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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㉓] 거대한 ‘정책 전환’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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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이동권 증진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 게티이미지뱅크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이동권 증진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 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매년 4월은 대한민국 사회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성과를 내놓는 시기다.

더욱이 올해 4월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만큼 장애인 정책의 발전과 비전을 논하는 시간이 됐다. 그중에서 이동권 정책은 장애인 단체를 비롯해 정부, 지자체가 연일 관심을 가져온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지만 반복적인 성과 홍보에 적절한 발전을 이루지 못해왔다.

장애인 이동권을 확대 발전했다는 언론 보도의 주요 내용은 지자체나 지방의원 및 국회의원의 성과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확대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교통약자 전반의 이동권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 발전이 고작 차량 몇 대 추가하는 것으로 해결될 리는 없다.

따라서 이제는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대대적인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장애인 이동권의 쟁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간 격차다. 지하철 유무도 장애인 이동 반경이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비수도권에는 장애인의 이동을 확대해 줄 지하철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격차는 시작되는 형국이다.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라 불리는 특별교통수단이 지자체나 국고 지원 예산 규모에 따라 달리 운영되면서 A지역의 장애인은 24시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B지역의 장애인은 저녁 8시면 장애인 콜택시 이용이 중단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개인 간의 격차다. 장애 정도와 신체 기능의 차이도 이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이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장애인의 이동 수준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바로 자가용 구매와 휠체어 등 개인 이동 보조기기를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개조 차량은 매우 비싸다. 고가의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와 그렇지 못한 장애인의 광역 이동 격차는 이미 상당하다. 전동휠체어도 차량 탑재가 가능하거나 휠체어 탈부착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발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가의 비용 지불 여부가 남은 과제다. 또, 민간 플랫폼 택시에서도 이제 교통약자 서비스가 도입됐지만 일반 택시보다 비싼 서비스 비용에 쉽사리 장애인은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서윤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KBS 장애인 앵커

장애인 이동권의 거대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격차 해소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먼저,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서 발생되는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공교통의 접근성을 세부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 몇 대 더 늘리는 것으로 홍보할 것이 아니라 자가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역 내 대중교통 전체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예컨대,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수요응답형 버스, 100원 택시를 비롯해 섬과 섬을 이어주는 선박과 배, 이 모든 것들이 지역 주민들의 발이지만 접근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아 여전히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교통약자의 사각지대를 유발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노출된 장애인콜택시와 저상버스 외에도 더 많은 공공 교통수단의 접근성 향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개인이 마주한 어려움도 해소돼야 한다. 장애인용 차량 개조비용이 너무 비싸지만, 정부의 제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장애인의 운전면허 취득을 독려하고 있는데, 고가의 개조비용 때문에 자가용을 살 수 없는 장애인에게 운전면허 취득을 독려하는 것은 장롱면허 취득을 권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소한 장애인 운전자와 장애 아동·청소년 등 가족 차량에 한해서는 개조비용 지원이나 장기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또, 공적 예산의 투입을 무한대로 할 수 없다면 공급을 분산해야만 한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차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왔다. 차량 구매는 물론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부담이 점차 커지면서 이제는 민간 영역의 확대를 모색해야 할 때다. 장애인 대상 교통 바우처를 대폭 강화하고, 법인과 민간 택시의 유니버설 택시 도입을 전면 지원해 민간 영역에서도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 서비스 수요·공급이 유발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영국·호주·일본처럼 길 위에서 장애인도 동등한 이동 서비스를 활용 할 수 있도록 운송 산업이 확대돼야 한다.

이미 친환경 전기 택시 도입 과정에서의 정부 지원이 보여준 시장의 변화와 효과가 있었기에, 교통약자를 위한 개조 차량과 택시 도입 역시 정부 지원이 탄탄하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유사한 효과를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교통은 과거의 인식처럼 산업 수단이나 경제적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을 꾸려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시민 복지 수단으로 인식되는 만큼 장애인의 교통 복지 실현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이동권 정책의 대대적 전환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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