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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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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7월 정부·민간 제조업 PMI 동반 50 밑돌아 침체 심각

2분기 성장률, 시장 전망치보다 0.4%P 낮은 4.7% 그쳐

中 정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 수단 총동원에도 역부족

習 “中 경제 일부 어려움 직면” 이례적으로 경제난 시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8일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열린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중국 제조업이 ‘침체의 수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고 시름시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규제도 완화하며, 설비투자에도 나서고 보조금도 아낌없이 나눠주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려고 갖은 처방을 다 동원하고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불황의 긴 터널 속에 갇힌 형국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49.4로 집계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이 31일 보도했다. 시장 전망치(49.4)엔 부합했지만 전달(49.5)보다는 하락한 수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PMI는 한 달 전보다 0.4가 오른 50.5였지만 중형기업과 소형기업의 PMI는 각각 49.4, 46.7에 그쳤다. 올해 7월 중국 비제조업 PMI는 한 달 전보다 0.3이 낮은 50.2를 기록했다.

경기 선행지표로 꼽히는 PMI는 중국 전역의 3200여개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과 출하량, 생산, 재고, 고용 등에 관한 설문을 통해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다. 현장에서 보는 경기 전망을 나타낸다. PMI는 통상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국면을, 낮으면 경기 수축·위축 국면을 뜻한다. 비제조업 PMI는 건설업과 서비스업 활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해 10월(49.5)부터 올해 2월(49.1)까지 매달 기준치(50)를 밑돌았다. 이후 3월(50.8)부터 두 달 연속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5월부터 다시 경기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자오칭허(趙慶河) 국가통계국 서비스업조사센터 고급통계사는 “올해 7월은 계절적 요인과 시장수요 부족, 홍수 등 자연재해 등이 기업 생산에 영향을 줘 경기가 다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제조업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9개월 만에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중국 민간 금융정보 제공업체 차이신(財新)이 1일 내놓은 7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전달 51.8에서 49.8로 급락했다. 시장 전망치(51.5)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스케이팅 신발을 만들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차이신 제조업 PMI는 650개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며, 조사 대상 대부분이 연안 지역의 수출기업이다. 국가통계국이 조사하는 PMI와는 달리 차이신 PMI는 중국의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의 선행지표로 주로 활용된다.

왕저(王哲) 차이신 애널리스트는 “7월 해외 수요는 안정적이었지만, 내수가 부진했다”며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 부진과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보다 강력한 부양책을 시행해 시장의 활력과 내부 수요를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국가통계국의 6월 제조업 PMI(49.5)와 차이신 제조업 PMI(51.8) 간에는 괴리가 크다. 두 통계의 격차는 차이신 PMI가 상대적으로 해외 수출 중심의 중견·중소기업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수출 분야에서 생산 활력을 기대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침체 국면인 만큼 이 같은 통계 격차가 생겼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순항하던 중국 경제는 2분기 들어 다시 꺾이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시장 추정치(5.1%)를 크게 밑도는 4.7%에 그쳤다. 2분기 성적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내수 부진이 꼽힌다. 6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3.4%)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2022년 12월(-1.8%) 이후 17개월 만의 최저치다.

레이먼드 영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대체계획(헌 자동차·가전을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以舊換新’ 정책)은 지출을 늘리는데 실패했다”며 “고용주가 급여를 삭감하고 있고, 청년실업률도 높아 가계는 앞으로도 (소비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 거리의 벼룩시장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부동산 경기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신규 주택가격은 1년 전보다 4.5% 하락해 5월(-3.9%)보다 악화됐다. 2015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 부동산 부문은 호황기 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주요 성장 동력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인해 가계의 자산가치가 하락해 소비심리 위축이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건설·철강·운송·금융 등 고용 유발효과가 큰 연관 산업의 침체를 불러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성장을 기댈 곳은 제조업과 수출 뿐이다. 그런데 제조업은 이미 고꾸라지고 있고, 수출 상황마저 녹록치 않다. 수출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6월 수출이 8.6% 늘어나며 시장 전망치(8.0%)와 전달(5월) 7.6%를 모두 웃돌았다. 하지만 하반기엔 꺾일 공산이 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탓이다.

다급해진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인 만큼 ‘위안화 가치하락’이라는 리스크(위험 요인)가 상존하지만 빠르게 둔화하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으며 ▲시장에 돈을 푸는 효과가 있는 금융기관 지급준비율(지준율)도 인하했다. 또 ▲1조원(약 190조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동산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각 지방의 현실에 맞게 부동산 규제조치를 완화하며 ▲설비투자와 소비진작을 위해 3000억 위안 등을 투입하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해 모든 가용수단을 풀가동하고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2분기 기대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내수 부진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중국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4.8%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도 관련 수치를 5.0%에서 4.9%로 낮췄다. 루이스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소비 심리가 매우 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올 하반기에 눈에 띄는 반전의 징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속도로는 중국이 올해 GDP 성장 목표를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차이신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분기 성적표를 확인한 이후에도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과 동일한 5.0%로 제시했다. IMF는 4월 중국 성장률을 4.6%로 예측했다가 5월 이를 5.0%로 수정했고 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례적으로 고백했다. 그동안 다소 우려를 표해온 시 주석이 ‘문제’라는 단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고위관리의 집단 주거지)에서 열린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현재 외부의 환경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증가하고, 국내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주요 분야의 위험은 여전히 많으며 새 성장동력 전환엔 통증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 주석은 이어 “이는 발전하고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전략적 확신을 유지하고 확고한 확신을 발전시키며 중국 경제의 광명론을 노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동안 외부에서 중국 경제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경제 광명론(光明論)’을 앞세워 대응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도 광명론을 중심으로 전진하자고 당부했지만 ‘문제’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맞닥뜨렸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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