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8일 사망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사건 종결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 초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지난 6월27일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 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평소 지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어 괴롭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8일 “제재 규정이 없으므로 위반 행위도 없다는 황당한 결정을 내린 이후, 권익위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 한 사람을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고통과 모멸감을 안긴 사람들은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여년간 부패방지 업무를 수행한, 최고의 전문가로 주변에 평가를 받아온 고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사실상 윗선의 압력에 의해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면 그 괴로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되질 않는다”며 “참담한 마음으로 묻는다. 고인에게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인 수뇌부 인사는 누구인가. 그 수뇌부 인사는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서 무리한 요구를 했나”라고 물었다.
김민규 개혁신당 대변인은 9일 “생전 고인은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송 사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정치적으로 대립이 극렬한 사안들을 담당했다”며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권익위의 사명을 품고 국가에 헌신하던 공무원의 삶을 옭아매던 것은 정치였다.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며 괴로워하던 공무원에게 해답은커녕 부담만 떠넘기던 정치권력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처리를 두고 실무를 맡은 공직자들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익위의 종결 처리가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면, 이 나라의 부패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공직자가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죽음으로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의를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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