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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열전]④ 콩국수 vs 팥빙수, 여름철 별미 곡물 ‘콩·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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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콩국수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콩국수. /뉴스1
서울의 한 콩국수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콩국수. /뉴스1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차는 뜨거운 여름 점심, 따뜻한 밥보다는 시원한 콩국수가 생각난다.

콩을 삶은 뒤 믹서기에 갈아 만드는 콩물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소면이나 중면을 삶은 뒤, 시원한 콩물에 담아내면 정갈한 콩국수가 뚝딱 만들어진다. 서울에선 소금으로 간하고, 호남에선 설탕으로 단맛을 낸다. MZ세대는 설탕 한 스푼, 소금 반 스푼으로 ‘단짠단짠’으로 먹는다고 한다. 흰콩의 맛이 비릿하다고 느껴지면 검은콩(서리태)으로 콩물을 내면 된다.

콩국수로 배를 채우고 나면, 간식이 생각난다. 여름엔 팥빙수만 한 게 없다.

팥은 하루 정도 불려두면 무게가 3배 가까이 늘어난다. 불린 팥을 물에 넣고 자작자작 끓인다. 팥이 익기 시작하면 설탕과 소금을 넣고 졸인다. 말랑말랑한 팥앙금이 나온다. 얼음을 갈아낸 빙수나 우유를 얼린 뒤 갈아낸 우유 빙수에 연유를 넣고 팥앙금을 얹으면 달콤한 팥빙수가 완성된다. 떡이나 후르츠칵테일을 더해도 좋다. 팥은 차가운 성질의 곡물로, 열을 내리고 수분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여름철 간식으로 팥이 좋은 이유이다.

◇ 친근한 콩·팥… 국내 수요 80% 수입 의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콩과 팥은 우리의 일상과 매우 가까운 곡물이다. 장기 중 하나인 ‘신장’도 ‘모양은 콩 같고, 색깔은 팥 같다’하여 우리말로 ‘콩팥’이라고 부른다.

콩과 팥은 한자로 모두 ‘콩 두(豆)’가 붙는다. 콩은 대두(大豆), 팥은 소두(小豆)이다. 형·동생 하는 사이인 셈이다.

콩은 중국에서 4000년 전부터 재배됐고, 삼국시대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팥은 중국과 일본, 한반도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됐다고 한다. 붉은색을 내는 팥은 액운을 쫓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동짓날엔 팥죽을 쑤고, 잔칫상엔 팥시루떡을 올리는 풍습이 있다.

이처럼 가까운 콩과 팥이지만, 국내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콩의 식량자급률은 2022년 기준 28.2%, 팥의 자급률은 2019년 기준 21% 수준이다.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최근 쌀 재배 면적 감소와 함께 전략작물인 콩과 기타작물의 재배를 늘리고 있어 자급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 소재 제과점 성심당이 출시한 ‘전설의 팥빙수’. /성심당 제공
대전 소재 제과점 성심당이 출시한 ‘전설의 팥빙수’. /성심당 제공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산 콩 재배면적은 7만ha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정부가 쌀 재배를 줄이고, 전략 작물 재배를 늘리는 ‘전략작물 육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논콩’(논에서 키우는 콩)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34% 늘었다. 밭콩 재배 면적까지 합산하면, 전년보다 재배 면적이 7%가량 늘었을 것이라고 농경연은 전망했다.

팥 재배면적은 콩 재배면적의 5% 정도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국내 농가의 팥 재배면적은 3834ha에 그쳤다. 팥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입량이 늘고 있지만, 국내 생산량이 늘면 국산 팥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농가에서 재배를 많이 늘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팥 재배에 유리한 지역이 변화하는 것도 재배면적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된다. 팥은 그동안 호남 지역에서 많이 재배했으나, 최근에는 강원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영광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설명했다.

◇ ‘대원콩’ 개선한 선풍, 대찬 이어 ‘선유2호’까지 내놔

쌀에 비해 단가가 좋은 콩과 팥은 농가 수입에 중요한 작물이다. 이 때문에 농진청에서는 다수확성, 내병성이 좋은 품종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농촌 고령화 상황을 고려해 기계수확이 수월한 품종으로 개량하는 것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대표적인 콩으로는 선풍과 대찬이 꼽힌다. 현재 농진청은 정부보급체계를 통해 농가에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장류나 두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립 특성의 품종이다.

선풍은 기존에 가장 많이 재배하던 ‘대원콩’보다 알맹이가 굵다. 수량성은 10a(아르, 1000㎡)당 340㎏으로 대원콩보다 21% 높다. 성숙기에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아 수확성도 좋다. 농업계에서는 이를 ‘내탈립성이 좋다’고 말한다. 꼬투리가 터지면 수확 전에 알맹이가 콩껍질에서 빠져나오는 문제가 생긴다. 첫 꼬투리가 달리는 높이도 지표면에서 18㎝ 위로 상대적으로 높아 기계 수확이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선풍은 밀식 재배(재배밀도가 높은 것)를 하거나, 일찍 파종하면 쓰러짐이 발생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에서 개량한 국산 콩 품종과 콩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윤희훈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에서 개량한 국산 콩 품종과 콩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윤희훈 기자

대찬은 선풍보다 수확성이 약간 떨어진다. 10a당 330㎏을 수확할 수 있다. 선풍보다는 수확량이 적지만, 대원콩과 비교하면 16%가량 더 많다. 대찬은 수확량보다는 식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발효물의 품질도 우수해 양질의 장류나 두유, 두부 원료로 선호된다.

가장 최근에 개량한 품종으로는 ‘선유2호’가 있다. 선풍’보다 생육기간이 16일 짧은 중생종이다. 수확량도 10a당 334㎏으로 높다. 다만, 키가 작아 꼬투리 달리는 지점이 낮아 기존 품종처럼 심으면 기계 수확할 때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강범규 농진청 식량원 농업연구사는 “선유2호를 심을 때 기존 재배 방식보다 밀도를 1.5배 높이면 키가 커져 꼬투리가 달리는 높이가 높아지고, 생산량도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8월에 곰팡이병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파종 전 종자를 철저히 소독하고, 등록된 약제로 병을 예방하면 수확량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통팥앙금 상품성 위해 색상 개량하는 ‘팥’… 신품종 ‘홍찬’ 내년부터 농가 보급

팥은 떡이나 죽으로도 쓰이지만 생산량의 70~80%가 앙금가공용으로 사용된다. 팥앙금은 ‘통팥앙금’과 ‘고운 앙금’ 두 형태로 나뉜다. 통팥앙금은 원곡의 형태를 살린 것이고, 고운 앙금은 겉껍질을 벗겨 알갱이 없이 곱게 갈아낸 것을 말한다.

제과제빵에서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품종 개량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색’이다. 밝은 적색을 내는 팥으로 만든 앙금을 넣은 빵이 그렇지 않은 빵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농진청이 개발한 팥 대표 품종으로는 ‘아라리’와 ‘홍다’가 있다. 아라리는 고운앙금을 만들기 적합한 품종이다. 종자색이 다소 어둡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홍다는 종자가 다소 작지만 색이 밝은 적색을 내 통팥앙금으로 가공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둘의 특성을 합쳐 개발한 신품종이 ‘홍찬’이다. 밝은 적색에다 알도 굵어 통팥앙금용으로 적합하다. 여기에 수량성도 뛰어나다. ‘홍찬’은 현재까지 개발된 품종 중 종자알 100개의 무게(100립중 무게)가 21.3g으로 가장 무겁다. 앙금수율도 통팥앙금, 고운앙금이 각각 277%, 174%로 다른 품종(아라리 / 267%, 162%)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영양분 성분도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함량은 아라리와 비슷하고,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아라리보다 뛰어나다.

홍찬 종자는 아직 농가 보급이 시작되진 않은 상태다. 주영광 연구사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종자 대량 생산 체계를 거친 뒤 2025년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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