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로봇 기술을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용하며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키우고 있다. B2B(기업간거래)를 대상으로 한 ‘클로이(CLOi) 로봇’과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에서 활약하는 ‘로봇청소기’가 그 주인공이다.
같은 LG전자 로봇이라도 차이는 있다. 클로이 로봇은 개발부터 생산(충전기 제외)까지 LG전자가 직접 맡았다. 반면 8월 중 출시하는 일체형 로봇청소기의 경우 중국 기업과 함께 개발과 설계를 진행했다. 최종 생산도 중국 기업이 맡는다. 차별화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목적의 서비스 로봇과 달리, 로봇청소기에선 중국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7월 클로이 로봇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은 ‘클로이 서브봇(ServeBot)’을 리테일 매장, 호텔, 병원, 식당 등 공간에서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 사내벤처에서 개발한 ‘튀봇(TuiiBot)’도 구독 서비스로 선보였다.
서브봇과 튀봇의 구독 계약기간은 3년으로 월 구독료는 각각 66만원과 140만원이다.
LG전자는 기존 중국과 자회사(로보스타)로부터 클로이 로봇을 공급받던 것에서 지난해 100% 자체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태양광 패널 사업 종료로 남아 있던 구미 퓨처파크의 생산라인을 로봇 생산으로 바꿨다. 구미 퓨처파크에서는 LG 클로이 UV-C봇을 제외한 가이드봇, 서브봇, 캐리봇 등 전 라인업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물걸레 기능이 탑재된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8월 중 내놓는다. LG전자는 4월 로봇청소기 ‘B-95AW’의 전파인증 적합성 평가를 완료하고, 특허청에도 ‘로보킹 AI 올인원’ 상표명을 출원했다.
LG전자는 그동안 ‘코드제로 로보킹’,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M9’ 등 로봇청소기를 국내 기업인 신성델타테크와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했다. 하지만 8월 출시할 ‘로보킹 AI 올인원’은 중국 실버스타그룹과 함께 JDM(Joint Developing Manufacturing·합작 개발 생산) 방식을 택했다.
JDM은 ODM과 OEM의 중간 형태로, 제조사와 주문자가 함께 의견을 조율하며 제작하는 방식이다. LG전자와 실버스타는 기술 개발과 설계를 함께 진행했고, 생산은 실버스타가 맡았다. LG전자는 2023년 말 출시한 2024년형 LG그램 노트북에도 JDM을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JDM 업체로 중국 기업을 택한 것을 수익성 개선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공급망 관리(SCM) 전략으로 풀이한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권을 잡은 한국 가전 시장에서 유독 로봇청소기는 로보락이 2022년부터 3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인 중국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에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점유율 46.5%로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가 가능하고 물걸레 자동 세척 기능도 갖춘 일체형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면서, 중국 제품의 약점으로 꼽히는 보안과 사후관리서비스(AS)에서 경쟁력을 부각할 방침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JDM 방식을 통한 원가절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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