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한 명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권용학 중국 여자 양궁팀 감독이다.
한국의 효자종목답게 양궁 경기장에는 한국팀을 응원하는 한국 관중의 우렁찬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중 중국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관중석에 중국 관중이 적어 선수들을 격려해 주고 싶었습니다. 남자 양궁팀의 경기이지만 큰 소리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듬직한 풍채를 자랑하는 권용학 감독이 유창한 중국어로 설명했다.
선수 시절 한국 전국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권 감독은 은퇴 후 감독으로 전향했다. 지난 2006년에는 우연한 기회로 장쑤(江蘇) 양궁팀과 인연을 맺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상하이 등지에서 감독직을 맡았던 권 감독은 자신이 이끄는 중국 선수들을 베이징 올림픽,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명단에 올렸다.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권 감독은 독학으로 중국어를 익혔으며, 수년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중국에 머물렀다. 2022년 여름 권 감독은 중국 여자 양궁팀 감독으로 발탁돼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양샤오레이(楊曉蕾) 중국 여자 양궁팀 선수는 “앞서 두 차례의 올림픽에서는 중국 여자 양궁팀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권 감독이 영입된 후 큰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한국은 양궁 강국의 자리를 오래 지켜왔다. 중국 양국팀은 이번 파리 올림픽 전 치러진 네 차례의 올림픽 결승전에서 한국팀에게 패배한 전적이 있다. 파리 올림픽 개최 전 상하이에서 열린 양궁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세계양궁연맹(WA)이 실시한 예상 우승팀 조사에서도 97%가 한국팀을 선택했다.
경기 전 권 감독은 이 조사 결과를 양궁팀에게 공유했다. 안치쉬안(安琦軒) 선수는 “감독님은 우리가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은 중국 양궁팀은 결국 상하이 양궁 월드컵 1차 대회에서 한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경험은 중국팀의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권 감독은 “결승전에서 한국을 만나면 항상 졌던 중국 팀이 상하이에서는 한국을 이겼다”면서 “우리에게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리자만 선수는 “비록 이번에는 은메달에 그쳤지만 이전 올림픽보다 훨씬 발전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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