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박태준(20·경희대)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남자 태권도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16년 만이며, 58kg급에서는 최초다. 하지만 이렇게 영광스러운 순간에도 박태준은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8일(한국시간) 박태준은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마고메도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마고메도프는 박태준과 결승전에서 1라운드 1분 7초를 남겨두고 발차기를 시도했다가 서로 다리가 엉키면서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하던 마고메도프는 왼쪽 정강이 부분을 계속 매만졌다. 그러면서도 심판에게 경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당장 기권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몸 상태로 경기를 계속한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공세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감점받기도 했다. 마고메도프의 부상 투혼에 관중들은 되레 큰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고메도프의 움직임은 둔해졌다. 마고메도프는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박태준의 몸통 발차기에 적중당한 뒤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돌렸다. 기회를 잡은 박태준은 밀어차기를 시도하는 등 공격을 했고, 결국 마고메도프는 매트에 쓰러졌다.
이때 직관하던 관중들은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마우스피스까지 빠질 정도로 힘겨워하던 마고메도프는 결국 더는 경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고, 박태준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기권을 택한 마고메데프와 포옹을 나눈 박태준은 상대가 매트에서 내려가기를 기다린 후 태극기를 들고 공중돌기 세리머니를 했다. 또한 박태준은 메달 시상식에 입장할 때 마고메데프를 부축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박태준은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고 나서 발로 차면 비매너지만, 하기 전까지는 발이 나가는 것이 규칙이다. 심판이 갈려를 하지 않아 호구 쪽으로 발을 밀었는데 상대가 넘어졌다”며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국제대회 때 자주 보던 선수고, 알고 있던 선수여서 끝나고 대화를 했다.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마고메데프가 ‘격투기 종목이고 스포츠이니 당연히 부딪힐 수 있고, 괜찮다’고 하더라. 축하한다는 말도 해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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