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 세계 사람들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그 녀석이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코로나19 환자 수는 최근 한 달 사이 6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방역 수칙 준수 및 백신, 치료제 등 의약품 확보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 코로나19 확진자, 한 달 새 6배 증가… 진단키트·치료제 부족 현상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7월 2주차 148명에서 8월 1주차 861명으로 한 달 새 5.82배 증가했다. 지난 2월 1주(875명) 이후 지속적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6월 말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재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의약품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품절사태까지 발생했다. 약국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7월 28일부터 8월 3일 사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총 5,850개가 팔렸다. 이는 전 주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이는 402처 약국에서 판매된 양으로 약국당 일일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하루 2.08개의 진단키트가 팔린 셈이다.
수원시 A약국의 약사는 “지난 5월 초 만해도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재고가 쌓일 정도로 팔리지 않았었는데 7월 들어 순식간에 동이 났다”며 “인근 병원에서도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부족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주간 사용량은 6월 4주차 기준 1,272명분이었으나 7월 5주차 들어 4만2,000명분으로 33배 늘어났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먹어야 효과가 있는 만큼 물량 부족은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8일 설명자료를 통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원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의 사용량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부족이 발생할 수 있으나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 재고가 동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질병청은 현장에서 치료제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사용량과 재고량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도 주관 하에 지역 내 실시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급관리 물량을 시·도 단위에 추가로 공급 중이다”라고 전했다.
◇ 신종 바이러스 AI로 분석… “기존 오미크론보다 1.2배 잘 퍼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재유행 원인은 ‘KP.3 바이러스’ 때문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7월 기준 KP.3 바이러스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점유율은 45.5%다. 전달 대비 33.4%p 증가했다. 해외 확산 추세도 유사하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KP.3 바이러스 확진자 점유율은 7월 3주 기준 49%로 전주 대비 9.4%p(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KP.3 바이러스는 올해 상반기 유행한 오미크론 JN.1의 변종이다. JN.1보다 S단백질에 3개의 추가 변이를 갖고 있다. 특징은 부모 바이러스인 JN.1종보다 ‘면역회피능력’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도쿄대학교 미생물학·면역학과 시스템 바이러스학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8월호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KP.3 바이러스를 포함한 JN.1 하위 변종은 부모 JN.1과 비교해 면역회피 및 상대유효재생산수(Relative Effective Reproduction Number, Re)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상대유효재생산지수는 집단 면역과 통제 조치 효과를 고려한 후 감염된 사례에서 발생하는 평균 2차 확진자 수다. 쉽게 말해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기존 오미크론에 걸렸거나 백신 접종을 맞은 사람도 KP.3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높다는 것이다.
도쿄대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 KP.3 바이러스의 상대적유효재생산수를 추정했다. AI모델은 ‘베이지안 다항 로지스틱 회귀(bayesian multinomial logistic regression)’ 알고리즘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국내 AI 1세대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오래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지만 데이터가 적을 때 효과적인 모델이다.
연구팀은 이 AI모델로 올해 5월 변종이 확산된 미국, 영국, 캐나다의 유전체 감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KP.3 바이러스의 상대적유효재생산수는 JN.1보다 최대 1.2배 이상 높았다. 유사 변종인 KP.2 바이러스 보다도 조금 더 높거나 비슷했다. 또 다른 변종인 LB.1 바이러스와 KP.2.3 바이러스의 상대적유효재생산수는 JN.1보다 각각 최대 1.5배, 1.45배 이상 높았다. 오미크론 변종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제2의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KP.2.3 바이러스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감염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도쿄대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 결과 LB.1 바이러스와 KP.2.3 바이러스의 상대적유효재생산수 값이 KP.2와 KP.3보다도 높게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조사한 세 가지 변종이 KP.2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 치명률 낮지만 고령층엔 위험… 확진자 접촉 시 ‘10일 이상’ 자가 격리 효과적
물론 전문가들은 최근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들의 위험성 자체는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당 변종들은 모두 좀더 ‘약한’ 오미크론에서 유래된 것들이다. 실제로 오미크론의 경우 과거 확산됐던 델타 바이러스 대비 치명률이 현저히 낮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 치명률은 0.18%로 델타 바이러스 치명률 0.70% 대비 4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고령 환자들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 병세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2022년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환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은 23%이다. 최악의 팬데믹이라 불렸던 ‘스페인 독감’ 사망률이 1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위험한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령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별로는 전체 입원환자 수 1만2,407명 중 65세 이상 환자가 8,087명(6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64세 2,251명(18.1%), 19~49세 1,283명(10.3%) 순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해 누구나 방역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손 씻기, 백신 접종, 위생관리와 함께 가장 중요한 방역대책은 ‘자가 격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및 증상 발현 경과 시간에 따라 전파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을 시 올바른 자가 격리일을 준수해야 2차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은 2022년 오미크론 변이 관련 접촉자 추적관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확진자와 밀접 접촉 후 확진 판정을 받는 기간은 평균 3.7일이었다. 3일차에 확진 여부가 판명될 확률은 50%였다. 5일차에는 70%로 크게 증가했다. 이후 10일이 되면 99.1%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10일 이상이 지날 경우 확진 혹은 미확진 결과가 거의 100% 판명된다는 의미다. 즉, 가장 안전한 자가 격리일은 ‘10일’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질병청은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으로 실내 환기가 부족하고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해 호흡기 감염병 유행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며 “실내 환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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