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압록강 일대 홍수로 여러 제방 무너져
‘독재’ 北, 민심 잠재울 유일한 방법 ‘국방력’
“김정은, ‘리더십’ 지키려 러시아 지원도 거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침수 피해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부 결속에 더 무게를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난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자연 재해까지 덮쳐 국방력을 과시해 북한 민심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지난 2일 위성사진에 포착된 북한 모습은 압록강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하류 지역 여러 곳의 제방이 무너진 상태였다.
위성사진을 보면 압록강 위화도의 동하리 마을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다수의 제방이 무너져 저지대가 물에 잠겼다. 위화도를 가로지르는 4㎞ 길이의 긴 물줄기가 새로 생긴 것도 확인됐다.
위성 사진상으로는 신의주 정수장이 물에 잠겨 있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말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침수됐을 수 있단 가능성도 거론됐다. 정수장이 침수됐다면 식수 부족은 물론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예상치 못한 큰 피해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발길은 핵 무력 행사로 향했다. 국방력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평양에서 진행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을 열어 “가급적으로 빠른 시일내에 일체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수 있는 보다 완비되고 보다 향상된 수준의 핵력량태세를 구비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최근 흉흉해졌을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진단이 나온다. 독재 체제인 북한의 경우 대내외적인 위기가 왔을 때 군사적 행사를 통해 지도자의 권재를 과시하고 튼튼한 국력을 보여줌으로써 부정 여파를 상쇄시킬 수 있단 분석이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는 물론 러시아의 지원 손길을 거절한 것을 두고 현재 수해 사태를 리더십의 손상 없이 위기를 돌파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핵 역량’ 과시 또한 이 일환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성훈 경민대학교 겸임교수는 “수해 등 국가적으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비쳐질 때는 북한 체제에 이상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게 (민심에) 좋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행보가 일부는 통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무기체계를 멋지게 전시해 놓고, (본인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북한 같은 독재 체제에서는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가 상당한데 러시아의 지원 제안까지 거절했단 것은 아직 자력으로 해 볼만 하단 판단이 있었단 분석도 있다.
전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는 (본인 리더십 향상을 위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급했으면 김 위원장이 선뜻 응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해 지원 응답과 관련해서는 아직 수해 복구가 완전히 되지 않은 만큼 차후 러시아는 물론 우리 정부의 지원 제안을 수락할 수 있단 가능성도 나온다. 통일부의 입장대로 북한이 공식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단 점에서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힌 바로 이튿날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 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구조 임무 수행 중 여러 대의 직승기(헬리콥터)들이 추락된 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모략 선전에 집착하는 서울 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수재 지원 제안에 북한의 공식적 응답이 없어 긍정적 호응을 기대한단 입장을 밝혔다. 현재 남북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매일 아침 9시, 오후 5시 접촉을 계속 시도 중이다.
전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미묘한 부분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지금 필요 없다’고 얘기를 한 게 아닌 것이다. 그건 카드로 남겨둔 것”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정부나 적십자가 아니고 언론이었다. 그러니 여차하면 남쪽으로부터 지원을 생각도 조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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