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일 할 사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영향을 더 받는 농촌에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의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가 수는 100만가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농가 인구는 208만명으로 200만명 선을 겨우 넘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농지가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보니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농촌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E-9비자(외국인 비전문취업 비자)’ 쿼터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업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관리를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반대”라고 기재부 관계자는 꼬집었습니다. 외국인력 도입을 둘러싼 두 부처의 입장은 왜 이렇게 갈리는 것일까요?
10일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농림어업 분야 취업자 수는 163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농립어업 분야 취업자 수는 올해 1월(-7000명)부터 2월(-3만3000명), 3월(-5만명), 4월(-5000명), 5월(-3만4000명), 6월까지 상반기 내내 감소했습니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 급감에 기재부는 외국인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늘려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올해 하반기 중 외국인력 비자 개선 방안 등 외국인재 유치·활용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농식품부와 노동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11일 발간한 ‘2024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외국인력 비자 규제 완화를 한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저출생고령화 추세에 맞춰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었죠. 유학생·기업가·고소득자 등에 적용되는 비자 규제를 완화해 이민을 유도하고,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숙련 근로자의 비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숙련인력비자 취득요건 완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가 다수 들어올 경우, 불법체류자 등 관리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입국한 외국 인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을 받은 것도 법무부엔 부담입니다. 감사원은 지난달 16일 발표한 ‘외국인 인력도입 및 체류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전문인력 체류자격 인원 중 11.4%(5584명)가 허용되지 않는 업종으로 변경하는 등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죠. 감사원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사증면제’ 제도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이 불법체류자로 전환돼도 법무부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법무부는 “과거 이민정책 전담조직 추진 선례 분석, 사회 각계 의견 수렴, 주요 선진국 이민정책 체계 분석,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우리 실정에 맞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방안’을 지난해 12월 수립 및 발표했지만, 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폐기되며 무산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지속 협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이민청 등 논의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다시 법무부가 예전의 보수적인 입장으로 회귀한 분위기”라며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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