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성실히 수사하고 결과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주길 바랍니다. 성실히 수사하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불송치일 수밖에 없다면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단순히 집게손이 광고계 금기여서, 피해자가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글을 써서, 극렬 페미니스트가 존재해서가 아닌 각각의 가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원합니다”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피해자 고소대리인)
경찰이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피해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경찰을 향해 “성평등한 관점에서 사건을 공정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 경찰,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재수사 결정…피해자에겐 언질 없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18개 단체가 모인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공대위)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을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서초경찰서를 규탄하며 이 같이 말했다.
마녀사냥 피해자 A씨의 고소대리를 맡은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경찰의 공정하고 성실한 수사를 믿었으나 경찰이 구체적 사유 없이 수사를 종결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언론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졌음에도 모든 후속 취재를 거절한 채 고소를 진행해왔다. 경찰이 공정하고 엄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성실히 수사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며 “경찰이 보낸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명예훼손, 모욕, 신상유포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서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를 지목해 온갖 비난이 행해진 게시물에 적힌 댓글들을 고소했는데 불송치 결정을 내린다면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며 “(통지서에) 신상유포에 대한 어떤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에 대해서는 괴롭힘이 발생한 X(옛 트위터)에 대해 수사 실익이 없다고 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성실히 수사하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불송치일 수밖에 없다면 이유를 설명해달라. 단순히 집게손이 광고계 금기여서, 피해자가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글을 써서, 극렬 페미니스트가 존재해서가 아닌 각각의 가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피해자가 고소한 41건의 온라인 괴롭힘을 모조리 불송치 결정한 서초서의 논리가 가해자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서초경찰서의 수사결과 통지서는 지독한 성차별 편향과 페미니즘에 대한 오류로 가득한 2차 가해”라며 “도저히 경찰이 작성한 공문서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는 경찰의 입장에 대해 “일부 여성혐오자들의 반사회적 주장과 행위를 규제하기는커녕 이를 여과없이 수용하며 풍토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실제 그림의 작화자인 남성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미니즘에 동조한 여성 피해자를 공격대상으로 삼았다”며 “이는 명백한 혐오범죄임에도 경찰이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서초서의 불송치 결정이 마녀사냥 가해자들의 괴롭힘을 정당화하고 피해자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근거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이번 서초서의 형식적인 사건 처리 방식이 온라인 괴롭힘에 정당성을 부여해 더 많은 여성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위축된 피해자들은 더는 경찰과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기에 사적 보복이나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선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서초서가 재수사를 결정한 점에 대해 “경찰의 태도와 시스템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재수사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의 의무를 잊지 않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수사를 요구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마녀사냥 피해자 A씨는 범 변호사의 대독을 통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암담한 날들이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이유들이 받아들여지면 제 뒤에 나올 피해자들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며 공론화를 결정한 배경을 전했다.
이어 “고소대리인인 범 변호사와 한국게임소비자협회의 도움으로 사건이 보도되자 더 많은 분들이 연대에 참가해주셨다”라며 “저 혼자서는 못했을 일들이다. 성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초서에 ‘성차별적 수사에 분노하는 시민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탄원서 70개 단체와 1977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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