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13일 만에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를 요직에 앉히면서 약점으로 꼽혀온 ‘당 장악력’을 보완하고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한 ‘한동훈호(號)’는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친한계’로 주요 인선 마쳐
국민의힘은 5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대구·경북(TK) 4선 중진인 김상훈 의원을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추인했다. 당헌상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임명해야 한다.
앞서 한 대표는 ‘당직자 일괄 사퇴’를 공개 요구하며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를 압박했고, 정 전 정책위의장이 물러난 자리에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받는 김 의원을 내정했다. 일부 친윤계 중심으로 정책위의장 추인을 표결로 부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날 의총에선 관례대로 표결 없이 박수로 추인했다.
이로써 한 대표는 정책위의장직을 둘러싼 친윤계와의 신경전을 일단락짓고, 당 2역(사무총장·정책위의장) 구성을 마치게 됐다.
한 대표는 이날 추가 당직 인선도 발표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한계’ 김종혁 조직부총장을 선임, 최고위원회 협의를 거쳐 최종 임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 출신 정치인으로, 지난 22대 총선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당 조직부총장을 맡아 ‘친한’계 인사로 분류된다. 한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마치면서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 9명 지도부 중 과반인 5명을 ‘친한계’로 확보하게 됐다.
또 신지호 전 의원과 정성국 의원은 각각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 선임됐다. 이들 모두 친한계 인사다. 신 전 의원은 7·23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지냈고, 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한 대표가 영입한 인물이다.
‘당의 입’으로 활약할 수석대변인에는 ‘황우여 비대위 체제’에서 임명됐던 곽규택 의원을 유임하고, ‘친한’으로 분류되는 한지아 의원을 추가로 선임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에는 현 홍영림 원장 재신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인선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홍 원장을 유임할 경우 비판 여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염 대책’ 메시지 선점…6일 ‘티메프 사태’ 당정협의
당직 인선을 매듭지은 한 대표는 신임 정책위의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 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폭염 대책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서 국민들의 피해가 심하다”며 “폭염에 대한 피해도 취약계층과 다른 (계층) 사이의 격차해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료 감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을 여야 민생 법안으로 협의하고, 폭염기 전기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기후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물가안정 대책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기료 폭탄’ 부담이 커지는 만큼, 당 지도부 내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 추가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오는 6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관련 논의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일반적인 인하 지원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현재도 가동 중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에 대해 산업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 티몬·위메프(약칭 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 등도 논의한다. 한동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당정이 만나는 자리다.
앞서 한 대표는 티메프 사태에 대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관련 논의를 위한 신속한 당정 협의를 예고했지만, 야당의 입법 강행 처리에 맞서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당정 협의는 미뤄졌다. 하지만 민생 현안을 신속히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개최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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