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봉변 아닌 봉변을 당했다. 부쩍 좋아진 날씨에 창문을 열어뒀는데,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며 굉음을 낸 것이다. 이 소음으로 인해 잠든 아이가 놀라서 울며 깼고, 그렇게 평온했던 저녁 시간도 깨져버렸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B씨도 같은 이유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 배달대행 업체가 들어오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B씨 역시 갓 태어난 아이를 키우던 때라 고충이 더 컸다. 그렇다고 배달대행 업체를 찾아가 항의를 하기엔 무서운 마음이 들었고 이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참고 넘어갔다. 대신, 이사를 할 때 주변에 배달대행 업체가 있는지 여부를 중요한 조건으로 삼았다.
배달 오토바이 소음이 사건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경기도 군포시에서 한 40대 남성이 중국음식 배달전문점 건물 뒤편 창고에 불을 질렀다. 1층은 상가, 2~3층은 주택인 건물로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범행이었다. 다행이 사망자는 없었지만, 4명이 연기를 마셔 부상을 입었다. 주변에 사는 주민이었던 이 남성은 평소 배달 오토바이 소음에 불만을 품어왔다가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달 오토바이 소음 문제는 배달시장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이면에 자리 잡은 대표적인 ‘그늘’로 지목된다. 특히 배달기사들의 처우 및 안전과 배달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 등 다른 문제들에 비해 개선이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토바이 운행 과정에서 소음 발생이 불가피한데다, 단속이나 제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 소음저감 장치를 떼버리기도 한다.
이에 따른 피해는 심각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토바이 주행 순간 1초 소음도는 46.9∼99.7㏈(데시벨), 최고 소음도는 101.5㏈로 나타났다. 열차가 지나갈 때 철도 옆에서 측정되는 소음이 100㏈정도다. 또한 소음도가 100㏈을 넘어가면 난청 증상이 유발되기 시작한다.
밀집 주거지역이나 배달 음식점이 모여 있어 소음 발생이 빈번한 곳은 피해가 더욱 크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 지점 15곳에 오토바이 1만4,607대가 통행했는데 시간당 평균 통행량은 1.9대∼54.3대로 지점마다 차이가 컸다. 통행량이 가장 많은 지점의 경우 오후 7시 기준 시간당 154대의 이륜차가 통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개선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관계당국 차원의 계도와 단속, 점검, 캠페인 등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해 7월 배달대행업체들과 소음 저감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배달대행업체 차원에서는 소음이 심한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배달기사 고용을 지양하고, 시는 소음기 구조변경 원상복구 검사수수료 우선지원과 배달용 전기이륜차 도입 시 우선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배달앱 업계에서도 개선 노력이 이어져왔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물류 서비스 전담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은 배달기사들의 지속가능한 배달환경 조성을 위해 ‘상생지원금 제도’를 운영 중인데, 지원대상 조건으로 소음 기준 준수 여부 확인이 포함된 오토바이 환경검사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이츠도 배달기사들에 대한 무상 안전점검 및 소모품 교체 지원에 소음 측정과 소음 저감장치 상태 점검도 포함시키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의 규제 강화도 있었다. 환경부는 2022년 심야에 지나친 소음을 내는 이륜차를 확성기와 같은 ‘이동소음원’으로 지정함으로써 주거지 내 운행 금지구역과 시간 등을 지자체별로 설정해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근거로 일부 지자체들이 고시를 통한 규제 강화를 단행했으며,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소음이 덜한 전기 오토바이 보급도 해법으로 떠오르며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배달앱 차원에서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 시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고, 도미노피자와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단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및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모습이다. 규제 강화를 통한 대책 측면에서는 지난해 소음허용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한편으론, 각 지자체의 고시를 통한 규제에 대해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기도 하다.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도 전체 배달 오토바이 규모에 비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지원을 받아도 초기 비용 부담이 크고,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충전시간과 주행거리도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목된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소음 피해 해결을 위해 여러 주체들이 전반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지만, 곧장 문제를 해결하기엔 여러 현실적인 걸림돌들이 존재하고 일부 일탈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배달시장이 성숙해나가면서 이러한 문제들도 보다 확실하게 개선될 수 있길 기대하며 배달앱 차원에서의 노력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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