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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유전자 치료제 셰프 ‘RNA’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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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박설민 기자  2019년 발발한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일상생활부터 산업, 경제,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자리엔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트렌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단연 ‘바이오산업’ 분야다. 팬데믹 당시 전 세계 연구기관과 기업에서는 각종 신약과 백신, 새로운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투자 전문가가 아니면 관심 밖이었던 글로벌 제약사들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친숙한 기업이 됐다.

팬데믹이 종식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현재, 그 여파는 여전히 과학계에 남아있다. 특히 ‘RNA’ 기반 신약 개발 연구는 4차 산업시대, 첨단바이오산업 분야를 이끌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 신약 개발 게임체인저 ‘RNA’, ‘효과는↑, 위험성은↓’

‘RNA(리보핵산)’는 오탄당(pentose, 5개의 탄소 원자를 갖는 단당류) 중 하나인 리보스(Ribose)를 함유한 핵산이다. 당, 인산, 염기로 이뤄진다. ‘DNA(디옥시리보핵산)’과 함께 대표적 유전물질로 분류된다. 이때 디옥시리보오스 당을 가진 것이 DNA, 리보스 당을 가진 것이 RNA다.

RNA의 역할은 ‘유전정보’의 전달이다. DNA에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이 정보를 RNA는 복제한 후 ‘리보솜(ribosome)’으로 가져간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소기관이다. 이곳에서 RNA가 전달한 정보로 아미노산이 만들어지고, 이를 조합해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된다.

쉽게 말해 DNA는 메뉴가 적힌 요리책이고 RNA는 ‘셰프’다. 셰프(RNA)가 요리기구(리보솜)를 사용해 요리(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RNA와 DNA가 체내 필수 단백질을 생성하는 원리다. 이 과정을 생명공학자들은 유전정보를 전달·해석한다는 의미에서 ‘번역(translation)’이라 부른다.

RNA가 신약개발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작동원리에 있다. 생명과학자들이 꼽는 RNA치료제의 가장 큰 장점은 ‘표적 유전자’ 적용이다. RNA에 어떤 단백질에 대한 생산 혹은 억제 정보를 주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되면 특정 질병에 대해 강력한 효과를 가진 신약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

안전성도 RNA치료제가 가진 큰 장점이다. 유전정보를 직접 심어야하는 DNA치료제는 잠재적으로 숙주 세포의 게놈(genome, 유전체)과 결합될 수 있다. 이 경우 돌연변이 등 예측이 어려운 위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RNA는 유전정보를 리보솜으로 전달하는 역할이다. 때문에 DNA와 게놈의 유전정보를 바꾸지 않고 세포 내 단백질의 활성 조절이 가능하다.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RNA는 합성(전사)된다. 그 다음 복제된 정보를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으로 가져가 단백질을 만든다./ 기초과학연구원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RNA는 합성(전사)된다. 그 다음 복제된 정보를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으로 가져가 단백질을 만든다./ 기초과학연구원

◇ 질병 유발 요소 정확히 타격하는 ‘RNA 치료제

그렇다면 RNA로 만들 수 있는 치료제엔 어떤 종류가 있을까.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2022년 발간한 ‘글로벌 RNA 치료제 개발 현황 및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RNA 치료제 에 응용 가능한 핵심 원리는 크게 △mRNA △RNA 간섭 및 활성화 △RNA 압타머 △RNA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의 4가지로 나뉜다.

먼저 ‘mRNA’는 여러 종류의 RNA 중 ‘전령(messenger)RNA’를 의미한다. mRNA는 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한다. 여기에 희귀유전, 대사 및 신경 질환에 대한 단백질 항원 생산에 필요한 유전정보를 담아 백신 또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화이자, 모더나사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들도 이 mRNA를 활용한 것이다.

‘RNA 간섭(RNA interference)’은 세포 내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과정이다. 조그만 RNA 조각인 ‘짧은 간섭 RNA(siRNA)’나 ‘마이크로RNA(miRNA)’가 기다란 mRNA에 달라붙어 단백질 생성 과정을 중단시킨다. 이를 이용하면 질병 발생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사전 차단이 가능하다. 지난 2018년 미국식품의약국(FDA)는 희귀질환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치료용 RNA 간섭 기반 치료제 ‘온파트로’를 승인한 바 있다.

‘앱타머(Aptamer)’ 치료제는 RNA의 서열정보가 아니라 3차원 구조를 이용한다. RNA 앱타머란 짧은 단일가닥의 RNA 조각이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 표적 분자와 RNA의 결합이 가능하다. 즉, 바이러스, 암세포와 같은 표적에 RNA조각이 달라붙어 죽일 수 있다는 의미다. 앱타머라는 이름도 ‘잘 붙는다’는 뜻의 라틴어 ‘앱투스(aptus)’에서 유래됐다. 높은 안정성, 유연한 구조, 쉽고 빠른 제조, 낮은 면역원성 등이 장점이다.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는 3차원 구조로 접혀있는 유기 분자다. mRNA의 염기서열과 상보적 염기서열로 이뤄진다. ASO는 세포 내에서 표적으로 하는 RNA와 이중나선을 만들어 달라붙는다. 이 과정에서 표적 단백질의 기능이 억제된다. 앞서 소개한 RNA 앱타머와 치료제 작동 방식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FDA허가를 받은 미국 아이오니스사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대표적인 ASO 치료제다

국내 과학계도 RNA 관련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연구기관으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다. 최근 발표된 IBS RNA 연구단의 대표성과로는 ‘mRNA 꼬리 분해 기전 규명’이 있다. 지난 2월 28일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단일핵산 분석법을 적용, 세계 최초로 mRNA 혼합 꼬리가 분해되는 속도를 단일핵산 단위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사진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빛내리 단장과 이영석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교수./ 기초과학연구원
국내 과학계도 RNA 관련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연구기관으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다. 최근 발표된 IBS RNA 연구단의 대표성과로는 ‘mRNA 꼬리 분해 기전 규명’이 있다. 지난 2월 28일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단일핵산 분석법을 적용, 세계 최초로 mRNA 혼합 꼬리가 분해되는 속도를 단일핵산 단위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사진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빛내리 단장과 이영석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교수./ 기초과학연구원

◇ 韓 RNA 연구 선도하는 IBS… 생명연·KIST 등 출연연 연구성과도 우수

글로벌 생명공학연구 흐름에 맞춰, 국내 과학계도 RNA 관련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연구기관으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다. IBS는 2012년부터 김빛내리 연구단장을 중심으로 RNA에 의한 유전자 및 세포 조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된 IBS RNA 연구단의 대표성과로는 ‘mRNA 꼬리 분해 기전 규명’이 있다. 지난 2월 28일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단일핵산 분석법을 적용, 세계 최초로 mRNA 혼합 꼬리가 분해되는 속도를 단일핵산 단위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혼합꼬리는 mRNA의 분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유전자 치료법 연구, 신약 개발에 응용 가능하다.

우수 성과에 힘입어 IBS RNA 연구단은 IBS 연구단 성과평가에서 최고성적도 거뒀다. IBS는 지난해 12월 2012년 출범한 4개 연구단의 11년차 성과평가를 진행했다. 4개 연구단은 RNA 연구단을 포함, △시냅스 뇌질환 △기하학 수리물리 △나노입자 연구단이다. 평과 결과, RNA연구단은 ‘S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포괄적인 연구영역에서 인정받으며 연구단 해당 연구 분야 세계적 리더에 속한 연구단에 수여되는 등급이다.

국내 첨단바이오 연구를 주도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조현수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은 허근 경북대 의대 교수팀과 간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규 miRNA를 발굴하고 제어 방법도 고안했다.

연구팀은 간암 환자에서‘miR-1290’이라는 miRNA가 많이 발현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또한 이 RNA가 간암 세포 성장 조절 인자 중 하나인 ‘EHHADH 유전자 발현’에 관여함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miR-1290를 제어해 간암 세포 성장을 저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mRNA 백신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KIST 뇌융합기술연구단 연구팀은 지난 6월 독성이 완화된 mRNA 백신용 신규 지질 나노입자 조성 방법을 고안했다. 지질 나노입자를 구성하는 이온화지질은 mRNA 백신의 약물 전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체내에서 독성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독성이 없는 트레할로스(trehalose) 당지질을 25% 추가한 새로운 지질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그 결과, 기존 지질 나노입자와 동일한 백신 효과는 보이면서도 독성은 훨씬 낮았다. 유효 농도 10배 이상의 고농도 백신을 실험용 쥐에 주입한 결과, 심장 독성 및 간독성 지표 변화가 없었다.

‘올릭스(Olix)’의 대표 기술인 ‘RNA 간섭 치료제 플랫폼’의 원리 및 설명./ 올릭스
‘올릭스(Olix)’의 대표 기술인 ‘RNA 간섭 치료제 플랫폼’의 원리 및 설명./ 올릭스

◇ 급성장하는 RNA 치료제 시장, ‘올릭스’ 등 국내 기업 성과도 눈길

단순 과학적 성과뿐만 아니라 RNA기반의 신약 개발, 의료 기술 관련 산업 분야는 최근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RNA 치료제 시장 규모는 137억달러(약 18조7,320억원)규모다. 오는 2028년에는 180억달러(약 24조 6,114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5.6%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RNA 관련 바이오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눈에 띄는 기업으로는 ‘올릭스(Olix)’가 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올릭스는 RNA 기반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핵심 기술은 ‘RNA 간섭 치료제 플랫폼’이다.

현재 올릭스가 보유한 RNA 플랫폼 기술 기반의 후보물질들을 여럿 임상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론 ‘OLX702A’이 있다. 호주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이 후보물질은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발병 유전자 발현을 억제, 지방간과 간염, 섬유증을 개선한다.

올릭스는 동물실험에서 OLX702A가 지방간 감소 효과 및 섬유화 조직의 정상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또한 해당 물질에서 항비만 효력을 확인한 올릭스는 비만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체중과 체지방률, 복부둘레의 감소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올릭스 측 설명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OLX702A는 얼마 전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수정, 비알콜성 지방간질환(NAFLD) 환자까지 임상시험 대상에 포함했다”며 “아직 투여가 진행 중인 만큼 시험 결과 시기를 현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OLX702A 관련 기술이전도 추진 중”이라며 “현재 연내 체결을 목표로 구체적인 조건들을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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