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매년 4억톤 이상 쏟아지는 플라스틱은 환경 문제의 주범이다. 특히 난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것이 해양에서 분해되면 작은 입자의 미세플라스틱이 돼 생태계를 교란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40여 년간 미세플라스틱 종류가 2종에서 20종으로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자연 분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안정호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이 미생물에서 유래한 효소로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을 생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폴리에틸렌은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다. 포장재, 비닐봉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 중에서 35%를 차지하기도 한다. 편리함과 반대로 위험성은 크다. 쉽게 썩지도 않고 분해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해양에 방출될 시 바다거북, 물새, 물고기 등이 삼켜 죽거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 전반을 교란한다. 또한 폐기를 위해 소각할 시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이처럼 ‘질긴’ 폴리에틸렌을 친환경 방식으로 분해하고자 KIST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버려진 비닐봉지들이었다. 해양과 토양에 버려진 폴리에틸렌 제품은 대부분 태양광에 의해 산화된 형태로 존재한다. 이 상태의 폴리에틸렌은 분자 형태가 변형된 것이다.
연구진은 태양광으로 산화돼 약해진 폴리에틸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 발굴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합성고분자인 폴리에틸렌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진 지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유력한 후보로 판단했다. 이후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지질 분해 효소 정제 및 생산 공정을 개발, ‘Pelosinus fermentans lipase 1(PFL1)’라는 효소를 찾아냈다.
새롭게 발견된 이 지질 분해 효소는 혐기성 세균인 펠로시누스 퍼멘탄스(Pelosinus fermentans)에서 유래한 것이다. KIST 연구진은 이 효소를 광산화된 폴리에틸렌에 적용했다. 그 결과, 생분해 정도를 나타내는 중량평균분자량이 44.6%, 수평균분자량이 11.3% 감소했다. 또한, 전자현미경으로 분해된 폴리에틸렌 표면에 찢어짐과 갈라짐이 발생한 것을 관찰해 효소에 의한 폴리에틸렌의 생분해 과정을 확인했다.
KIST 연구진은 “PFL1 효소는 재생가능한 원료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유독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기술”이라며 “또한 생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알코올, 카복실산 등은 플라스틱 재합성이나 화학 소재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안정호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새로 발굴된 효소는 기존에 처리가 곤란했던 난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분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기술의 상업화를 통해 포화상태에 이른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리소스 테크놀로지(Bioresource Tech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및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 ‘베테랑2’ 황정민의 ‘서도철’이 돌아왔다
- ‘속 보이게’ 투명한 AI가 이용자 신뢰를 세운다
- [Tech Tree] LG전자, 고효율 히트펌프로 유럽 에어컨 시장 잡는다 外
- 정부, ‘제2의 티몬‧위메프’ 어떻게 막을까… 대책 마련 ‘고심’
- 지프, 대구 이어 부산도 딜러사 교체… 경상권 서비스 정상화 고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