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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진소연 교수] ‘전통한식’은 어떻게 세계인을 저격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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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소재 한 식당에서 숙명여자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진소연 교수를 만나 전통한식의 세계화와 국내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김현수 기자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소재 한 식당에서 숙명여자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진소연 교수를 만나 전통한식의 세계화와 국내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 흔히 ‘한식의 세계화’를 떠올릴 때 연상하는 대표적인 메뉴다. 실제로 이들은 해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선호도도 높다. 한식진흥원의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선호 메뉴는 한국식 치킨(26.1%)이며, 그 다음으로 △김치(11.3%) △비빔밥(10.7%) △불고기(6.0%) 등이 이어졌다. 그 외에도 △떡볶이 △삼겹살구이 △잡채 등이 순위권에 있었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해외 소비자의 한식 인지도는 지난 5년간(2017~2021년) 54~57% 수준을 유지해왔다. 한식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70.2% 수준이고, 경험을 해본 소비자들에게 대체로(94.5%)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타 외국 음식과 비교한 한식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시장을 주도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동남‧동북아시아 권역에서 한식은 경쟁력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그 외 권역(북중미‧유럽‧오세아니아‧남미‧중동)에서 한식은 신생군에 위치했다.

최근 건강을 중요시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따라 전통한식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치와 인삼 등의 기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소로 이뤄진 전통한식은 비거니즘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효된 식품이 많고 양념과 향이 강한 특징에 접근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시사위크>는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소재 한 식당에서 숙명여자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진소연 교수를 만나 전통한식의 세계화와 국내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통식생활문화전공에서는 한국전통음식의 과학화‧산업화‧세계화에 대한 연구가 주로 진행된다. 이곳에서 진소연 교수는 특히 전통한식의 기능성 연구를 통해 이를 현대음식에 적용하는 분야와 동서양 식문화 연구를 통해 전통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이바지한다.

진소연 교수는 전통 식품소재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진소연 교수는 전통 식품소재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숙명여대 전통식생활문화전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다면.
“조선 왕조 마지막 상궁으로 계시던 한희순 상궁에게서 궁중 음식을 전수받은 학과다. 한국 조리를 학교 차원에서 중요시 여겨서 지금까지 계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학원은 1998년도에 개설됐다.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전통한식에 있어서는 가장 정통성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르 꼬르동 블루’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학교 중 하나인 아카데미가 있다. 그들은 세계 각국과 파트너십으로 맺는데 국내 여러 학교를 제치고 최종적으로는 숙명여대가 됐다. 한국전통음식에 있어서의 숙대가 가진 정통성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부분이 아닐까 한다.“

– 전통식생활문화전공에선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나.
“전통 식품소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나물이나 풀에는 기능이 있다. 이들이 현대적으로 어떤 효능을 가지는지에 대한 것들을 분석했다. 특히 항산화 작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기능성을 지닌 식품소재들을 첨가해서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고 기호성을 높이는 연구가 가장 기본이 된다.”

– 전통한식의 기능성을 현대 음식에 도입을 하는 연구라고 이해해도 되나.
“전통한식의 기능을 현대식에 도입하는 것과 전통한식 기능성 자체를 더 발전시키는 것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했던 연구 중에 무궁화를 음식에 이용하는 연구도 있었다. 이익의 ‘성호사설’ 등을 보면 무궁화는 과거부터 굉장히 좋은 약재 중 하나로도 소개가 된다. 무궁화의 뿌리는 약성이 좋고, 꽃잎을 통해 차와 술, 초콜릿까지 만들 수 있다. 술이나 초콜릿은 고부가가치 식품이기 때문에 무궁화를 활용한다면 전통한식에 대한 또 다른 활용이 될 수 있겠다.

또는 최근 유전질환과 연결해서 예방식단을 짜는 연구도 했었다. 질병에 있어서 유전이 40%, 환경이 60~70%의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 유전에 의한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면 해당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식을 유지함으로써 사후처방보다 비용도 줄이면서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음식이 그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다. 이를 위해서 전통한식 소재의 기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 무궁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다.
“사실 무궁화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 같다. 예전부터 무궁화를 만지면 피부병에 걸린다던지 하는 오해가 있었는데 이는 식민시대의 잔재라고 하더라. 무궁화는 오히려 활용도가 굉장히 높은 꽃이다. 보통 꽃은 쌉싸름한 맛을 내는데 무궁화에는 자연적으로 은은한 단맛이 난다. 잎은 된장국에 넣을 수 있고, 뿌리는 항산화에 좋아 약재로 쓰일 수 있다.

무궁화는 일종의 히비스커스류다. 이에 일본에서 벚꽃을 가지고 시즌메뉴를 만드는 것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벚꽃은 들여다보면 딸기향이나 체리향으로 맛을 내고 핑크 색소를 넣을 뿐 실체가 없다. 하지만 무궁화는 단맛이 날 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좋다. 아직까지는 무궁화를 재배하고 활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식품산업에서 크게 사업성을 갖지 못하지만, 시간이 흘러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

진소연 교수에 따르면 무궁화에는 은은한 단맛이 난다. 잎은 된장국에 넣을 수 있고, 뿌리는 항산화에 좋아 약재로 쓰일 수 있다. 무궁화를 활용한다면 전통한식에 대한 또 다른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진 교수의 생각이다. / 사진=김현수 기자 
진소연 교수에 따르면 무궁화에는 은은한 단맛이 난다. 잎은 된장국에 넣을 수 있고, 뿌리는 항산화에 좋아 약재로 쓰일 수 있다. 무궁화를 활용한다면 전통한식에 대한 또 다른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진 교수의 생각이다. / 사진=김현수 기자 

– 최근 한국문화가 세계로 퍼지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식 세계화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한식의 상징인 김치‧불고기‧비빔밥 등으로 한식 세계화가 주로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 나라마다 식문화가 너무 다르고 그에 따라 선호하는 한식도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십여년 전에 프랑스 리옹에서 식품박람회가 열려 김치를 가지고 참여하려 했던 적이 있다. 그때 프랑스 에이전시 측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리옹은 음식에 대해 보수적인데다가 맵고 짠 음식이 별로 없어서 생김치를 먹으면 김치 안의 유산균 때문에 장이 크게 놀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비빔밥으로 바꿨지만 그마저도 고추장이 아니라 간장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했다. 반대로 굉장히 잘 맞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서는 김치전‧김치찌개 등 오로지 김치 메뉴만 가진 레스토랑이 인기가 굉장히 많았다.

그 사람들이 자주 먹고 즐기는 음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음식문화에 따라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에 왜 김치가 먹히나 했더니 ‘사워 크라우트’라는 양배추 절임이 있기 때문이었다. 발효식품이라는 면에서 김치와 비슷하고 더 맵고 자극적이니까 특히 젊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음식문화는 (다른 문화보다도) 보수적이다. 그래서 잘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고수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고수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우리나라는 깻잎을 흔한 향신료라고 여기지만 중국에서는 깻잎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맛는 한식으로 우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내가 연구하면서 얻은 나름의 결론이다.”

– 한식이 변형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오리지널’이 아니라면 의미가 있을까.
“단계가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에 이탈리아 음식이 들어온 과정을 생각하면 똑같다.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파스타는 토마토 케첩 맛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까르보나라도 들어오고 올리브유가 들어간 봉골레가 들어왔다. 처음 까르보나라가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한 걸 어떻게 먹냐’는 반응이었다. 요즘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았나.

게다가 우리나라의 파스타는 국물이 자작하게 많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가보면 국물이 없고 면 밖에 없다. 이게 우리나라 식문화를 고려해서 이탈리아 음식이 국내에 안착하게 된 과정이다. 이렇게 먹다보면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이 먹는 좀 더 오리지널에 가까운 이탈리아 음식을 사람들이 원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을 너무 왜곡하게 되면 그것도 좋지는 않다. ‘이건 한식이라고 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을 그대로 가져가기보단 그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결국 오리지널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숙명여대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진소연 교수는 우선 그 나라와 도시의 식문화에 대해 먼저 공부한 다음 한식의 세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그 문화권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끔 접근해서 결국 오리지널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 사진=김현수 기자
숙명여대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진소연 교수는 우선 그 나라와 도시의 식문화에 대해 먼저 공부한 다음 한식의 세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그 문화권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끔 접근해서 결국 오리지널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 사진=김현수 기자

– 음식의 세계화에서 문화의 전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전통한식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어필할 수 있나.
“우리나라 음식에는 동양철학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있다. 음양오행을 중시함에 따라 음식에도 오미(단맛‧짠만‧쓴맛‧매운맛‧신맛)와 오색(적‧청‧황‧백‧흑)이 조화롭게 담긴다. 예를 들어 떡국에 김이나 계란 등 고명을 올리는 것은 흰색의 기운을 보충해서 음식을 온전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오미를 위한 갖가지 양념들이 있다. 이런 양념은 맛을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대표적인 기능성 식품소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다. 예를 들어 참기름에는 비타민E가 있어 항산화 효과가 있고 마늘은 향균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 전통 밥상문화인 ‘독상’과 이런 음식에 대한 철학을 콘텐츠로 삼을 수 있겠다.”

–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건강’을 추구하고 ‘간편식’을 찾는 트렌드가 생기는데, 국내 산업화 측면에서 전통음식이 나아갈 방향은 뭔가.
“결국 식품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다. 그래서 나는 뿌리는 전통이면서 현대인들이 정말 사먹고 싶은 상품으로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통음식의 기반이 건강식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철학을 가지고 경쟁력을 높여 창신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식의 원형을 보면 굉장히 균형적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해서 건강식을 찾는 요즘 트렌드를 겨냥할 수도 있다. 또는 최근 ‘비거니즘’과 연결지을 수도 있다. 채소와 나물이 메인이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 산업을 전통음식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음식이 예전에는 여성의 주된 업무 중 하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다르다. 옷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전문가에게 넘어간 것처럼 음식도 이제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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