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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3대기술 살펴보기②] 기후에 생명을 이식하는 ‘첨단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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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과학자들은 ‘첨단바이오’가 기후위기 대응 과학기술의 중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부터 소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 접목 가능해서다. 이에 우리 정부도 관련 과제를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이니셔티브’에도 반영하는 등 첨단바이오 기반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그간 경고에 그쳤던 ‘기후위기’가 우리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브라질 남부 지방에선 역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 200여명이 사망·실종했다. 미국 텍사스에는 전체 주 지역 3분의 1에 달하는 곳이 강력한 폭풍우로 침수됐다. 최근 대다수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때 전 세계 과학자들은 ‘첨단바이오’가 기후위기 대응 과학기술의 중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부터 소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 접목 가능해서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인도시장조사업체 ‘테크사이리서치’에 따르면 환경바이오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2억2,701만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6.62%로 성장 중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첨단바이오 기반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는 지난달 25일 확정된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이니셔티브’에도 반영돼 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 것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바이오 기술 연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확정한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안)-2035 글로벌 바이오 강국 도약’에 담긴 첨단바이오 기반 기후변화 대응 전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정부, 소재·에너지·환경 분야 첨단바이오 기술로 기후위기 대응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는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안)-2035 글로벌 바이오 강국 도약’에서 “첨단바이오를 통한 탄소중립 이행으로 지속가능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생명공학 연구자들과 관련 정부 부처가 추진해야할 미션 4가지 중 하나를 ‘기후변화, 식량부족, 감염병 등 인류 공동의 난제 해결’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 3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니셔티브안에 따르면 3가지 분야는 △소재 △에너지 △환경으로 구성됐다.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고기능성 소재 및 바이오수소·배터리, 무탄소 에너지원, 생명자원 활용 환경정화 기술의 연구 개발을 추진, 기후변화·탄소중립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각 분야별로 중점적으로 다룰 연구 목표는 다음과 같다. 소재 부문에선 ‘생분해성 플라스틱 경제성 확보 및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 소재 설계기술 개발’을, 에너지 부문에선 ‘바이오수소·바이오매스 등 고효율화 및 바이오 배터리, 인공광합성 등 무탄소 에너지 확산’을 목표로 한다. 환경 부문은 ‘생명자원을 활용한 해양·대기 정화, 온실가스 분해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핵심인재 및 산업생태계 △연구‧디지털 인프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법‧제도 체계 및 규제혁신의 4가지 기반구축과제를 추진한다. 각 과제는 ‘융합핵심인재 양성’ ‘산업생태계 활성화’ ‘최첨단 연구인프라’ ‘컴퓨팅‧디지털인프라’ ‘글로벌 협력체계’ ‘법‧제도 기반 구축’ ‘기술‧산업 규제혁신’ 등으로 구성된다.

자문회의는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석유화학·제철·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 경제로 기후변화 위기는 매우 도전적인 난제”라며 “이에 대응해 바이오 소재·에너지 등 기술개발로 무탄소 사회를 가속화 하겠다”고 밝혔다.

연료·소재 부문’에 있어서 우리 과학계가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우드-융달경로(Wood-ljungdahl pathway)’다.  쉽게 말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세균이 포획, 자신의 성장 에너지로 사용한 다음 쓸모 있는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연료·소재 부문’에 있어서 우리 과학계가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우드-융달경로(Wood-ljungdahl pathway)’다.  쉽게 말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세균이 포획, 자신의 성장 에너지로 사용한 다음 쓸모 있는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소재 부문: 핵심은 ‘우드-융달경로’… 바이오 연료 생산의 ‘열쇠’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안은 양자기술, AI반도체의 다른 국가 3대 기술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내용 비중이 높았다. 또한 나름의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세부 목표도 설정했다고 평가된다.

다만 세부 연구 및 기술 분야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언급되진 않았다. 때문에 향후 우리가 집중할 연구 분야를 파악하기 위해선 국제 생명공학 연구기관들의 연구 및 의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2023년 ‘오스트리아 보쿠대학교 환경생명공학연구소(IFA-Tulln)’과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가 발표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8가지 바이오기술’ 보고서를 토대로 주요 기술을 정리해봤다.

먼저 ‘연료·소재 부문’에 있어서 우리 과학계가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우드-융달경로(Wood-ljungdahl pathway)’다. 이는 세균과 고세균 등 미생물이 이산화탄소(CO₂)를 유기물로 전환하는 화학 반응을 뜻한다. 쉽게 말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세균이 포획, 자신의 성장 에너지로 사용한 다음 쓸모있는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우드-융달경로에서는 ‘아세틸-CoA’이라는 중간 물질이 만들어진다. 아세틸-CoA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생화학 반응 대사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이때 아세틸-CoA는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에탄올, 아세트산과 같은 유용물질로 바꿔준다.

때문에 이 우드-융달경로는 축산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바이오매스 등에서 친환경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특히 이 기술은 현재까지 미생물을 이용한 가장 효율적인 C1가스(메탄(CH₄), 일산화탄소 등과 같이 탄소(C)가 1개인 온실가스) 흡수 방법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우드-융달경로 기반 바이오소재 및 연료 생산의 산업화가 이뤄진 상태다. 대표적으론 미국의 ‘란자테크(LanzaTech)’를 꼽을 수 있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에서는 미생물 ‘아세토젠’으로 우드-융달경로를 발생시켜 대규모 바이오 화학 물질과 연료를 생산 중이다. 현재 란자테크에서는 중국 최초의 상업용 가스 발효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9만 톤의 친환경 바이오 연료 생산이 가능하다.

또 다른 미국 기업인 ‘코스트타카(Costkata)’는 우드-융달경로를 활용한 가스 발효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회사다. 특히 이곳에서는 미생물의 가스 발효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합성생물학’ 기술도 활용 중이다. 합성생물학이란 생물의 세포 등을 필요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에너지·발전’ 부문에 있어서도 첨단바이오 기술은 기후위기 게임체인저이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그중 주목할 기술로는 ‘전기 미생물(Electro-Microbiology)’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유기물을 세균 등 미생물이 분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에너지·발전’ 부문에 있어서도 첨단바이오 기술은 기후위기 게임체인저이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그중 주목할 기술로는 ‘전기 미생물(Electro-Microbiology)’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유기물을 세균 등 미생물이 분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수소·전기 미생물 기술 확보도 중요… “R&D 예산도 뒷받침돼야”

‘에너지·발전’ 부문에 있어서도 첨단바이오 기술은 기후위기 게임체인저이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그중 주목할 기술로는 ‘전기 미생물(Electro-Microbiology)’과 ‘수소화효소(Hydrogenases)’를 꼽을 수 있다.

‘전기 미생물’ 기술은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세균 등 미생물은 음식물 쓰레기나 폐수 등 유기물을 분해할 때 전자가 발생한다. 미생물은 이 전자를 자신이 사용할 에너지 생산 대사 과정에 사용한다.

이때 ‘전기 박테리아’라 불리는 특정 세균종은 자신이 필요한 전자보다 더 많은 여분의 전자를 생성한다. 이 전자들이 세균의 섬모(털)를 통해 외부 금속에 전달되면 전기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응용해 폐수 정화와 동시에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미생물 연료전지(MFC)’다. 

일반적으로 ‘친환경에너지’ 기술이 가진 효율성 부족의 약점에서 전기 미생물 기술은 비교적 자유롭다. IFA-Tulln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MFC 기술은 생분해성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하수 속에 있는 모든 유기물을 의미)에 내제된 에너지의 44%를 전기로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도시 전체 폐수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간 10억6,0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 절감이 가능하다.

‘수소화효소’는 분자상태의 수소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는데 활용되는 효소다. 여러 미생물로 구성된 이 효소는 유기화합물의 발효분해 시 수소기체를 방출한다. 수소화효소로 바이오매스를 분해해 만든 수소를 ‘바이오수소’라고 부른다. 석탄·가스 개질로 생산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그레이 수소’, 비싼 생산 단가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린수소’를 대신해 미래 수소경제를 이끌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화효소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세균과 고세균에서 추출하면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진핵생물(Eukarya)에서도 분포한다. 특히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Thermococcus onnurineus)’라고 불리는 ‘해양 고세균(NA1)’이 생산하는 수소화효소의 성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강성균 해양생명자원연구부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양 고세균에서 추출한 수소화효소는 일산화탄소를 활용한 수소생산성을 크게 증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일반 혐기성 세균을 활용한 바이오수소 생산률 대비 최고 10배 이상 우수한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양 고세균은 80℃의 고온에서 생장하는 고세균이다. 2002년 파푸아뉴기니 해역 열수구 지대에서 KIOST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에 의해 채취됐다.

IFA-Tulln·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생명공학과 첨단바이오 기술은 저탄소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적 변화에 추진력을 더할 수 있는 새로운 절차는 살아있는 세포와 미생물들을 활용한 생명공학 파이프라인에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2030년까지 그린 바이오 산업의 규모를 3배로 늘려 미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처럼 야심찬 계획은 R&D를 위한 상당한 자금 지원과 기술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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