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한국계 한 초밥 체인이 워킹홀리데이나 취업 비자로 일해온 한국인 종업원 등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다가 100억원대 벌금을 내게 됐다. 법원은 이 회사의 임금 체불을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착취 행위”라고 판단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법원은 지난 5일 현지 초밥 체인 ‘스시 베이’가 종업원들에게 수년간 급여를 누락하거나, 고의로 주지 않은 혐의를 인정해 4개 계열사에 1370만 호주달러(12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 방송이 보도했다. 법원은 이 회사 소유주인 신아무개씨에게도 벌금 160만 호주달러(14억원)를 내도록 했다.
방송에 따르면, 스시 베이는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직원 163명에게 급여 65만 호주달러를 지급하지 않았다. 피해를 본 직원 대부분은 워킹홀리데이나 취업 비자로 일해온 한국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렵게 돈을 벌거나, 경험을 쌓기 위해 25살 이하 젊은이들이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초과 근무수당과 휴일수당, 연차 수당 등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또 취업 비자 보증을 서주는 조건으로 임금 일부를 떼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회사가 이들에게 주지 않은 급여가 개인별로 최소 48호주달러에서 많게는 8만4천여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스시 베이는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실제 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않거나, 근무 시간을 가짜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판부는 “엄청나게 많은 불법 행위가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며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를 착취한 뒤, 오히려 이를 은폐하려 한 뻔뻔하지만 결국 실패한 시도”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직장 규제기관인 공정근로 옴부즈맨(FWO)이 불법 행위를 파악해 법정에 세웠다. 스시 베이에서 일하던 직원 가운데 2명이 임금 미지급에 대해 먼저 신고했고, 공정근로 옴부즈맨이 이 회사의 모든 매장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끝에 이런 판결을 끌어냈다. 공정근로옴부즈맨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앞서 스시 베이가 2019년에도 비슷한 일로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는데,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해 이들을 착취해왔다”며 “법적 조처를 통해 처분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벌금이 나왔다”고 에이비시 방송에 말했다. 또 공정근로옴부즈맨은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를 상대로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규제 당국은 모든 권한을 이용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개인과 기업을 추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홍석재 기자 /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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