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공식적인 닻을 올렸다. 10년 만에 새로운 형태로 재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디지털과 IB(기업금융)가 강한 종합증권사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첫발을 내딛었다. 10년 내에 초대형 IB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 “5년차 ROE 10%·10년 자기자본 5조원 목표”
1일 공식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우리금융그룹이 2014년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금융그룹에 매각한 지 10년 만에 갖게 되는 증권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로 재출범 후 5대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숙원과제를 풀었다.
다만 이제 막 출범한 신생 중소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양사 합병으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고객 예탁자산 12조6,000억원, 자기자본 1조2,000억원의 업계 18위권 중형 증권사다. 다른 주요 지주 계열 증권사와 비교하면 체급차이가 크다.
이런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은 10년 내 ‘초대형IB’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각오를 드러냈다. 5일 오전 10시 여의도 TP타워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목표와 사업 부문별 사업 방향이 제시됐다. 수장인 남기천 대표는 “5년차에 연간 ROE(자기자본이익률) 10%를 기록하고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성장 로드맵을 밝혔다.
우선 합병 원년인 올해 주요 목표로는 ‘사업 기초체력 확보’를 제시했다. 기존 포스증권의 리테일 펀드 판매와 우리종금의 IB업무를 지속 확장하는 동시에 라이선스 확보를 통해 주식중개영업을 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남 대표는 “합병 원년엔 공격적인 수익 목표보다 향후 10년간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2025년부터는 IB를 중심으로 각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2차 M&A(인수합병)·증자 등으로 자본을 다각적으로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포트폴리오가 완비된 출범 5년차부터는 평균 ROE 10%를 창출하는 증권사로 성장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출범 5년차에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확보하고 10년 내에 초대형 IB 입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를 위해 △핵심사업 (IB, S&T) 강화△디지털·IT 경쟁력 제고 △그룹 시너지 영역 확대 △증권·종금 통합체계 구축 등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우리은행,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그룹사와 협력해 스타트업부터 중소·중견기업, 대기업에 이르는 기업생애주기별 토탈금융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활용해 IB, S&T, 리테일 등 모든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먼저 은행·증권 간 시너지협의회 운영과 함께 2조원 규모의 계열사 공동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은행 ‘New WON뱅킹’과 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연결하는 슈퍼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대 2조원 규모의 계열사 공동펀드를 조성해 우량PF에 투자 하는 등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IB 부문 경쟁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사채 주관 및 인수 기회 선점 △PE 초기 자본 투입으로 주관권 확보 △실물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 등 IB 영업을 활성화해 그룹사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 자본확충·그룹과 시너지 과제… 우리은행 ‘기업금융’ 고객 연계 주목
남 대표는 우리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후발주자로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우리은행과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에게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양완규 IB부문 부사장, 박기웅 S&T(세일즈 & 트레이딩) 부사장, 심기우 리테일 부사장 등도 참석했으며, 이들은 각 사업부문별 전략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선 양완규 IB부문 부사장은 ‘기업생애주기별 자금조달 흐름 전반에 토탈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솔루션공급자(Total Financial Solution Provider)’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출범 초기에는 프라이빗에쿼티(PE), VC(벤처캐피탈) 등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기업공개(IPO), 채권발행, 인수금융 등 주선권 확보하는 한편, 지분투자 확대 등을 통해 투자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웅 S&T부문 부사장은 ‘발행시장(IB)과 고객(Retail)의 브릿지 역할 강화’ 계획을 전했다. 출범 초기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유가증권 등 국내 상품을 기반으로 S&T 역할 재정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해외채권, 대체자산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중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로 성장해 2028년까지 운용자산 1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심기우 리테일부문 부사장은 금융투자상품의 판매 기반 확대를 목표로 세웠다.
심 부사장은 “국내주식 중개 MTS를 연내 오픈해 우리투자증권의 다양한 상품을 개인고객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펀드슈퍼마켓 기능에 더해 주식, 채권 중개가 가능한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고도화해 2026년까지 고액자산가 3만명, 고객자산 43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초고액자산가를 위해서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PB 영업의 거점 센터로 활용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기존 포스증권 영업점 하나와 우리종금 영업점 4곳이 있다”며 “이러한 점포를 중심으로 거점화시켜 PB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이러한 성장 전략을 펼쳐가기 위해선 △시스템 안정화 △원활한 자본 확충△그룹과의 시너지 확대 등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우선 우리투자증권은 모기업인 우리금융의 지원을 기반으로 증자를 단행해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 참석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추가 M&A를 통해서도 덩치를 키울 수 있다. 남 대표는 “초대형 IB로 가는 속도를 단축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M&A 가능성을 적극 열어뒀다. 그러면서 예탁자산 확대를 보완할 수 있는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IB, S&T, WM 본부는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다른 증권사와 경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예탁자산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은행 고객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지만, 증권 예탁 자산을 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런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회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만에 부활한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며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