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시사교양국’의 명칭을 ‘교양국’으로 변경해 시사프로그램을 축소하려는 의미가 아니냐는 내부 문제제기가 나왔다. 사측은 큰 의미 없는 변경이라는 입장이다.
SBS는 지난 5월7일 ‘조직 단순화’ 골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사교양본부와 라디오센터가 합쳐져 ‘제작본부’로 통합됐는데, 본래 시사교양본부 산하에 있던 ‘시사교양국’이 개편 후 제작본부 산하에선 ‘교양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에 SBS 내부에서 ‘시사교양국’ 명칭 중 ‘시사’가 제외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노조)는 6일 노보를 통해 지난달 30일 올해 2분기 제작편성위원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시사’ 명칭을 뺀 것이 시사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려는 의도 아니냐 지적하자 사측은 “조직개편으로 ‘미디어기술연구소’가 ‘기술연구소’로 바뀌는 등 전체적으로 부서 이름의 길이가 많이 줄었다”며 다른 의미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사측은 과거에도 ‘교양국’ 명칭이었던 적이 있다며 “이름을 바꿨다고 시사를 못하게 되거나 기존에 하던 프로그램을 안 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업 PD 등이 시사교양국이라는 이름이 더 정체성이 맞지 않느냐고 한다면 연말 조직개편에 한 번 더 반영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노조는 질의 과정에서 KBS 사례를 들기도 했다. KBS는 시사교양국을 폐지하고 시사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면서 시사를 뺀 ‘교양다큐센터’를 만드는 등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구성원들로부터 사회비판적 프로그램을 축소시키기 위한 ‘밀실 조직개편’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7일 통화에서 “시사교양국을 교양국으로 이름을 바꾸는 건 위에서의 일방적 교체다. 아울러 이름이 대상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교양국’으로 명칭이 바뀐 건 바깥에서 볼 때 ‘시사를 왜 뺐지’ 하는 시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BS미디어넷 인수 관련 빚보증 서고 10원도 안 받은 SBS” 비판도
노조는 SBS가 SBS미디어넷 인수 관련 1000억 원 대 빚보증을 서고 수수료 등 일체의 대가를 받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SBS 자회사 ‘스튜디오프리즘’은 지난 2월 태영그룹 지주사이자 SBS의 대주주인 TY홀딩스의 자회사 SBS미디어넷을 인수했다. 스튜디오프리즘은 SBS미디어넷을 TY홀딩스로부터 1627억 원에 인수하면서 1300억 원을 연 6.5% 이자 지급 조건으로 특수목적법인으로부터 빌렸고, SBS가 신용보강(조건부 채무 인수협약), 즉 빚보증을 섰다.
노조가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에 SBS가 신용보강 대가로 스튜디오프리즘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등 반대급부가 있냐고 묻자, 사측은 없다는 취지로 답하며 투자 행위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반대급부로 본다고 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SBS미디어그룹 간 거래일지라도 막대한 금액에 대한 채무보증을 서고도 일체의 대가를 주고 받지 않은 건 배임 등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반대급부라고 본다는 사측의 대답은 누가 봐도 ‘자회사 봐주기’이자 그간 강조했던 ‘자회사 독립 경영 보장’이 헛구호였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까지 미디어넷 인수로 인한 승자는 현금 1627억 원을 확보한 TY홀딩스 뿐이다. 스튜디오프리즘은 매년 100억 원에 육박하는 이자를 갚아야 하며, SBS도 막대한 신용 리스크를 안게 됐다. 미디어넷 인수 건이 SBS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끝까지 살펴보며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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