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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3월부터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하자 시민단체는 물론 이커머스 업계까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통 분야에 마이데이터 제도가 도입될 경우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악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마이데이터 제도는 개인의 동의 하에 데이터를 개방·활용하는 것으로 2020년 금융 분야에 처음 도입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 마이데이터 제도를 의료, 통신, 유통 분야로 확대 시행하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시행 때와 달리 이번엔 시민단체와 기업이 모두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유통 분야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데이터와 달리 유통 데이터는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정보”라며 “해당 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한다고 할 때 어떤 공익적 이익을 가져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에는 이커머스(쇼핑몰)의 주문, 구매, 지불정보 등 개인의 취향·성향과 관련된 정보들이 포함된다.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도 “취미, 콘텐츠, 성인용품 구매내역, 속옷취향 등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국내외 수많은 업체들에게 전송될 수 있다”며 “개보위가 개인정보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형 이커머스부터 스타트업까지 “영업비밀만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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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데이터를 활용할 기업들이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은 영업기밀 유출로 인한 후발주자들의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한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기업이 쌓아온 큐레이션, 마케팅, 프로모션 전략 등 영업기밀이 다른 기업에게 이전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벤처·스타트업들도 반대 목소리를 낸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마이데이터 전송·관리 과정에서 비용만 소모될거라는 지적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전송의무기업 650여곳은 2023년 총 99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가져온다해도 분석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돼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선 활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개정안은 유통분야 마이데이터 사업 대상에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만 포함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마이데이터 전송의무자에 전통적인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업자는 제외한 채 C커머스의 공습으로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는 온라인 유통사업자에게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벤처기업협회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벤처단체들은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수십억, 수백억원의 직간접 비용이 소요된다”며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핵심 데이터를 받아오는 통로로만 활용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C커머스에만 시장 문 열어주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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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업계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알리익스플레스·테무·쉬인 등 C커머스를 비롯해 해외 이커머스의 시장 진입 속도만 높여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 대상은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중 연매출 150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관리 회원수 100만명 이상인 기업이다. 개보위는 심의를 거쳐 이들 중 실제 사업대상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알·테·쉬 등 C커머스 기업들도 자격을 충족해 후보에는 오른 상태다.
이 같은 우려가 국회에서도 제기되자 개보위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에게 “엄격한 현장실사로 (사업대상의) 요건을 확인할 예정으로 해외기업이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아 정보를 수신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계 부처, 기업 및 전문가 등과 충분히 소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C커머스 기업들이 직접 데이터를 받지 못한다 해도 협력할만한 제3자를 내세워 데이터를 수집하기만 하고 제공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C커머스들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시장 선두주자들의 영업노하우를 캐치하고 자본력을 토대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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