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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에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당사자로 허위 지목된 애니메이터가 온라인상 모욕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페미니즘에 동조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려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애니메이터 A씨가 자신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을 작성한 누리꾼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했다.
‘집게손’ 논란은 지난해 11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넥슨 등 여러 게임사에 납품한 홍보 영상을 두고 일부 누리꾼이 ‘남성혐오의 상징인 집게 손 모양이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누리꾼들은 ‘집게손’에는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스튜디오 뿌리 직원인 A씨가 해당 장면 콘티를 그린 것으로 지목됐다. 이후 해당 콘티를 그린 애니메이터는 A씨가 아닌 40대 남성이었으며 이 콘티를 검수하고 총괄 감독한 이 역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으나 A씨의 실명과 사진 등 신상이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고 모욕 등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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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씨는 지난 6월14일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서초경찰서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사건을 전부 각하하고 수사 결과 통지서에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보인다”며 문제의 게시글을 작성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스튜디오 뿌리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사과문을 게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찰은 또 A씨가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의 글은 A씨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 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 덧붙였다.
통신매체이용음란 건과 관련해서도 “혐의는 상당하나 (모욕성 글이 게시된) 트위터는 미국 소재 기업으로 해외기업 공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트위터는 강력범죄에만 자료제공 요청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범죄 특성상 회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수사를 계속할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A씨 측은 수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의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하는 범유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A씨가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도를 넘는 모욕이나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을 감당할 이는 전혀 없다”면서 “피의자들이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하더라도 누군가를 비방했으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적용 가능한데, 경찰이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셈”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범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와 관련해선 구체적 수사를 하지도 않고 공조 협조를 받기 어렵단 이유로 각하했단 점에서 경찰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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