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이케아 기흥점. 직원 전용 창고 공간에 들어서자, 기계음이 들려왔다. 각자 해당하는 숫자를 붙인 26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창고를 오가며 물건을 운반했다. 크기도 성능도 다른 제품들이 온라인 주문 택배 배송을 위해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같이 생긴 포장대를 통과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약 169억원(1400만 유로)을 투자해 기흥점 내 1000㎡(400평) 공간을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단장했다. 매장 방문객이 제품을 수령하는 창고 구역을 일부 바꾼 것이다. 자동화는 전 세계에서 크로아티아와 일본 매장에 이어 세 번째다.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이용이 줄고 온라인 구매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가구 업계에서 외부 풀필먼트 센터가 아닌 매장 안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이케아가 처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가구를 제외한 인테리어 소품 등 약 4000개 제품의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
로봇이 창고를 돌아다니며 빈(컨테이너)에서 작업대(포트)까지 제품을 운반한다. 작업자가 상품을 포장 시스템에 올리면 3차원(3D) 스캐너가 제품의 형태를 측정하고 골판지를 필요한 크기만큼 상자를 만든다. 3D 스캐너는 한국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제품 형태에 맞춰 재단해 과대 포장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연을 진행한 이날 현장에서는 1분 만에 6건의 포장이 이뤄졌다. 소품별로 크기와 형태가 달랐지만, 자동화 포장 시스템이 규격에 맞춰 상자를 만들고, 봉인부터 송장까지 책임져 순식간에 출고를 마쳤다.
이케아코리아는 시간당 300개 이상의 상자를 포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흥점에서만 일평균 2000건의 택배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지금보다 1.5배 많은 택배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향후 총 6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케아코리아는 보고 있다. 직원이 직접 매장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수령했을 때보다 업무 효율성은 약 8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케아코리아는 기흥점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광명점 등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 채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코리아가 기흥점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한 건 온라인 배송 주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송 이용 비중은 작년 기준 39%까지 높아졌다.
수엣 완 이케아 코리아 컨트리 커스터머 풀필먼트 매니저는 “온라인 주문이 증가해 효율적인 배송을 고민하게 됐다”며 “외부에 창고나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것보다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흥점은 홈퍼니싱 액세서리 제품군에만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광명점에서는 중소형 가구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화를 통해 현재 39%인 배송 비중을 5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출점을 소극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 접점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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