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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팔아먹는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 일을 했습니다.”
지난 1일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의자 백 모(37) 씨가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퇴장하며 내뱉은 말은 모두를 경악케 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저는 심신미약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자아냈는데요.
알고 보니 백 씨는 범행 전에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주 난동을 부려 경찰에 수 차례 신고당한 전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일본도 소지를 허가받은 것은 불과 반 년 전인 올해 1월로 파악됐는데요. 비록 백 씨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허가가 꽤나 최근에 이뤄졌단 점에서 전반적인 도검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주 폴리스라인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왜 도검 관리 실태가 논란이 됐는지, 어떤 대책이 나오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백 씨는 지난달 29일 밤 11시 30분께 거주하는 아파트 정문에서 칼날 길이만 80㎝에 달하는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에 사는 4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 씨는 흡연 중이었던 피해자에게 일본도를 들고 다가가 시비를 걸었다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 도중 숨졌다.
백 씨는 범행 직후 본인 집으로 도망쳤으나 1시간 만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산책하면서 본 적은 있으나 개인적 친분은 없는 사이”라며 “피해자가 나를 지속적으로 미행하는 스파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백 씨는 범행 당시 술을 마시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는 2일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으며 그동안 정신질환 치료 기록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찰 측은 백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백 씨는 법원 출석 당시 황당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은 물론, 범행 이전에도 기행을 벌였다는 진술이 다수 나왔다.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백 씨는 평소 혼자서 욕설을 하거나 이웃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놀이터에서 일본도를 들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칼싸움을 하자’고 말을 걸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백 씨가 일본도를 손에 쥔 건 올해 1월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당시 그는 장식용 목적으로 도검 소지 승인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는 흉악범죄에 사용했다. 백 씨가 이상행동을 시작한 시점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가 허가증을 발급받은 1월 이후 백 씨에 대해 경찰에 신고된 건수만 네 건이었다고 한다.
백 씨가 일본도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건 도검 허가·관리제가 전반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소견서가 필수인 총포와 달리 도검 소지 허가증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신체검사서 혹은 운전면허증만 제출하면 된다. 해당 자료들을 통해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정신질환은 뇌전증·알코올중독 등 총 여섯 가지뿐이다.
또 총포 소지 허가증은 3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지만 도검은 이 같은 의무가 아예 없다. 허가증 발급 당시는 멀쩡했다가 이후 정신질환이 생기거나 알코올에 중독되더라도 알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일본도를 활용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1년 9월 서울 강서구에서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장인 앞에서 일본도로 난자해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은 당시 소장용으로 일본도를 합법 소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광주에서 주차 문제로 다투던 주민에게 길이 101㎝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70대 남성도 검도 수련을 이유로 일본도를 합법 소지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등이 도검 소지 허가 갱신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발의한 바 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자동 폐기됐다.
경찰청도 총포류를 제외한 도검류, 분사기 등 모든 무기류 소지자가 5년마다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의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국가경찰위원회도 힘을 실었지만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는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를 권고했다. .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8월 한 달간 전체 소지허가 도검 8만 2641정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해 범죄경력 등을 토대로 소지허가를 취소하고, 허가 갱신을 의무화하는 총포화약법 개정안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즉각 움직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도검 소지허가 요건을 강화하고 갱신 기간을 단축하는 등 법령을 재정비하겠다”고 거들었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일례로 갱신 제도의 경우 행정적 부담이 크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규제개혁위원회가 경찰청이 지난 2022년 추진했던 총포화약법 개정안에 반기를 들었던 이유 중 하나도 행정비용이다. 2021년 기준 총포 등의 제조·판매·임대업자 등은 689명, 도검·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 소지자는 60만1552명이다. 이들이 새로운 허가갱신 제도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허가증 교부 수수료, 신체검사 및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 발급 등 비용은 약 208억원으로 경찰청은 추산했다. 경찰청은 그럼에도 ‘안전사고 예방에 따른 안전한 사회 조성’이라는 편익이 더 크다고 봤지만, 규제개혁위는 경찰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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