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환경을 우선시 하면서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차량 생산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미국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은 내연기관 모델의 끝이 다가오는 상황이 아쉬운 것인지 여전히 대배기량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을 만들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캐딜락 CT5-V 블랙윙 차량이다. 캐딜락은 쉐보레의 프리미엄 브랜드이면서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로 평가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시승 코스는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판교역 인근을 거쳐 광명역, 그리고 고양 일산, 파주까지 도심을 포함 고속도로 및 자유로를 주행하면서 ‘괴물’ 같은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주행 거리는 약 230㎞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은 기존의 캐딜락 준대형 세단 CT5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럭셔리 고성능 슈퍼세단’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이 보면 캐딜락 CT5와 다른 점이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고성능 모델인 CT5-V 블랙윙이 외관에서 일반 세단인 CT5와 차이점으로는 프런트 범퍼 형상과 리어 스포일러, 배기구 등 정도다.
먼저 앞 범퍼 아래에 카본(탄소섬유) 소재의 스플리터가 장착돼 최저 지상고가 한뼘이 채 되지 않고, 범퍼 하단의 공기흡입구와 라디에이터그릴의 패턴은 ‘∨’ 형태로 디자인 돼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더하는 요소다. 일반 세단과 달리 트렁크 상단에 큼지막한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를 탑재한 것과 쿼드 머플러는 이 차량이 고성능 모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요소다. 이 외에 차량 측면과 후면에 ‘V 배지’를 부착해 포인트를 더했다.
특히 이 차량의 성격, 주행 성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점은 앞뒤 타이어 사이즈가 다르다는 점이다. 앞뒤 모두 휠 사이즈는 19인치로 아주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타이어 단면폭은 전륜 275㎜, 후륜 305㎜를 장착하고 있다. 후륜 타이어 단면폭이 더 큰 제품, 그것도 300㎜ 이상 급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접지력을 높여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의 성능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요소다.
실내에서는 캐딜락 CT5-V 블랙윙 전용 시트를 탑재하고,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한 두꺼운 스티어링휠과 금속 소재의 패들시프트를 장착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시트는 헤드레스트(머리받침대) 일체형 세미버킷 시트로, 등받이와 엉덩이와 허벅지 바깥쪽 사이드 볼스터(시트 측면 지지대) 볼륨이 두꺼워 주행 간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또 CT5-V 블랙윙 전용 풀디지털 계기판을 탑재해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외에 차량 실내 루프와 A필러, 도어트림 등에 가죽, 알칸타라, 카본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물리버튼 배치,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기어노브와 컵홀더, 콘솔박스 등은 일반 CT5와 똑같은 형태로 구성돼 조작편의성이 뛰어나며,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의 진가는 시동을 걸었을 때 느낄 수 있다. 이 차에는 V8 6.2ℓ 대배기량 엔진과 슈퍼차저 과급기가 탑재돼 우렁찬 엔진음과 배기음이 일품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음과 배기음을 뿜으며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이 차량을 몰 때는 조심해야 한다.
이 차의 성능은 최고출력 677마력, 최대토크 91.9㎏·m에 달한다. 수치상의 최고마력과 최대토크는 포르쉐 911 터보나 람보르기니 우라칸·우루스S보다도 높다. 특히 91.9㎏·m의 최대토크는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정도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의 힘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점이다. 출력이 슈퍼카를 웃도는 캐딜락 CT5-V 블랙윙은 ‘후륜구동’이다. 넘치는 힘이 뒷바퀴 굴림에만 집중되는 만큼 가속페달 조작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시승 간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할 때 가속페달을 조금만 더 밟아 가속을 하려 했을 뿐이지만 캐딜락 CT5-V 블랙윙은 넘치는 출력과 후륜구동으로 인해 차체 후미가 흔들리며 차량이 미끄러지려 해 식은땀이 날 정도다. 쭉 뻗은 고속도로와 자유로에서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티어링 휠이 흔들리면서 가속을 한다. 특히 후륜 타이어 단면폭이 300㎜ 이상 제품을 사용해 접지력을 높였음에도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인해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은 다양한 주행 모드가 있다. 노멀·컴포트에 해당하는 투어모드부터 스포츠모드, 트랙모드, 눈·빙판길 모드 4종이 일반적인 주행 모드다. 여기에 캐딜락 CT5-V 블랙윙 전용으로 V모드를 별도로 마련해뒀다.
여러 자동차에서 주행모드를 설정하는 기능이 존재하지만 그 차이는 미미한 정도라 일반 소비자들은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캐딜락 CT5-V 블랙윙은 모드마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달라지고, 중앙 모니터에 스티어링 휠·서스펜션·엔진/변속·브레이크 피드백·엔진사운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래프로 나타내 더욱 직관적으로 차량을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
투어모드로 주행하면 편안하고 조용해 패밀리카로 사용할 수도 있게 느껴진다. 그렇다할지라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출력을 뿜어내며 쭉쭉 뻗어나간다. 스포츠모드로 바꿔서 주행하면 보다 우렁찬 소리를 내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출력을 뿜어내며 치고 나간다. 흡사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특히 고속도로나 자유로에서 급가속을 하면 탑승자가 시트에 파묻히는 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데,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순간적으로 가속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모드로 주행할 때 가감속 간에 들리는 우렁찬 배기음은 이 차를 더욱 빠르고 재미있게 달려보고 싶게 만드는 요소다. 일상에서는 굳이 트랙모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정도다. 스포츠모드에서도 무서울 정도의 성능을 뿜어내 이 성능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트랙모드를 설정하고 주행하면 오히려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트랙모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주행모드로는 V모드가 있다. V모드를 설정하면 트랙션컨트롤(TC)와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 기능이 전부 해제된다. 그러면서 스티어링휠은 제일 무거운 상태가 되고, 서스펜션도 가장 하드하게 세팅되며,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의 민감도도 최대치로 활성화된다. 다만 V모드도 일상에서는 넘치는 정도의 성능을 내는 레이싱에 적합한 모드인 만큼 일반 도로에서는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한 스티어링 휠 중앙에서 오른쪽 하단에 설치된 작은 레버를 조작하면 후륜 타이어의 접지력, 퍼포먼스 트랙션을 조절할 수 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 등 안전장치를 모두 켠 상태부터 젖은 도로·마른 도로·스포츠모드·레이스1·2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능은 안전이 보장된 서킷이나 넓은 공터에서만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괴물’이다. 이 차는 운전자가 길들이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운전 실력에 맞춰 성능을 직접 제어하면서 타야 하는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편의기능은 두루 갖춰 패밀리 세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뛰어나다. 편의기능으로는 1열 통풍·열선시트부터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듀얼 선루프, 후방에 설치한 카메라가 비추는 상황을 룸미러로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룸미러 등이 탑재됐다.
또한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를 지원해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무선으로 활용할 수 있어 내비게이션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2열은 많은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공간은 넉넉하다. 듀얼 선루프가 탑재돼 2열 탑승객도 답답하지 않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얇고 작은 사이드미러 정도다. 사이드미러 사이즈가 얇고 작은 만큼 측후방 시야 확보가 조금 어려워 운전자 입장에서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카메라룸미러를 사용하면 넓은 후방 시야를 확보해 측후방에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룸미러를 통해 사이드미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슈퍼세단인 만큼 연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시승 간 연비는 5㎞/ℓ 내외, 높게 측정될 때가 5.6㎞/ℓ 정도다.
캐딜락 CT5-V 블랙윙은 유럽산 고성능 차량과 비교할 수 없는 특유의 아메리칸 머슬카 같은 특유의 매력이 있는 모델이다. 고성능 세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한번쯤은 시승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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