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시대에 출산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게 말이 될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회사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시대에 살고 있었다. 이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인 A씨의 이야기이다.
A씨의 직업은 변호사로, 해커스로스쿨학원에 따르면 업계 평균 연봉이 2억원이나 되는 직군이다. 법조계인 만큼 어디 하나 모자람 없는 엘리트 집단이렷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법을 어기고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법조계에서 일어났다.
B 법무법인(이하 B 법인)이 출산 휴가를 끝내고 복직하려는 변호사 A씨에 돌연 해고 사실을 알렸다. 7일 법률신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9월 로펌에 입사했으며, 둘째 자녀 출산을 위해 2020년 10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계획안을 제출했다. 11월부터 첫째 자녀 육아휴직 3개월 사용 후 둘째 자녀가 태어나면 출산휴가 3개월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B 법인은 A씨가 육아휴가 및 출산휴가를 다녀오겠다고 제출서를 계획할 때 승인했지만, 복직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 B 법인은 총무부장을 통해 말을 바꿨다. 대표변호사의 ‘출산휴가를 마친 후 더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라고 한다’는 말을 전달한 것이다.
A씨는 2021년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이를 승인했다. B 법인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기각당했다. B 법인은 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에 나섰다.
B 법인은 법원에 “법무법인 소속 여성변호사의 경우 출산 시 소속 로펌을 사직하는 게 변호사 업계의 관행일 뿐 아니라 A 법인 내부적으로 B 씨 이전에 소속 여성변호사 중 그와 같은 사유로 사직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B 법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 업계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관행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한편 B 법인 대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약식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선고를 유예하여 감경됐다.
박채아 / chaeA.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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