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치뤄질 미국 대선에서의 변수로 인해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이에 한국 기업의 대(對)미 로비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노믹스’가 현실화 할 수 있어 삼성, SK 등 기업의 대미 로비 규모는 하반기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미국 로비자금 지출 정보를 공개하는 비영리기구 오픈시크릿 자료를 보면, 삼성(삼성반도체·삼성전자아메리카·삼성SDI아메리카)은 2024년 상반기 미 의회 등 로비 자금으로 사상 최대치인 354만달러(48억5000만원)를 사용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의 로비액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2023년 상반기 322만달러와 비교해 9.9% 늘어났다. 올 상반기 동안 미국 내 고용한 로비스트는 58명이다. 지난해 전체 규모인 67명에 육박했다.
SK그룹(SK아메리카·SK하이닉스 아메리카)도 2024년 254만달러의 로비액을 집행했다. 2023년 상반기(227만달러)보다 11.9% 늘었다. 고용 로비스트도 올 상반기에만 28명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2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LG그룹(LG전자 USA·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에 43만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썼다. 2023년 상반기 집행한 31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재계는 미국 대선을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의 고율 관세가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할 방침이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배터리 등 산업이 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정책의 전면 재편 가능성도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변수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디리스킹(위험회피)’ 기조 하에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인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저하게 자국 내 공급망인 ‘온쇼어링’(on-shoring)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여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한 미 행정부·의회와의 네트워크 강화는 기업에 필수 절차로 자리잡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우리 기업의 대미 로비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 정부의 물밑 지원이 불확실성 해소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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