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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통신조회, 뉴스타파 ‘윤석열 명예훼손’ 무리한 수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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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 형사합의21부 허경무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작성한 공소장을 보고 “사건의 핵심인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해당 내용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적용됐다면 적절한 내용이겠지만, 명예훼손 사건에서 이 내용이 들어가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은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를 보도했는데 검찰이 이 보도가 허위이며 윤석열 당시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만배·신학림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기소한 사건이다. 해당 보도에선 2011년 당시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조우형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통상 앞으로 진행할 재판의 계획을 잡는 날로 검찰은 공소사실과 증거 등을 정리하고 피고인 측은 자신들의 개략적인 입장을 밝히는 날인데 이례적으로 판사가 공소장을 한줄 한줄 지적했다. 이날 지적의 핵심은 검찰이 피고인 4명의 공소사실(범죄혐의)을 적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련 내용 등과 같이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었다. 

허 판사가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 공소장 같다고 한 이유는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은 특정 후보를 당선·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다. 비방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으로 공익적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 

검찰이 공직선거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한 이유는 일단 공소시효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들을 지난 7월에 기소했는데 공소시효가 지났기에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할 경우 뉴스타파 보도가 공익적인 보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통상 대선 후보 검증 보도의 경우 공익성을 인정한다. 검찰이 이 부분을 돌파하기 위해 ‘피고인들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해당 내용을 보도해 이재명 후보를 당선(윤석열 후보 낙선)시키려 했다’는 가설을 세웠고, 판사가 보기엔 결과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소장 같았던 것이다. 

▲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비판보도와 민주당 연결고리 찾는 검찰 수사 

지난해 10월11일과 12일 중앙일보 <[단독] “野김병욱 보좌관이 尹상관 둔갑”…허위보도 연루 의혹>, <“김병욱 보좌관이 최재경으로 둔갑” 검찰, 대선 허위보도 의혹 수사>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은 김병욱 당시 민주당 의원 보좌진 최아무개씨의 발언을 최재경 전 중수부장의 발언으로 조작해 보도해 윤석열 후보를 명예훼손 했다는 혐의로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자택, 최씨 국회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리포액트 보도의 주된 내용도 검사 시절 윤석열 후보가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의 정치적 효과는 윤석열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언론보도 배후에 이재명 후보가 있던 것 아니냐는 프레임 만들기다. 검찰은 한상진 기자와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전 JTBC 기자)의 자택과 뉴스타파 사무실에 대해 지난해 9월, 김용진 대표의 자택을 지난해 12월 각각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후보 비판기사를 쓴 언론인과 민주당 측의 연관성을 찾고 이 프레임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던 시기다. 

검찰 입장에서 볼 때 뉴스타파 보도와 리포액트 보도의 차이는 전자의 경우 민주당과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리포액트 보도는 친명계 의원 측과 언론보도를 엮어낸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3000여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이 사실이 7개월만인 지난 2일 당사자들에게 통보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은 ‘3000여명을 통신조회 했다’는 뉴스토마토 보도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통신조회 통보문자를 받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일 JTBC에 “수사가 끝나더라도 개인정보를 폐기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며 “사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오늘 기자가 지난 2일 받은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 미디어오늘 기자가 지난 2일 받은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통신조회로 드러난 검찰 수사 방향의 문제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했다”며 “수사팀은 가입자 조회 결과 사건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통화 상대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입자 확인 절차는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며 “통신영장이 발부된 대상자들이 주로 언론인이고, 일부 민주당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보니 그 통화 상대방에 다른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어 가입자 조회가 이뤄진 것일 뿐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대대적인 통신조회가 있었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으로 보긴 어렵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검찰은 법원 영장을 통해 확보한 적법한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수사대상자의 통신내역(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서만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반면, 확보한 통신내역에 있는 수천명의 통화대상자 전화번호의 인적사항은 법원 허가없이 수사명목으로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라며 “3000여 명의 통신이용자정보가 모두 수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도저히 어렵고, 검찰도 그 모든 사람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사상 필요성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발 양보해서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검찰의 해명을 수용하고,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진위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사안이니 덮어두고 검찰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까지 접어둔다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태도와 수사 방향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통령 비판 보도에 특별수사팀을 꾸려 진행한 만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그 정도의 노력을 들여 수사했는가라는 반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혐의가 나올 때까지 탈탈 털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론전을 한다는 비판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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