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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속가능한 우주시대 지키는 파수꾼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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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쓰레기의 문제는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우주 하늘에는 2억개에 가까운 우주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이는 인공위성과 충돌하거나 지상에 추락해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국가우주산업을 위협하는 우주쓰레기 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고자 ‘한국천문연구원-우주위험감시센터’의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사진)을 만나봤다./ 박설민 기자
우주쓰레기의 문제는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우주 하늘에는 2억개에 가까운 우주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이는 인공위성과 충돌하거나 지상에 추락해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국가우주산업을 위협하는 우주쓰레기 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고자 ‘한국천문연구원-우주위험감시센터’의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사진)을 만나봤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라이언 스톤 박사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 공간으로 나선다. 이때 스톤 박사가 탄 우주선이 인공위성 잔해물에 부딪혀 고장이 난다. 충격으로 멀리 날아간 스톤 박사와 일행은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만다.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단골 영화’로 등장하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다. 2013년 개봉 당시 우주를 떠도는 ‘우주쓰레기’의 위험성을 정확히 묘사해 많은 과학자들과 관람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10년도 더 됐지만 위성과 우주쓰레기의 충돌 장면은 과학 영화를 말할 때 반드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주쓰레기의 위험이 영화 속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지구의 하늘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우주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로켓에서 분리된 부스터, 고장 난 인공위성, 발사체 잔해 등이 지구 궤도 주변 우주를 어지럽히고 있다. 유럽우주청(ESA)에 따르면 현재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는 우주쓰레기는 10cm 크기는 2만9,000여개, 1cm는 67만여개, 1㎜ 크기는 1억7,000만개 이상이다. 이를 총 무게로 추산하면 약 1만100톤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추락할 때다. 로켓, 인공위성과의 충돌도 위험하지만 고장 난 우주정거장 등이 지상으로 떨어질 경우 발생할 피해는 오싹한 수준이다. 로켓 내부의 유독한 발사 연료로 인한 오염과 파편 산개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로켓 등 우주쓰레기 추락으로 10년 동안 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낼 확률은 10%로 결코 작지 않다.

이 같은 우주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고자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 중이다. 관련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로는 ‘한국천문연구원-우주위험감시센터’의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이 있다. 그는 천문연에서 운용 중인 우주쓰레기 추락·충돌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한 우주과학자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국가우주산업을 위협하는 우주쓰레기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고자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을 만나봤다.

‘한국천문연구원-우주위험감시센터’ 우주위험연구실의 내부 모습. 우주쓰레기의 충돌 및 추락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카시오페이아(KASI’s Orbit Prediction & Estimation, Integrated Analysis System)‘ 시스템이 실시간 구동되고 있다./ 박설민 기자
‘한국천문연구원-우주위험감시센터’ 우주위험연구실의 내부 모습. 우주쓰레기의 충돌 및 추락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카시오페이아(KASI’s Orbit Prediction & Estimation, Integrated Analysis System)‘ 시스템이 실시간 구동되고 있다./ 박설민 기자

◇ 韓우주 하늘을 지키는 우산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

24일 천문연 관계자들의 안내를 따라 우주위험감시센터의 우주위험연구실에 방문했다. 연구실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는 세계 지도와 함께 인공위성들의 운동 궤도가 표시돼 있었다. 추락뿐만 아니라 인공위성궤도의 옆에는 우주쓰레기가 실제 위성과 충돌할 확률도 실시간 계산돼 나타났다. 2013년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아리랑 5호가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확률도 극소하지만 조금씩 높아지기도 했다.

우주쓰레기의 충돌 및 추락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의 이름은 ‘카시오페이아(KASI’s Orbit Prediction & Estimation, Integrated Analysis System)‘. 우주물체의 추락과 충돌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임무 수행 중이다.

우리 하늘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카시오페아 핵심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부터 설계까지 도맡아 제작한 연구자가 바로 최은정 실장이다. 미국, 유럽 등 우주 기술 강국의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국산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최은정 실장과 연구팀이 오랜 시간 공들인 결실이다.

그렇다면 우주쓰레기가 얼마나 위험해서 국가 차원의 감시시스템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최은정 실장은 “사실 우주 물체 추락과 충돌은 로켓·위성 발사, 우주탐사 등 눈에 보이는 연구 분야와는 달리 성과가 쉽게 드러나진 않는 분야”라며 “하지만 이 기술 연구가 제대로 이뤼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매우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지구 주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의 속력은 초속 7,000m 수준이다. 때문에 콩알만한 우주쓰레기라도 로켓이나 우주정거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한다./ 박설민 기자
최은정 우주위험연구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지구 주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의 속력은 초속 7,000m 수준이다. 때문에 콩알만한 우주쓰레기라도 로켓이나 우주정거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한다./ 박설민 기자

우주쓰레기가 위험한 이유는 엄청나게 빠른 비행 속력 때문이다. 최은정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지구 주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의 속력은 초속 7,000m 수준. 1시간이면 한국과 미국을 2.3번 오고갈 수 있는 속력이다. 이처럼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우주쓰레기가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과 부딪힐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콩알 크기의 우주쓰레기도 인공위성의 컴퓨터 시스템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수명이 다한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이 지상에 떨어지면 그 피해는 훨씬 더 크다. 특히 위성 내부에 남아있는 유독 물질은 추락 지역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이나 발사체에서는 추진 연료로 ‘하이드라진(hydrazine)’이라는 물질을 사용한다. 안정적이고 성능도 우수해 주요 액체 추진제로 사용되지만 피부나 호흡기 등에 노출될 경우 폐부종, 발작, 의식불명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은정 실장은 “1978년 러시아의 정찰용 원자력 인공위성들이 추락하면서 일대에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한 적 있었다”며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 미리 위험을 예측하고 정부에 알려 주민 대피 및 대응책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주위험연구실의 임무”라고 말했다.

우주쓰레기와 인공위성의 충돌은 그 자체로도 큰 피해를 일으키지만 많은 파편이 발생해 우주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우주쓰레기와 인공위성의 충돌은 그 자체로도 큰 피해를 일으키지만 많은 파편이 발생해 우주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아무도 가지 않았던 ‘우주쓰레기’ 연구의 길… 운명을 바꾼 ‘이리듐 33’ 사건

물론 처음부터 최은정 실장이 ‘우주쓰레기’의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었다. 1997년 천문우주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들어간 후 인공위성 궤도 역학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아리랑 위성 1호가 발사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인공위성 붐’이 불고 있던 시기였다. 때문에 최은정 실장도 당연히 미래엔 인공위성 관련 전문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최은정 실장은 “인기가 많았던 만큼 여러 인공위성 관련 연구가 쏟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았다”며 “그러던 와중 ‘우주 물체’에 관한 연구 분야가 눈에 띄었고 석사 연구 논문 주제로 지구 주변의 로켓 잔해, 고장 난 인공위성 등 우주쓰레기와 인공위성이 충돌할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최은정 실장의 인생 전환점이 ‘우주’에서 일어났다. 2009년 2월 10일 미국 모토로라에서 운영하는 상업위성 ‘이리듐 33’과 러시아 군사위성 ‘코스모스 2251’이 시속 11.7km의 속도로 충돌한 것이다. 시베리아 타이미르반도 상공 고도 789km 지점에서 충돌한 두 위성은 산산조각나며 엄청난 양의 잔해를 발생시켰다. 우주 공간에서 떠돌던 우주쓰레기가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증명된 사건이었다.

사건 발생 후 최은정 실장은 대학원 석사 시절 제작한 우주 물체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행했다. 운명이 시뮬레이션에서 충돌 위험이 있는 위성으로 설정한 것이 바로 이리듐 33이었다. 시뮬레이션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약 2,400여개의 파편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실제 NASA 등 국제 연구기관에서 측정한 데이터도 최은정 실장의 시뮬레이션 결과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최은정 실장은 “처음 우주쓰레기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운용 중인 인공위성 숫자는 900여개에 불과해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향후 우주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주 잔해물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관련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최은정 실장은 2012년부터 천문연에서 우주쓰레기 등 우주물체 위험요소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우주쓰레기의 충돌 문제뿐만 아니라 지상 추락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인공우주물체 추락 예측 소프트웨어(SREP)’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박설민 기자
최은정 실장은 2012년부터 천문연에서 우주쓰레기 등 우주물체 위험요소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우주쓰레기의 충돌 문제뿐만 아니라 지상 추락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인공우주물체 추락 예측 소프트웨어(SREP)’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박설민 기자

◇ “지속가능한 우주시대 이끄는 ‘대들보’가 되고 싶다”

이후 최은정 실장은 2012년부터 천문연에서 우주쓰레기 등 우주물체 위험요소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우주쓰레기의 충돌 문제뿐만 아니라 지상 추락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인공우주물체 추락 예측 소프트웨어(SREP)’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우주위험연구실 벽면에 나타난 카시오페아의 기반이 된 기술이다.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카시오페아는 지난 2018년 중국 톈궁 1호와 2021, 2022년 중국 창정5B 로켓 잔해 추락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2022년엔 한화시스템에 기술이전을 하기도 했다. 이전된 기술은 카시오페아에 탑재된 인공위성 궤도 결정 및 예측, 조정 핵심 알고리즘을 포함한 인공위성 비행역학 시스템 기술 등이다.

물론 우수한 시스템을 확보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시간 시스템이 도출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위험을 분석하는 것은 연구원들의 주요 임무다. 실제로 중국 톈궁 1호 추락 당시 최은정 실장을 비롯, 우주위험감시센터 연구원들 모두 7일 밤을 샜다고.

최은정 실장은 “2018년 당시 톈궁 1호 추락이 확실시된 이후 센터 전체에 비상이 걸리고 연구원들이 꼬박 7일 밤을 샜다”며 “추락한다 해도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 걱정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그 경험을 기반으로 우주 물체 추락에 대한 시스템 분석 정확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현재는 3일 정도면 천문연 및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및 대응 성과에 힘입어 최은정 실장과 우주위험연구실 연구팀은 지난해 ‘우주위험 대응 체계 구축사업’도 진행 중이다. 우주위험대응 정보서비스 체계 및 대응 매뉴얼 구축, 우주위험대비 시행계획 등의 목표가 담겨 있다. 사업은 2023년 2월부터 시작돼 5년 간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우주위험 대응 시스템 강화를 위해 중고궤도 광학 망원경 구축과 우주감시 레이다 개발 연구도 추진한다는 목표다.

최은정 실장은 “최근 우주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주 교통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우주시대를 열고 안전한 국가 우주산업의 대들보가 될 수 있는 우주위험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 연구를 꿈꾸는 ‘우주꿈나무’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은정 실장은 “지금은 우주쓰레기 분야 전문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 분야를 이렇게 깊게 파고들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며 “펜으로 점을 찍다보면 어느새 기다란 선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현재 열심히 하는 일이 미래의 나를 결정하는 만큼 우주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갖다보면 언젠가 기회와 기회가 연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사위크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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