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친정엄마’ 제작사 리바이트유나이티드가 스태프와 배우들 임금을 4억 원가량 체불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체불 이후 연락에 응하지 않던 제작사들이 스태프들의 문제 해결 요구에 내용증명과 소송 예고로 대응한다는 비판이다.
‘뮤지컬 친정엄마 체불임금 피해자 모임’과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은 6일 서울 성북구 일광그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여 미지급 상황에서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리바이트유나이티드 이종명 대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지난 4~5월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무대를 올렸다. 친정엄마는 2004년 원작소설 출간 뒤 오랜 기간 연극, 뮤지컬, 영화로 제작돼왔다. 뮤지컬엔 김수미, 이효춘, 선예 배우가 출연했다. 제작사인 리바이트유나이티드는 방위사업체로 이름을 알린 일광그룹의 공연예술 계열사로, 이종명 대표는 이규태 일광그룹 대표 아들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연출, 무대, 음향, 영상, 조명, 분장, 소품, 제작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까지 10여명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지 못해 생계의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는 주장이 나왔다. 스태프마다 받아야 할 전체 임금의 30~50%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감독급 스태프는 팀원 체불임금을 개인 돈으로 지급하며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파트별 감독이나 외주업체 대표가 산하 스태프 고용을 책임지는 ‘턴키 계약’이 일반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정식 무대감독은 “대출을 받아 7명에게 800만 원을 대신 지불했다. 제 몫까지 1350만 원이 밀려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SM(스테이지 매니저), 조명·영상·기계렌탈·분장·음악·편곡 등 각 파트장들이 스스로 스태프들 (임금체불) 상황을 정리했다. 제작총괄팀도 임금을 못 받았다”고 했다. 최철 무대조감독도 “우리 스테이지 매니저 팀에 속한 많은 이들은 감독님 개인 희생으로 임금을 받았다. 다른 파트별 대표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희생해 후배들 임금을 주고 막대한 손해를 감당하며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피해 스태프 연락을 받지 않던 리바이트유나이티드 측이, 사태가 공론화한 뒤 소송을 예고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신정식 감독은 “2~3개월 일하고 50여 일의 공연도 무사히 정리했다. 공연이 끝나고 담당 매니저부터 대표까지 전화와 메시지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그는 “임금을 못받고 5월30일 지급기일이 지났다. 6월17일 이곳 사옥을 찾아오니 관리인이 (대표가) 출근을 안 했다고 해 명함 주고 돌아왔다”며 “이틀 뒤 회사로부터 ‘무단침입’이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제 견적이 비싸 ‘부당이득’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이어 “공연 판에서 30년 일하며 흥행에 실패해 임금을 못 받는 경우는 있었다. 그럴 땐 제작사가 최소한 미안해하거나 같이 방법을 찾자고 말한다. 이렇게 ‘돈을 달라’니 내용증명으로 협박하는 행태는 처음”이라고 했다.
제작총괄 대행을 맡은 수키컴퍼니의 정종희 스태프는 이 대표에게 피해 스태프와 대화하도록 설득했으나 이 대표는 ‘임금 건으로 연락하거나 방문하는 것이 과하고, 과하게 행동하는 스태프는 얄미워서라도 임금을 주고 싶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정현철 직장갑질119 사무국장은 “이 사건에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악화시키려는 몇 가지 분명한 행태가 보인다. 첫째로 임금을 달라며 찾아갔더니 만나주지 않다 주거침입을 주장하고, 도저히 방법이 없어 기자회견을 하니 소송하겠다고 겁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일광그룹 측 관리인이라 밝힌 직원이 기자회견 현장을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는데, 정 국장은 “문제 해결보다 이렇게 촬영하고 겁박하는 행태가 갑질”이라고 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스태프들은 (제작사가) 공연 기간부터 종료까지 배우와 갈라치기하는 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배우와 스태프 차별은 상연 기간에도 상시적으로 있었다”며 “배우는 호텔에서 스태프는 모텔에서 취침하도록 했다.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며 배우는 각자 이름이 적힌 메뉴를, 스태프는 늘 같은 메뉴를 받았다. 종연 뒤 전체 회식에 배우만 초대되고 스태프는 제외됐다”며 “이제 (회사는) 배우들엔 대부분 잔금을 지급했지만 스태프는 외면하며 악의적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이종명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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