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매일 피가 말라가는 기분이다. 오늘 일반 상품에 대해서는 환불해주겠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여행상품하고 분리해 환불을 진행해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행상품 피해 소비자들이 6일 폭염 속 거리로 나와 일반상품 분리 환불은 소비자들의 불안을 더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이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앞서 당정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일반상품의 경우 신용카드사와 PG사를 통해 금주 중에 피해 금액이 환불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일반상품 소비 피해자 △피해 기업 △임금체불 사례에 대한 피해 지원이 검토됐다.
그러나 정작 티몬·위메프 사태로 거액의 피해를 본 여행상품 소비자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적극 공조할 것”이라는 언급뿐이었다.
같은날 정오 금융감독원 앞에서 만난 피해자 10여명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카드사 및 PG사,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릴레이 1인 우산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 여행을 위한 여행상품을 결제했고, 5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피해를 봤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50대 주부 A씨는 가족 여행비를 충당하기 위해 20만원씩 꼬박꼬박 모아 위메프에 1270만원을 결제했으나 여행 항공권조차 발권받지 못했다. 여행 일자는 다가오는 9월이었다. 1000만원이 넘는 거액에 카드를 둘로 나눠 결제했다. 온라인으로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은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씨는 “할 건 다 했다. 각종 창구에 민원 넣고 카드사에 이의 넣고 PG사에도 연락했다. 티메프 피해자가 모인 단체 채팅방 인원이 현재 2000명이 넘는다”며 “PG사의 입장은 일단 피해 금액이 작은 일반 상품만 먼저 환불해주고 여행상품은 금액이 크니까 나중에 처리하겠다는 것 같은데, 꼼수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40대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 B씨는 자녀의 여름방학을 맞아 7월 춘천의 50만원 상당 1박2일 테마 리조트를 예약했다. 여행 일자는 지난 8월 5일이었다. 티메프 사건 발발 이후 지난달 23일 예약 취소 문자를 전달받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PG사와 야놀자 측의 ‘떠넘기기’로 그는 1인 시위 현장까지 나서게 됐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야놀자 측은 재차 피해자들에게 예약 취소 문자를 보내며 포인트 보상안을 내세웠으나 B씨는 여전히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보상안을 발표하기 전에 ‘자의’로 예약을 취소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이번 사태로 2주째 일상생활이 안 되고 잠을 못 잔 탓에 몸살이 나서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며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겨우 몇 만원 아끼려고 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소비자 환불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환불이 체계없이 이뤄져 소비자들의 분열과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마음이 아픈 건 ‘너희가 여유가 있으니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라며 “정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면 고가를 들여 여행을 가려 하지 누가 저가항공을 골라 찾아가며 여행을 가겠냐”며 고통스러운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입장문을 통해서도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보다 피해 복구에 대한 기사가 더 많이 나오면서 아직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지워져간다”며 “고액 피해자뿐만 아니라 소액이지만 다수의 피해자들은 피해 복구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고와 문제는 기득권이 만들어내고 피해와 복구는 항상 힘없는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복구가 부실할 경우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은 긴 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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