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정리 마친 韓 “물가·안보·안전은 민생” 강조
김상훈 정책위의장 인선으로 정책·계파잡기 성공
‘특위·여의도연구원’ 통한 ‘정책 메시지’ 확대 전망
“정책 선명성 통해 이재명 차별화도 중요” 목소리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계파 갈등을 넘어 친정 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취임 직후 수차례 민생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내온 한 대표가 자신의 체제를 공고화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민생 정책들을 추진할지 여부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아울러 ‘먹사니즘’을 내세운 이재명 전 대표와의 정책 대결에서 어떻게 우위를 선점해 선명성을 확보할지 여부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2일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보는 민생이고, 물가도 민생이고, 국민 안전도 민생이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1순위로 생각하는 정당이고, 그걸 실천적으로 보여 드릴 것”이라며 “당대표로 정책을 주도적으로 말할 것이다. 우리를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통로이자 도구로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민생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첫 발걸음이 같은 날 4선 중진 김상훈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한 점을 꼽는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구광역시에서 경제통상국장을 지낸 김 신임 의장은 재선 시절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3선 땐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은 ‘정책통’으로 꼽힌다.
아울러 22대 국회에선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장을 맡으며 쌀값 안정화 대책 등을 추진하기도 한 만큼 정책적으로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어 친윤·친한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도 평가 받는다. 이에 한 대표가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선임한 배경이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당내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한 대표는 취임 직후 ‘민생’을 강조하며 추진코자 하는 정책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잡아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총선 기간 동안 이슈로 떠올랐던 농수산물 물가, 최근 문제로 떠오른 간첩법 개정안과 도검류 관리 강화 법안 등을 꺼내들며 민생과 안보·국민안보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들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한 대표는 원외인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입법을 할 수 없단 한계가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선 한 대표가 특별위원회를 꾸리거나, 친한계 의원들과의 협의로 입법에 나서는 등의 방안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이 쏠리는 건 ‘특위’ 구성이다. 앞서 지난해 당대표로 선출됐던 김기현 전 의원은 취임과 동시에 ‘민생119 특위’를 만들어 다양한 민생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대표가 직접 이끌던 ‘김기현이 간다 프로젝트’에서 실시했던 △천원의 아침밥 확대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은 ‘뉴시티프로젝트 특위’로 확대돼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한 대표가 이 같은 특위를 활용한 민생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위 위원 인선을 통해 친한계와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는 등 인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으니, 한 대표 입장에선 가장 쉽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특위가 제대로 가동만 된다면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정책들을 만들 수 있다”며 “아울러 특위 위원장이나 위원들에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당내 통합에 대한 메시지도 던질 수 있으니 몇 가지 특위를 만드는 쪽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한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을 활용해 정책개발과 홍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의도연구원의 개혁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민심 파악 △민생 정책 개발 △청년 정치 지원 등 세 분야로 구분해 당 싱크탱크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특히 한 대표는 분야마다 파트장을 둬 해당 분야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밑그림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구원장 외 부위원장급이 2~3명 추가로 임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의 개혁은 거의 모든 당대표 후보는 물론이고, 항상 나왔던 얘기인 만큼 한 대표 입장에서 부담없이 가장 쉽게 손댈 수 있는 기구”라며 “벌써 개편을 약속한 만큼 이쪽(여의도연구원)을 통해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정책적 행보가 중요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차이점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먹사니즘’을 고리로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정책들인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에 대한 이슈를 선점하려는 모습이기도 하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결국 여기까지 온 건 당권이 아니라 대권을 보고 온 것인데 그러려면 이재명을 제칠 수 있는 정책을 성공시키는 모습이 무조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며 “그냥 메시지나 이슈만 던지는게 아니라 실천하고 현실화시키는 게 차이점을 만든다는 걸 한 대표 본인도 알고 있을 만큼 앞으로 정책에 힘을 엄청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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