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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개원 이후 두 달 넘게 극한 대치만 이어오던 여야가 민생 법안 처리는 ‘제로(0)’라는 비판이 거세자 협의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입법 독주→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무한 정쟁의 굴레를 끊어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일부 형성되고 있다. 여야는 일단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을 중심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쟁 법안들은 당분간 미뤄두고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간호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법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K칩스법 등을 8월 국회 내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세제 개편(금융투자소득세·상속세·종합부동산세) △연금 개혁 △부동산 등의 현안을 언급한 뒤 “거대 야당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면서 “시급한 현안은 하루빨리 여야정 협의를 시작해서 대안 마련에 착수하자”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화답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혹서기 전기료 누진제 완화 등 민생 대책을 언급하면서 “전기료 감면 법안만이 아니라 시급한 민생 입법에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역제안했다. 진 의장은 “한 대표가 민생에 진심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여당의 새 지도부가 이제라도 민생 경제 회복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와 함께 열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통해서 민생 법안 처리의 우선순위를 정할 방침이다.
여야 간 대화 기류는 전날 재개된 국회의장,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 오찬부터 감지됐다. 여야 간 합의 처리한 민생 법안이 0건으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대화에 나선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합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합의하자”고 뜻을 모았다. 특히 상임위원회 논의가 활발한 간호법과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에 대해서는 논의에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여야 모두 법안을 내놓을 만큼 공감대가 형성된 서민층 전기요금 감면 법안도 우선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동만 국민의힘,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은 폭염 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전기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K칩스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세법개정안 역시 여야 모두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들이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역시 여야가 충분히 합의 처리할 수 있는 법안으로 꼽힌다.
여야는 7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박찬대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를 예방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민생 법안 논의에 돌입한다. 다만 어느 법안을 ‘민생’으로 볼지를 놓고 여야가 여전히 입장 차를 드러내는 만큼 우선순위 법안에 대한 간극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기업 주도의 민생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으로 대표되는 소상공인 지원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정책 책임자가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상견례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로의 민생 법안 리스트를 나눈 뒤 이견이 적은 법안부터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야가 대통령·검사 탄핵 등을 놓고 날 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민생 법안들이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8월 국회에서 무사히 본회의 문턱을 넘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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