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5일 현업에 복귀했다. 총파업 돌입 25일 만이다. 다만 전삼노는 게릴라식 부분 파업과 사회적 쟁점화 등을 통한 ‘장기전’을 선언했다. 노사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임금교섭 타결에도 먹구름이 꼈다.
전삼노는 7월 8일부터 진행해 온 총파업을 마무리한 조합원들에게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하라는 지침을 1일 전달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장기 플랜으로 전환할 때다”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사회적 쟁점화를 위한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 등과 연대를 이어간다. 5일 오후 3시쯤에는 삼성전자 사무직 노조와 합병을 마치며 전체 직원의 30%인 3만6000명이 가입한 ‘1노조’로서 상징성을 확보했다.
같은날 경기 기흥 나노파크에선 인권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와 산재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양측은 협약을 통해 산재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해자가 보다 쉽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협력한다. 특히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사업장 8인치 라인에서 퇴행성 관절염 등 산업재해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노동건강권 사업 등을 함께 기획하고 추진한다.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에 벗어난 사측은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쟁의 행위 기간 동안 임금 지급을 허용하지 않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관철한 것도 수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집중교섭에서 합의가 결렬돼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 리스크가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확산 국면에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다.
노조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향후 대규모 파업 동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지에 전삼노 내부에서도 의구심이 있다. 총파업 집회를 연 7월 8일 이후 파업 참여자가 지속 줄어들면서 노조가 목표로 내건 생산 차질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적어도 대리급은 400만원, 과장급은 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5월 삼성전자 DS부문장에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은 1일 리더간·부서간 소통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성과급을 언급하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전영현 부회장은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경영계획 목표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전망임을 전했다. 그는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도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전삼노는 당초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정치권 등과의 연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었으나, 일정 조율 과정에서 이를 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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