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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편견지사④] 아이섀도·립스틱 바른 男…금남(禁男) 구역에 뛰어든 메이크업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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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호(33)씨가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박현호(33)씨가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투데이신문 박효령·왕보경 기자】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미적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메이크업, 즉 화장은 피부의 결점을 보완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미(美)를 추구하는 본능이 강해질수록 메이크업 기술은 점차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그 활용 방법은 매우 다양해지고 편리해졌으며, ‘K-뷰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뷰티 시장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의 다양한 화장품, 기술, 뷰티 콘텐츠 등이 널리 확산되면서 그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뷰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남성용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여성 화장품에도 남성 모델들을 발탁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스킨, 로션 등 기초 화장품을 넘어 남성 전용 색조 화장품까지도 세상에 공개하면서 성(性)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메이크업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립스틱을 바르거나 아이섀도를 칠하는 메이크업은 여성들만 누릴 수 있고 남성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화장을 직업으로 삼는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편견은 더욱 강할 수 밖에 없다. 성별로 인한 편견이 아닌 개인의 재능과 능력으로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로 가기까지는 아직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박현호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박현호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남자가 무슨 화장을”…가족의 반대·편견에도 이루고 싶었던 ‘꿈’

박현호(33)씨도 성별이라는 편견의 벽을 깨고 재능과 실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씨는 10년 차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메이크업을 넘어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 개인 창업 등 여러 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뷰티업계에서 이름을 날려온 그이지만, 그 역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남들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에 늦게 들어섰다. 학창 시절에는 자신의 방법으로 외모를 꾸미는 것을 좋아했을 뿐 메이크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다 한 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입학했고, 군 입대를 하면서 새로운 꿈을 발견하게 됐다.

휴가를 준다는 말에 덥석 이발병에 자원한 박씨는 처음으로 ‘적성을 찾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잡아보는 가위였지만 마치 손에 익은 듯 수월하게 이발을 해나갔고, 만족하는 반응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이에 그는 전역을 하자마자 학교를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미용의 길에 들어섰다.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던 지난날과 달리 딱 맞는, 자신답게 알맞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당장 아카데미를 등록했고, 그곳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같이 배우게 되면서 박씨는 차곡차곡 자신의 실력을 쌓아갔다. 배우면 배울수록 지치기커녕 ‘이 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꿈에 대한 마음이 커져갈수록 다른 걱정도 크기를 더해갔다. 부모님이 그의 꿈을 반대하셨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박씨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하자 투명인간 취급할 정도로 반대가 극심했다.

아버지는 박씨가 공대에 진학한 만큼 졸업하면 꽤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고 결혼하는 등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또 그 당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하면 여성들만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시선에서는 박씨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다. 더욱이 고모의 직업이 미용사였는데,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이 하루 종일 서서 힘들게 고생하고 애쓰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아들의 꿈을 반대했다.

아버지의 거센 반대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오히려 그는 더욱 당당하게 꿈을 펼쳐 나갔다. 지금보다 더 성장해 실력으로, 그리고 성공으로 결과를 보여주면 아버지의 반대의 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꿈에 그리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됐지만, 사회에 내재된 편견에 맞닥뜨려야 했다. 일부 여성 고객들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화장을 받는 것을 낯설어하거나 민낯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그에게 메이크업을 받기 꺼려했다.

손님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편견 섞인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의 연인이 주변 친구들에게 그의 직업을 말하기라고 하면, 여성을 자주 상대하는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자가 많을 것 같다”, “바람피는 거 아니냐” 등의 말로 그를 판단했다.

또 어떤 이는 남성인 박씨가 메이크업을 좋아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이유만으로 게이일 거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특히 그가 운영 중인 SNS 등에 메이크업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기라도 하면 “게이다”,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 등의 댓글이 계속 달렸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직업에 따른 성 역할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일선 현장에 있는 박씨는 여전히 짙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여성에 맞춰진 교육·도구·방법… 높기만한 성별의 장벽

이렇듯 박씨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기에는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아카데미부터 근무현장까지 일명 ‘여초’ 집단에 속한 남성이었다. 그가 다닌 아카데미의 수업 인원 20~30명 중 남성은 두 세명에 불과했다. 박씨 혼자 수업을 듣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남성을 쉽게 찾아보기 힘드니 이목이 쏠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아카데미 내 어딜가도 여성이 많다 보니 소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남성 메이크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부분도 박씨를 힘들게 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의 헤어, 메이크업 기술 및 정보가 더 많고 그 시장도 상당했기 때문에 박씨에게는 메이크업 세계가 마치 불모지와도 같았다. 여성의 얼굴과 특성에 맞춰진 메이크업 방법, 도구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주변 여성 동료들을 따라잡기 위해 남들보다 두배로 노력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혹여 자신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도 들었다. 이에 자신만의 강점을 발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성이 독점하고 있던 뷰티업계에서 오히려 남성이라는 점을 내세워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이크업과 헤어에 대한 공부는 물론 컬러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해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관련 정보와 연구 자료를 찾아보며 끝도 없이 노력했다. 여성 아티스트와 비교해 섬세하지 않다는 지적을 듣고 싶지 않아 메이크업의 디테일을 살리려고도 힘썼다.

박씨는 “대부분의 여성분들은 매일 자신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지만, 남성들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며 “그러다 보니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놓쳐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성에게 마치 불모지 같았던 뷰티업계에서 버티기 위해 박씨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이에 유명 기업에 입사해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뽐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닌 ‘아티스트’로 당당히 인정받게 됐다. 

“독창적·창의적”vs“여성적·게이같아”

박씨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남성에게 맞지 않는 직업이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 사회는 박씨 같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 시민 및 뷰티업계 종사자 등 20명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평소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냐는 질문에 취재원 대부분은 ‘섬세함’이라고 언급했다. 그 외 ‘트렌디함’, ‘손재주’, ‘화려함’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취재원 중 40%(8명)만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주요 답변으로는 “개성이 강하고 독창적이다”, “옷을 잘 입고 잘 꾸밀 것 같다”, “창의적이고 섬세할 것 같다” 등이다. 

반면 취재원 30%(6명)는 낯설어했다. 이들은 ‘게이일 것 같다’, ‘여성스럽다’, ‘신기하다’ 등으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통해 성 역할 고정관념과 성적 지향에 대한 편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30%(6명)는 이미지가 아닌 특정 유튜버나 방송을 통해 알려진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거론했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메이크업을 받으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응답자 70%(14명)는 등의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실력만 좋다면 누구든 상관없다”, “남성이 남성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믿음이 갈 것 같다”고 답변했다.

반면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메이크업을 받는 것이 꺼려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표적인 견해로는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수염이나 피부결 등) 차이 때문에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뷰티 정보나 유행을 여성보다는 모를 수 있고, 본인의 얼굴에 자주 화장을 해본 여성이 보다 나을 거 같다”, “여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더 섬세하게 잘 봐줄 것 같다”, “여자가 보는 미의 관점과 남자가 보는 미의 관점이 다르다” 등이 있었다.

심지어 일부 응답자는 “남자는 담배를 피우는 이미지가 많이 떠올라 위생적인 부분이 신경 쓰일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취재원 대부분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해 성별이 아닌 실력 위주로 판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일부는 ‘게이’, ‘위생’ 등을 언급하며 짙은 편견을 드러냈고, 여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섬세함, 뷰티 정보, 메이크업 경험 등을 비교했다.

반면 취재에 응답한 메이크업, 미용 등 뷰티업계 종사자(8명)은 모두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같이 근무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일부 취재원은 “최근 남성들도 뷰티에 관심이 많아져 바버샵 등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취재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아직까지 여성들이 주요한 직종이고, 남성이 한다고 해도 여성스럽다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고 있다는 점과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일반 시민들의 성별에 따른 편견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박씨 사무실에 있는 화장대의 모습. ⓒ투데이신문
박씨 사무실에 있는 화장대의 모습. ⓒ투데이신문

아직도 어색하기만 한 ‘남성’의 손길

이 같은 편견은 실제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박씨 뿐만 아니라 또다른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주변 여성 동료들에 비해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데다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연구’(2014)에서는 실제 근무 중인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6명에 대한 심층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여성 고객 상대와 사람들의 시선, 메이크업 특성상 스킨십 등 공통점을 보이는 요소 외에도 남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먼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동료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여성이 대다수인 현장 내에서 남성은 소수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성(性)의 다름으로 인해 동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힘겨움을 토로했다.

고객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을 하는 과정도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남자라는 이유로 고객이 샵을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있어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여성 고객을 주로 응대하는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원만한 관계형성을 위한 과정이 일부에게 남녀 관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처럼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고객과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형성이 여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비해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더 어려운 문제로 느껴지는 셈이다.

이들은 박씨처럼 화장을 해주는 대상이 여성, 행위자가 남성라는 이유로 메이크업이나 상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거나 오해를 사 곤란한 경우가 잦았다.

또한 구성원 대부분이 여성인 메이크업 현장은 여성들이 생활하기에 서로 편리한 방식으로 구축됐기 때문에 여성 중심의 문화를 이전 남성 중심의 집단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적응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메이크업에 관한 관계지식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경험 부재에서 오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응답자들은 메이크업의 특성상 개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현장에서 모든 고객의 만족감을 이끌어 내는 데 있어 경험의 부재를 많이 아쉬워했다.

전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이사이자 18년 차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임천수 원장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여성인 동료, 고객들과 어울리고 관계를 형성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나 역시도 미리 예약을 하고 온 여성 고객이 남자인 나를 보고 그날 예약을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며 “다른 경우로는 주변에서 여성 고객과 이성 간의 오해로 곤욕을 치룬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꽤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 메이크업과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네트워크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현호(33)씨가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박현호(33)씨가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아름다움은 누구나 누릴 수 있다

이렇듯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향한 이유 없는 오해와 편견이 남아있다. 하지만 남성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은 다양한 이들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뷰티업계 인력 확충을 이끌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사회의 직업별 성 역할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 진학사 캐치가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1456명을 대상으로 ‘취업 외모 관리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66%가 ‘관리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러 문항 중 취업을 위한 외모 관리 비용에 대해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10만원 이상’ 사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36%였으나, 남성은 이를 넘는 비율인 42%를 기록했다. ‘100만원 이상’ 지출한 남성 비율도 7%로 집계됐다.

이제는 많은 남성들에게 외모를 가꾸는 행위는 자기만족을 넘어 취업, 업무, 대인관계 등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들이 메이크업과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가 높아지면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과 김주덕 교수는 “이제 메이크업이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 하에 많은 기업들이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채용하거나 남성 화장품을 출시하는 등 ‘맨즈뷰티’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20~30대 남성들은 외모가 자기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콘텐츠의 발전으로 남성 메이크업에 대한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성(性)적 특성으로 체력과 끈기, 잘 가꿔진 외모로 화장이 어색했던 일반 남성들의 동경을 사 진입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기존 주요 타켓층인 여성들에게도 새로움,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며 “남녀 불문하고 미적 욕구를 충족 시킴과 동시에 다양한 연구, 기술 등의 탄생으로 뷰티업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이 늘어나면 성별 다양성이 업계에 녹아들고, 그러면서 여성이 대다수인 현장에서 성차별적인 요소 역시 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뷰티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육성, 발굴하기 위해서는 성별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더 나아가 여성 중심의 산업이 아닌 성별불문한 기술로 메이크업을 바라봐야 하고,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임 원장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발굴, 양성하고 업계에 안정적으로 진입시키려면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급여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기술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인정받고, 존중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증가하고 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남(禁男)의 구역으로 불릴 정도로 척박했던 뷰티업계는 이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약진으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함경식씨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청담동에 위치한 한 뷰티숍의 대표원장으로, 14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다. 함씨는 메이크업 도구 브랜드 ‘피카소’, 색조 브랜드 ‘매드피치’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론칭하고 있으며 정화예대 특임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133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는 이니스프리, 투쿨포스쿨 등 코스메틱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에 진출하기도 했다.

박씨도 한 유명 화장품 기업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최근 화장을 시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당시 많은 남녀불문하고 많은 고객을 유입시킨 것은 물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여성일 것이라는 편견을 깬 특별함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국내에서는 많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방송, SNS, 현장에서 활약하면서 성별의 벽을 허물고 있다.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수많은 편견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들은 오롯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며 그 영역을 키워 나갔고, 이로 인해 세상은 점차 변화해 보다 다채로워졌다. 성별을 떠나 누구나 ‘아름다움’과 ‘꾸밈’을 누릴 수 있는 미(美)적 권리의 시대가 열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직업이에요. 저 역시 경쟁에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노력했어요. 남성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거나 주목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죠. 이 노력은 성별로 평가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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