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공항을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공항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식품기업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공항이나 휴게소, 병원, 테마파크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보통 식음료 사업을 식품기업에 위탁해 운영한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런 형태를 컨세션(concession·양도) 사업이라고 한다. 현재 인천공항에서는 SPC그룹과 아워홈, 롯데GRS, 풀무원푸드앤컬처 같은 식품·외식기업이 컨세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공항 여행객 발길이 끊기면서 사업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간 매출은 예상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사정이 뒤바뀌었다. 공항 바깥 외식 시장은 얇아진 소비자 지갑에 움츠러들었다. 반면 공항 내 레스토랑은 연일 북적이고 있다. 식품·외식 기업들은 올해 일제히 대규모 매장을 새로 열며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컨세션 사업을 벌이는 대표적인 식품기업 롯데GRS는 올해 1분기 인천공항 컨세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뛰었다. 상반기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25% 매출이 늘었다.
롯데GRS는 2018년부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김해공항에서 컨세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컨세션 사업이 활기를 띠자 지난달 320석 규모 대형 푸드코트 ‘플레이팅3′를 새로 열었다.
이 푸드코트에는 소담반상과 효자곰탕, 호호카츠 같은 브랜드 매장 6개가 들어섰다. 모두 공항 컨세션 사업을 위해 롯데GRS가 자체 개발한 직영 브랜드다. 롯데GRS는 컨세션 사업 부문 이름을 신성장 사업 부문으로 바꾸고, 해당 사업부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여러 외식 브랜드를 키우고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공항에 49개 사업장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2015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컨세션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아워홈 역시 팬데믹 시기 인천공항 컨세션 사업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0년 매출은 2019년보다 80% 넘게 줄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인천공항 제1터미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치솟았다. 제2터미널에서도 매출이 65% 급증했다.
아워홈은 2분기 이후 K-푸드를 중심으로 한 푸드코트를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 6월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K-푸드를 중심으로 한 한식소담길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제2터미널에 대형 푸드코트 ‘컬리너리스퀘어 바이 아워홈’을 선보였다.
차기팔 아워홈 GP사업부장은 “아워홈이 축적한 컨세션 사업 운영 노하우와 글로벌 미식 문화를 접목해 인천공항에 푸드코트를 새롭게 열었다”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과 국내 공항 이용객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SPC그룹 역시 지난해 인천공항 컨세션 사업 매출이 이전 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외식기업에 컨세션 사업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외식 시장을 대신할 새 먹거리다.
공항에서는 특정 식품·외식기업 식당 외 다른 음식점을 찾아볼 수 없다. 컨세션 사업은 해당 장소에서 다른 먹거리를 찾아볼 수 없는 특수 상권 지위를 누린다. 자연스럽게 손님이 몰릴 뿐 아니라, 독점적인 브랜드 파워를 발휘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 성수기에 해당하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1일 사이 인천공항을 찾는 국제선 탑승객 수는 팬데믹 이전 2019년보다 많을 전망이다. 하루 평균 국제선 이용객은 21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17만8997명)보다 20% 정도 늘어난 기록이다.
국제선 운항 횟수도 상반기 19만8079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7803회보다 34% 늘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항은 특성상 임차료가 높지만, 일정 수준 이상 탑승객 수가 유지되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에 편의성만 앞세워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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