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9일 철도 지하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상 철도가 지하화되어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철도 부지 주변 토지 소유지들에게도 재산세나 양도세를 올려 개발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다 서울시당은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철도 지하화 연구용역 대시민 보고회’를 개최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1월 ‘철도지하화 및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지난 3월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전문가 토론회도 3차례 열었다. 이날은 그 결과물인 ‘서울 지역 철도지하화 현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려면 6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은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공사를 하고, 지하화가 완료되면 지상부 상가, 주택, 오피스 등을 분양하거나 임대해 나오는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도록 했다.
연구용역을 한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은 지하화가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예산을 투입하자고 했다. 서울 성동구가 주차장 1면을 확보하는 데 3억5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이런 예산을 지하화에 쓰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철도 지하화는 개발 사업이 아닌 주민 복지 사업’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철로가 땅을 가르면서 도시가 불균형하게 성장해 낙후된 지역을 철도 지하화로 발전시키고 단절된 공간을 복구한다는 이유에서다.
철도가 밑으로 내려간 부지를 개발할 때 용적률을 높이고, 현재 철도부지 인근의 기피 시설 부지를 매각하거나 개발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추가 세수 확보도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장 소장은 “개발 이익을 누리는 주변 토지 소유자들에게도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며 “용적률이 높아져 재개발되면 분담금 형태로 개발 이익을 환수하고, (재개발되지 않은 토지는) 양도세, 재산세, 상속세 등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서울을 통과하는 철도 노선 인근 지역의 용적률, 건폐율, 층수, 주택 노후도 등을 분석해 경의중앙선과 경인선이 지하화할 경우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평가했다.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경원선과 경춘선이 앞선다고 했다.
장 소장은 도시철도인 서울 지하철 1~4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방안도 제시했다. 2호선 한양대역~잠실나루역 구간은 기존 철도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대심도로 지하화하고, 성수지선을 기존 2호선보다 한강에 더 가깝게 연장하자고 했다.
서울 도심 구간 철도 지하화는 공사 난이도가 높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도심에 이미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도시철도가 들어서 있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대심도인 지하 60m 밑에 지어지는데, 철도를 지하화하면 이보다 더 깊게 땅을 파야 한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여의도~용산은 지하철 5호선이 한강 밑을 대심도로 지나가 (경부선을 지하화하면) 더 대심도로 뚫어야 하니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철도 지하화는) 환승 역사, 특히 GTX가 들어가는 곳은 더 어렵다. 지상에 대형 민자 역사가 운영되고 있는 곳도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 밑을 파서 철도를 넣는 게 아니라 기존의 지상 철도 위를 ‘인공 지반’으로 덮은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는 철도 부지에 데크를 설치하고 상부를 개발했고,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도 비슷하게 개발됐다. 일본 도쿄 신주쿠역은 인공지반을 만들어 중층 규모의 환승시설을 도입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경부선 철도 도심 구간 지하화는 국비 지원 없이 현재의 특별법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는 2021년부터 경부선 도심구간 지하화 등 개발 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 철도 부지 상부 역세권 개발만으로는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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