”고 일축한 뒤, “앞으로 관장으로 재임하는 기간에 독립정신을 널리 선양하는 일과 이를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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