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가 대중교통전용지구인 신촌 연세로에 다시 일반 차량 통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승용차가 다니는 것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는 차량 통행이 막힌 것과 상권 쇠퇴는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6일 서대문구 창서초등학교에서 열린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정책 방향 결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연세대 삼거리~신촌로터리까지 연세로 550m 구간은 2014년 1월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으로 지정됐다. 이후 보도 폭이 3~4m에서 7~8m로 넓어졌고 차로는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 쉽도록 보도와 차도 단차가 없어졌고, 보도 위 노점도 없앴다.
서대문구는 연세로에 일반 차량 통행이 막히면서 유동인구가 줄었다면서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1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모든 차량이 운행할 수 있도록 시범 운행했다.
이진구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신한카드사 매출 자료를 이용해 차량 통행이 9개월 간 해제되자 신촌 상권 매출액이 6.3% 늘었다고 분석했다. 점포당 매출액은 6.2% 많다. 정영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세로에 차량 통행이 재개되면 정체를 빚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호 운영을 개선하고 움푹 들어간 노선버스 정류장을 신설해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축사에서 “차가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차량 통행을 허용한 작년) 1~9월 유입 인구가 300만명이나 늘었다”면서 “연세로에 차가 다녀도 7~8m 보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버스킹이나 행사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황원근 서대문구 안전건설국장은 “대구시는 대한민국 대중교통 전용구간 1호인 중앙로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작년 10월 절반을 회수했고, 지금도 나머지 구간 회수를 검토 중”이라면서 “서울시는 대구보다 더 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신촌 상인·주민 100여명은 박수를 치며 “맞습니다”라고 외쳤다.
김봉수 연세로 상인대표는 연세로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공청회가 열린 초등학교 주변 이면도로로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초등학생들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했다.
반면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서울시가 실시한 상권 활성화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신촌 상권) 매출의 어느 정도가 자동차 이용자이고, 대중교통 이용자는 몇%인지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세계 주요 도시들이 보행자 중심으로 상권을 활성화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연세로와 신촌 상권을 이용하는 정예슬 연세대 학생회 집행위원장도 토론에 참여했다. 정 위원장은 “밥을 먹어야 되는데 어디 가서 먹을지 30분 이상 고민한 적도 많다”며 “차가 다니고 말고를 떠나 상권이 쇠퇴하는 근본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홍대 젊음의 거리나 대학로 근처는 (비슷한)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며 “종로구는 혜화역에서 서울대병원 입구까지 차없는 거리 혹은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적용하려고 성균관대와 협의 중이다. 성대에서 연대 측으로 다양한 질의를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마포구는 홍대 중심거리에 보행로를 조성하고 2022년 11월부터 주말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 일대 방문객 수는 2022년 11월 2만명대에서 작년 10월 15만명대로 7배 정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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