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0억원 투자 ‘대규모’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 선정
SMR 실증 위한 가상원자로 플랫폼 구축 및 SMR 자율운전이 목표
슈퍼컴 6호기 ‘필수’…GPU 가격 상승 등 도입 시기 불투명
“2026년까지 가상원자로 플랫폼 초기 버전을 개발하고, 2031년엔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상원자로 상용화 제품을 내놓는 게 목표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약 5000억 규모 ‘글로벌톱(TOP) 전략연구단'(전략연구단)으로 최종 선정된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개발사업단’의 구체적인 R&D(연구·개발) 계획이 공개됐다. 전략연구단을 이끄는 조윤제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디지털원자로AI(인공지능)연구센터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1회 원자력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센터장이 이끄는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개발사업단은 약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6월 초 최종 선정됐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으로 총예산은 1025억원이다. 올해 예산은 205억원으로 전체 선정된 연구단 중 이차전지 연구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조 센터장은 “가상원자로 플랫폼은 ‘차세대 원자로’로 불리는 SMR 기술 실증을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했다. SMR은 대형원전 대비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이는 한편 복잡한 원전 구동장치를 원자로 하나에 넣은 소형 원자로다. 기존 원전 대비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전략연구단 사업을 통해 개발할 가상원자로 플랫폼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빠르고 정확하게 SMR의 성능을 검증하는 게 목표다. 슈퍼컴퓨터(슈퍼컴)를 기반으로 3차원 정밀 모델을 구축해 SMR의 유형별로 최적화한 실증 결과를 내놓는다.
가상원자로는 디지털트윈과 다른 개념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똑같은 모델을 가상 세계에 구축하는 기술을 말한다. 조 센터장은 “가상 세계에 만든 1차원 간이 모델을 통해 현장 데이터의 오차를 보정하는 등 원전 유지·보수의 측면을 강조하는 게 디지털트윈이라면, 가상원자로는 AI 고속 해석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해 현장 데이터를 동기화할 필요가 없다”며 “유지·보수가 아닌, 설계 첫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난제를 예측해 해결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설계 검증 기술을 넘어 ‘원전 자율 운전’까지 넘보고 있다. 지능형 고속 예측이 가능한 원전이 구현되면 적은 수의 운전원만으로 여러 개 원전 유닛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또 전력 수요의 변화에 따라 원전 스스로 전력 생산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조 센터장은 “태양광 발전이 끝나는 일몰 시각 무렵 갑자기 전력이 과부하 되는 일명 ‘덕 커브 현상’ 등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자율 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기능 AI를 접목하는 만큼 난관도 예견된다. 우선 이 모든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인 슈퍼컴이 구축돼야 한다. 이는 연구단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언제 슈퍼컴 6호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KISTI는 올 연말까지 슈퍼컴 6호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GPU(그래픽처리장치)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등의 요인에 의해 단가가 예산을 훌쩍 넘어섰다. 그 결과 세 차례 사업자 입찰에 실패했다.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이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 슈퍼컴 성능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2023년 성능 기준 세계 49위를 기록했던 누리온은 올해 5월 실시한 슈퍼컴 경쟁력 순위에서 26계단 떨어진 75위에 머물렀다. 조 센터장은 “연구 계획은 슈퍼컴 6호기를 도입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호기 도입 전까지) KISTI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 5호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자체 고성능컴퓨팅(HPC)을 구축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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