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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정치 의제로 띄우고 있다. 야당의 특검법, 탄핵안, 청문회 추진 등으로 국회가 극한 정쟁으로 얼룩진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정책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침 여야가 22대 국회 들어 정쟁 속에 방치된 주요 민생법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한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 문제를 다루기 위한 여야 지도부 간 토론에 응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연임이 확정적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나오면 더 좋겠지만, 어렵다면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과 공개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전날에도 당 대변인을 통해 국내 증시 폭락 상황과 관련해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향해 공동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비상한 경제 상황에서 금투세를 얘기하는 게 맞느냐”며 “한심한 것 같다”며 한 대표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국회에서 ‘금투세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로 했으나 취소했다. 이를 두고 증시 폭락 사태로 금투세 문제에 예민해진 여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긴급 비상경제 점검회의’를 개최하게 돼 연기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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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소득(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에 대해 과세(소득의 20%·3억 초과분의 25%)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정부·여당은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는 금융투자로 5년간 5억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금투세 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 같은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야당이 금투세 폐지를 수용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 추진을 두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주식 소득 5000만원 이상에 과세하는 금투세 폐지를 소액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자신들은 금투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낮지만 고액을 투자하는 주식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 자본시장으로 더 많은 돈이 유입돼 투자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금투세가 자신들이 여당일 때 도입하기로 한 제도인 만큼 당장 폐지를 논하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폐지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지만,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고 새롭게 지도부가 구성되면 분위기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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