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일정 규모만 충족하면 등록만으로 동물원과 수족관을 운영할 수 있는 현재와 달리 시‧도지사의 허가제로 변경된다. 현재 운영되는 동물원은 법 공포 후 6년 내 새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1조(야생생물의 수출‧수입 등) 1항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야생생물 중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을 수출‧수입‧반출 또는 반입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두 법 모두 현장에서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장을 모른다’는 공통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왜 이런 비판을 받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적용해야 현장에서의 불협화음 없이 안착할 수 있을지 서울연희전문학교 반려동물학과 문대승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알아봤다. 문 교수는 <시사위크>와 만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법 제정 전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현장과의 소통도 충분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오랜만에 활기를 얻은 특수동물 시장이 법안으로 인해 주춤거릴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개정된 동물원법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
“동물원법의 가장 큰 문제는 동물원에는 동물만 있는 게 아니라 사육사도 있다. 그런데 해당 법안에는 사육사 복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 학교에서 사육사를 꿈꾸는 친구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 법에 사육사는 몇 시간 이상 근무하면 안 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하고, 생물에 맞는 전문성을 띄어야 한다는 등의 체계가 빠진 게 가장 아쉬웠다.
그리고 법안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존에는 등록제였다가 허가제가 되면 영세한 업체들은 더 이상 동물원을 운영할 수가 없게 된다. 동물업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제가 봐도 편들어주기 힘든 열악한 환경을 저도 많이 목도했다. 하지만, 법을 만들 때 동물보호단체 뿐만 아니라 현업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현장의 목소리가 안 들어갔다고 생각하나.
“주로 이런 법들은 동물보호단체에서 제안해서 국회의원들이 만든다. 동물보호단체의 시선은 무조건 동물 보호뿐이다. 그러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배제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안이 만들어진다. 도입하는 과정에서 지금 현실과 너무 괴리된 부분은 서로 상의하면서 맞출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 야생생물법도 마찬가지인가.
“제가 공청회 때 많이 지적했던 부분인데, 야생생물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되나. 일반인들이 느꼈을 때는 그냥 우리나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법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누구나 보호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느낀다.”
– 야생생물이 우리가 생각하는 야생동물이 아니라는 뜻인가.
“여기서 말하는 야생생물은 외래종 중 관상목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뜻한다. 외래 수입 생물법이라거나, 그런 식으로 용어를 분명하게 해서 외래종을 수입할 때는 어떤 기준을 통해서 들여와야 한다고 규정해야한다.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굉장히 큰데, 무작정 야생생물이라고 하면 들판에서 고라니를 막 잡아서 거래하는 것 같지 않나.”
– 어떤 생물들이 거래되고 있는가.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동물을 가둬서 기른다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동물을 케어하고 키우고 싶어 한다. 이것을 전면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런 야생생물은 야생에서 마구 잡아오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인공번식된 개체들이 거래되고 분양된다. 그것은 인정해야한다.”
– 멸종위기종도 들여오고 있지 않나.
“그런 멸종위기종은 외형이 특이한 경우 남획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식지 감소가 주된 이유다. 이런 종은 사실 동물원보다 매니아 사육자들이 기르면서 인공번식에 성공하고 번식법을 공유해서 생물종이 복원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사실 입장차가 많은 분야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매니아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발달시키면 좋지 않겠나. 그래도 동물이 좋아서 같이 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걸 ‘틀렸다’고 규정하고 ‘나쁜 짓’이라고 말하는 것은 캠페인으로는 할 수 있지만, 법으로 지정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 지금 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화이트리스트 제도다. 들어올 수 있는 생물 종을 제한하는 리스트를 만들어 둔 것인데. 양서파충류는 종이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로 가야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위험성이 분명한 동물을 제재하는 식으로 해야하는데, 막연하게 위험할거라고 생각하고 막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원래 브라질에 사는 종을 플로리다에서 키우다가 방생이 됐는데, 기후가 맞으니까 거기서 번식을 하고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킨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브라질에 사는 종이 우리나라에서 퍼진다고해도 혹한기나 혹서기를 날 수가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실제로 그렇게 수입이 막힌 사례가 있나.
“예전에 수입주의 생물에 공비단뱀이라고 하는 볼파이톤과 비어디드래곤 등이 올라갔던 적이 있다. 그래서 저희가 환경부까지 방문해서 항의했는데, 수입주의로 지정한 이유가 너무 단순하더라. ‘수입량이 많다’는 것이었다.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야생에 풀렸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해도, ‘혹시 이 기후에 적응해서 동면을 하면 어떡하냐’고 하는데, 그러면 어떤 생물도 들어오면 안된다. 이런식의 접근법이 아쉽다는 것이다.”
– 야생 생물이라는게 뭔가.
“그것도 참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야생생물, 야생동물로 표현을 한다. 그런데 이 볼파이톤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모프(품종)가 100종이 넘는다. 이것을 야생으로 볼 수 있을까? 야생원종은 따로 있는데, 이 인공 볼파이톤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맞냐는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야생생물법이 아니라 외래 생물종 관리에 관한 법안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본다.”
– 이렇게 현장과 법에 괴리가 있으면 밀수, 밀거래가 늘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밀수나 불법은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걸 안 지키는 사람은 늘 존재한다. 특히 양서파충류는 진기한 품종이나 고가의 품종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겠지만, 누군가는 명품에 열광하듯 누군가는 이런 특이한 외래 생물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큰 문제 없는 종인데 법안으로 막았을 경우 이런 밀수가 성행할 수 있다.”
–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붉은귀거북의 생태계파괴 문제로 거북이 수입이 막힌 적이 있다. 그때 물거북들은 그래도 수입 제한이 없었는데, 육지거북들이 다 막혔다. 당시 환경부가 사이테스(CITES,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를 유해동물리스트로 인식하면서 사이테스 해당 거북을 다 막았기 때문이다.
이때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거래되던 육지거북이 다 막히니까 밀수가 급증했다. 그때 거북이들이 못 들어온다고 하니까 더 찾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가 한정판 앞에 줄서고 리셀가가 치솟는 것이 이해 안 된다고 해서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나. 생물도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 이런 법안 개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현장과 조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양서파충류 협회 차원에서도 공청회에 참석하고, 업체 관계자들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독사 거래와 관련해서도 법안이 미비한 부분이 있어서 몇 차례 질의했고, 개정될 예정이다. 커가고 있는 특수동물 시장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추가로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양서파충류 뿐 아니라 특수생물들이 더 이상 ‘이색 동물’이 아니게 됐다. 양서파충류 시장이 이제 서서히 커나가고 있는데, 이런 법안들이 계속 발표되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얻은 분야가 주춤거릴까 봐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것이니 충분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면 좋겠다. 동물원법도 저희 학생들이 오래 꿈꾼 동물원에 취업을 했다가 처우가 너무 열악해서 아예 이쪽에서는 일을 안 하겠다고 그만두기도 한다. 시장이 커지고 안정화되면서 사육사에 대한 대우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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