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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의 건강등급,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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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AI기반 보험 솔루션 스타트업 ‘리디아 AI(Lydia AI)’의 앤서니 리(Anthony Lee) CEO./ 사진, 그래픽=박설민 기자
캐나다의 AI기반 보험 솔루션 스타트업 ‘리디아 AI(Lydia AI)’의 앤서니 리(Anthony Lee) CEO./ 사진,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를 위협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의료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DX)’라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수천 년간 이어온 인류 의료 역사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진단 및 진료, 수술 등 전문 의료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 보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서다.

AI가 의료보험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해마다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의료보험 내 AI시장 규모는 27억4,000만달러였으며, 오는 2031년엔 457억4,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무려 32.56%에 이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AI기반 의료보험 산업의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시사위크>에서는 캐나다의 AI기반 보험 솔루션 스타트업 ‘리디아 AI(Lydia AI)’의 앤서니 리(Anthony Lee) CEO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토론토대 연구원, AI스타트업 사장이 되다

22일 오전 10시, 인터뷰 장소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 도착하자, 앤서니 리 리디아 AI CEO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앤서니 CEO의 모습은 보통 회사의 CEO들이 가진 ‘양복 입은 점잖은 신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마치 방금 공연을 마치고 온 로커의 모습처럼 보였다.

자유분방한 CEO의 모습처럼 리디아 AI의 시작도 보통 회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회계, 문서 등 업무를 세분화하는 기업업들과 달리, 사실상 거의 모든 회사 구성원은 AI연구원으로 이뤄졌다. 

‘과학자 중심’의 회사인 리디아 AI의 탄생은 앤서니 CEO의 학창 시절부터 준비된 것이다. 7년 전, 캐나다의 토론토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및 언어학을 전공한 앤서니 CEO는 AI연구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고 했다. 때문에 여러 AI모델 연구를 함께 진행하며 ‘AI과학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의료보험가입을 진행하던 어느 날 의료보험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작은 질병에도 서비스 가입 시 필요한 조건이 덕지덕지 붙으며 의료보험비용이 순식간에 몇 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에 앤서니 CEO는 일반 보험, 금융 상품처럼 의료보험도 정확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앤서니 CEO는 일반 보험, 금융 상품처럼 의료보험도 정확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위해 토론토대학교 동문이었던 크리스티나 카이와 함께 리디아 AI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앤서니 CEO는 일반 보험, 금융 상품처럼 의료보험도 정확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위해 토론토대학교 동문이었던 크리스티나 카이와 함께 리디아 AI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앤서니 CEO는 “3~5년 후 어머니와 아버지의 건강 정보를 예측하고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저의 경우도 고혈압 1기를 가지고 있지만, 서핑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건강한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현재의 의료보험 가입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앤서니 CEO는 토론토대학교 동문이었던 크리스티나 이(Christina Cai)와 함께 리디아 AI를 설립하게 됐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연구를 토대로 AI기반 의료 보험 솔루션을 제작했다. 이 AI서비스는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점수를 매겨주는 기술이다. 해당 서비스로 리디아 AI는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가 주관하는 ‘Fast 50 Companies-to-watch’에 선정됐다. 이는 그해 유망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글로벌 50개 기업을 뽑는 행사다. 뿐만 아니라 ‘가트너 그룹’이 선정하는 2022년 유망 AI스타트업에도 선정됐다.

앤서니 CEO는 “고객 입장에선 이런 문제로 의료 보험 가입이 어려운 것이 억울할 수 있고, 보험사에선 이런 잠재적 고객을 놓치게 된다”며 “이때 AI를 이용해 고객의 건강 데이터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진다면, 이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BERT’ 모델 기반의 AI로 ‘건강점수’ 매긴다

물론 처음부터 사업이 순탄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리디아 AI는 사업 초기, 자금 확보의 어려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앤서니 CEO는 “사업 초기, 우리의 기술 자체엔 업계에서 관심을 많이 보였으나 직접적인 투자는 적은 편이었다”며 “우리 기술이 정부와 병원에 제공되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리디아 AI 사업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부터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진료 등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쌓이는 데이터의 양도 급격히 증가했다. 또 예전 같으면 절대 공유하지 않았을 데이터들도 각 병원·정부 간 협력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장 추세에 맞춰 리디아 AI의 기술력도 빠른 속도로 업계에 알려졌다. 그러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및 각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고 한다. 앤서니 CEO에 따르면 리디아 AI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1,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또한 500개의 글로벌 및 정보 벤처 파트너도 보유 중이라고 한다. 투자자 가운데는 캐나다 정부와 글로벌 IT플랫폼 ‘알리바바(Alibaba)’ 등 글로벌 국가 및 기업들도 10곳 포함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리디아 AI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중심에는 ‘예측 위험 분석(Predictive Risk Analytics)’ 기술이 있었다. 앤서니 CEO와 리디아 AI연구진들이 학창 시절 데이터 과학 분야를 연구할 때부터 고안한 기술이다. 보험 가입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등급을 생성해준다.

앤서니 CEO의 설명에 따르면 예측 위험 분석 AI모델에 사용된 신경망 알고리즘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AI가 분석해야하는 건강데이터의 경우, 문서뿐만 아니라 생체 이미지, 음성, 검진 데이터, 식습관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세분화된 건강 데이터를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 모델로 분석한 모습./ Lydia AI
세분화된 건강 데이터를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 모델로 분석한 모습./ Lydia AI

세분화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고안된 수많은 알고리즘 중 핵심이 된 기술은 AI언어모델인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이라고 한다. 33억개의 단어와 3억4,000만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이 AI모델은 2018년 구글에서 처음 개발했다. ‘양방향 자연어 처리 모델’이라고도 불리는데, 쉽게 말해 앞뒤 문장의 문맥에 맞춰 알맞은 단어를 추측할 수 있는 AI다.

리디아 AI 연구진들은 BERT 기반으로 제작된 AI모델에 약 3,300만명에 달하는 건강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암, 심장질환 등 중증 질병부터 초기 고혈압 및 당뇨병, 면역 저하 등 비교적 증상이 적은 질병을 가진 보험 가입자들을 분류해내고 등급을 매기는데 성공했다.

리디아 AI는 여기서 더 나아가, ‘AI기반 암·심장 질환 예측 솔루션’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고객들의 건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암과 심장 질환 발병 가능성 및 치사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기술 개발에는 최소 10년 치 이상, 수만 건이 넘는 국가 단위의 관련 질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디아 AI 측은 토론토대학교와의 데이터 공유를 위한 협력도 추진 중이다.

앤서니 CEO는 “대형 병원에서조차 10년 간 암, 심장질환 등을 진료하는 사례는 1만건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만건의 진료 중 분류할 수 있는 암과 심장질환의 종류는 300여가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모아 특정 형태로 조합해 AI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의사들이 질병을 진료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질병도 예측할 수 있는 시대에 왔고, 고령화 시대에 맞춰 국민 건강 증진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대학교 AI연구원들로 이뤄진 리디아 AI의 구성원들의 모습./ Lydia AI
토론토대학교 AI연구원들로 이뤄진 리디아 AI의 구성원들의 모습./ Lydia AI

◇ 대만 등 동북아 시장에 적극적… “한국도 핵심 진출 지역”

앤서니 CEO는 현재 리디아 AI가 핵심 진출 시장으로 여기는 곳은 ‘동북아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만, 일본 등  AI모델 개발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에 대만이 적극적인 국가가 많아서다. 

앤서니 CEO는 “리디아 AI가 개발한 예측 위험 분석 모델의 핵심은 데이터로, 데이터가 없다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이때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보다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의 경우, 리디아 AI가 특별히 공들이는 시장 중 한 곳이다. 대만은 중앙 집중화된 ‘정보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양질의 건강 공공데이터를 구하는 것이 훨씬 용이한 국가다. 또한 대만 국민의 경우, 평균 5개 이상의 건강 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만큼, 시장 포화도도 높아, 리디아 AI에게 있어선 최고의 시장 중 하나였다고.

앤서니 CEO는 “4년 전 대만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병원에서 일하는 방법, 보험사에서 일하는 방법 등 직접 많은 것들을 알아봤다”며 “그 과정에서 대만의 보험회사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AI가 의료보험사업에 있어, 굉장히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만 시장과 함께 한국 시장도 리디아 AI가 적극적으로 진출을 시작한 곳 중 하나다. 지난 6일 리디아 AI는 국내 테크핀 기업 ‘헥토파이낸셜’의 자회사 ‘헥토데이터’와 건강 검진 데이터 AI분석 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력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리디아 AI의 위험 예측 모델은 ‘메트라이프생명(MetLife)’의 종합 건강관리솔루션 앱 ‘360헬스’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앤서니 CEO는 “한국은 매우 뛰어난 의료·IT인프라 수준을 갖추고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진출 시장 중 하나로 생각하는 곳”이라며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 경쟁과 고객도 확보하고 있어 적극적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한국 생명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이 디지털 보험 솔루션 개발 경진대회 ‘콜랩 6.0(Collab 6.0)’ 데모데이에도 참가했다”며 “이 대회에서 우리가 개발한 예측 위험 분석 AI모델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보험회사부터 핀테크 기업, 기관에서 ESG경영을 위해 노인과 환자를 돕는데 우리의 AI모델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다른 두 곳의 한국 회사들과 협업을 진행 중으로, 아직 업무상 이유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솔루션의 효과를 한국 시장에서도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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