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오전 11시 8분. 내 휴대폰으로 문자 알람이 왔다. 발신자 번호는 국번 없이 1301번, 대검찰청 콜센터였다.
내용은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받았으니 이를 통지한다’는 것이었다. 문서번호는 ‘2024-116’, 조회 사용 목적은 수사였다. 문서번호는 다르지만 주변에서 해당 통지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제공일자는 올해 1월 5일이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30일 이내에 이를 공지해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7개월이나 미뤘다. 해당 정보를 받아 간 쪽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였다. 반부패수사부에서 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담당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다른 범죄보다 규모가 작은 명예훼손 사건으로 대규모 통신 조회가 이뤄진 셈이었다.
대규모 문자 통지로 인해 사찰 의혹까지 불거지자 검찰 측은 부랴부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참고인과 통화한 전화번호의 가입 정보를 조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통지를 미룬 이유로는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었다. 취재진이 통신 정보 조회 사실을 알고 이를 수사 대상인 정치인에게 전달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취지다. 공교롭게도 4·10 총선 전에 해당 정보를 조회했지만 통보는 최근에서야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적법절차’라는 설명만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기통신사업법은 물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꺼내고 있다. 검찰의 모든 해명이 ‘영문도 모른 채 사찰당했다’는 비판을 반박하기에는 역부족인 탓이다. 검찰은 ‘사회의 법·질서를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것’에 더 힘써주길 바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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