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두 명의 선수가 모두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종목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성별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의 선 선수는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26·여자 66kg급)와 대만의 린위팅(28·여자 57kg급).
두 사람은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경기에서 제외된 선수들이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IBA 결정과 달리 “칼리프와 린은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며 파리올림픽에 두 사람의 출전을 허가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66kg급 16강전에서 칼리프에게 패배한 이탈리아 선수 안젤라 카리니가 46초 만에 기권한 뒤 “계속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코에 큰 통증이 있었다. 남자들과도 싸워봤지만 오늘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칼리프는 자신을 향한 반대 캠페인을 인식하고 있다며 “사람을 파괴할 수도, 정신과 마음을 죽일 수도 있다. 괴롭힘을 멈춰달라”고 호소해 양측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IBA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람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처리한 이유에 대해 입을 열고 두 사람이 ‘생물학적 남성’임을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리스 로버츠 IBA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3월 17일 두 선수의 혈액 검사 결과 두 사람을 모두 부적격하게 만드는 염색체를 확인했다”며 “어떤 자세한 정보도 제공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A 주장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이들은 정확한 혈액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은 채 여자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말만 두 시간 이상 되풀이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 XY 염색체 탓인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는지도 정확히 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여자 대회에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두 사람이 이전에 문제가 됐던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과 달리 복싱 대회에 줄곧 여자로서만 출전해왔고 2021 도쿄 올림픽에 문제없이 출전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이나, 염색체가 남녀로 완벽하게 갈리지 않는 ‘간성’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내분비학자들의 의견이다.
한편, 칼리프는 오는 7일 66kg급 4강전에서 태국의 잔재암 수완나펭과, 린은 8일 57kg급 4강전에서 튀르키예(터키)의 에스라 일디즈 카라만과 각각 맞붙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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