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고 있다. 같은 달 말부터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PA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호명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 의사 빈자리에 ‘PA간호사’… “시범사업, ‘법적 불안’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23일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같은 달 27일부터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의사의 빈자리를 대신한 간호사가 진료지원(PA)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법적 불안을 한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가 내놓은 의료현장 공백 해소 대책 중 일환이다.
지난달 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는 간호사의 숙련도 및 자격(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 등에 따른 업무 범위 기준이 제시됐다. 같은 달 15일 추가로 발표된 보완지침에 따르면 10개 분야 88개 업무 중 7개를 제외한 81개 PA업무가 간호사에게 허용됐다.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행하다가 관리‧감독 미비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행정적‧민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상 양벌 책임 등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 귀속된다. PA간호사는 특성상 ‘불법의료’를 행한다는 불안에 매번 직면한다. 시범사업 보완지침 등은 의료대란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무면허 의료’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의료공백이 지속되면서 PA간호사의 수는 더욱 확대될 방침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이후에도 PA간호사 제도화에 필요한 조치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복지부는 4월 중 PA간호사 표준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수술‧외과‧내과‧응급중증 4개 분야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심혈관‧신장투석‧상처장루‧집중영양 4개 분야 프로그램도 추가로 확대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26일 “이후에도 교육훈련 프로그램 분야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시범사업 운영을 바탕으로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에 필요한 조치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의협 “불법 무면허 진료 조장”… 보건의료노조 “올바른 해결책 아냐”
이와 관련해 의료업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은 정부의 PA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대해 지난달 8일 성명서를 내고 철회를 요구했다. 불법 무면허 진료라는 게 주요 반대 취지다. 의협은 무면허 진료라는 이유로 PA간호사 제도화를 지속 반대해 왔다.
의협은 시범사업을 두고 “간호인력이 불법 무면허 진료를 하도록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복지부 업무 지침 중 진료기록‧협진‧진단서 초안 작성 등 업무는 당연히 의사 업무고, 아직까지 이와 반대되는 판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보완지침에는 해당 부분과 관련해 전문‧전담간호사 이름으로 초안 작성 후 의사가 최종 승인하도록 제시됐다.
또한 “침습적인 의료행위의 특성을 무시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발생된 모든 사고에 대해 의료기관장에 행정처분 및 민사상 배상책임을 귀속시키고, 행위자인 진료보조인력과 함께 형사상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고 책임 범위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시범사업과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PA간호사가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정부 정책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8일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 진료 거부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업무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무제한으로 허용했다”면서 “특히 종적인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설사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해도 의사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도 소송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이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도 없이 의사 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행위자로 내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PA업무와 관련된 시범사업 보완지침이 논란에 오르자, 2월 29일부터 3월 6일까지 대한간호협회‧대한병원협회와 함께 논의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의학회‧대한간호협회 등이 참여한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시범사업의 기본 골격과 내용을 마련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설명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보건의료노조는 2월 말 성명서를 통해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가 결과 없이 12월 말 종료된 점을 비판했다. 의협 또한 “지난해 복지부와 함께 협의체에 참여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복지부와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측은 의협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의사 인력을 늘리자는 데 반대해 온 의협은 ‘불법의료행위 양성화’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면서 “의사 인력을 그대로 놔두고 간호사 인력을 갈아 넣는 왜곡된 인력 운영 구조를 지속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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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2. 26. | 보건복지부 |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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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3. 06. | 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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