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90세까지 운전해야지”… 84세 어르신의 다짐

미디어오늘 조회수  

▲ 운전. 사진=gettyimagesbank
▲ 운전. 사진=gettyimagesbank

새벽 취재라 여의도까지 택시를 타고 갈 때였다. 적막한 차 안이 어색한지 기사님께서 라디오를 틀었다. 시청역 사고로 9명이 숨진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68세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으며, 고령자 운전 대책이 필요하단 내용이었다.

가만히 듣던 택시 기사님께서 룸미러를 보며 내게 말했다.

“시청역 사고 있잖아요. 이건 손님께만 드리는 말씀이긴 하지만요. 솔직히 저희 회사(법인택시) 기사님 중에서도 가끔 액셀과 브레이크가 헷갈린다는 분이 있었어요. 70~80대 선배님들이요.”

그러니 횡단보도 가까이 서 계시지 말란 당부를 하는데 두려운 감정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시간이 더 흘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식한 결과, 시청역 사고 운전자 차에서 액셀 페달 흔적이 뚜렷하게 남았단 보도까지 나왔다. 관련해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80세 운전자 몸으로 면허 시험을 봤었다. 관절 압박 장비를 하고, 시야가 줄어드는 고글을 쓰고, 운전석에 앉았다. 10년 무사고인데 기능 시험쯤이야. 가볍게 생각했는데 웬걸, 빛의 속도로 ‘실격’ 당했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7점이었다.

돌발상황에 대한 순발력이 떨어졌고, 차선을 침범했으며, 속도위반까지 했다. 오래도록 익숙히 새겨진 운전 경험을, 몸의 불편함이 압도했다. 이는 타인에 대한 체험이 아녔다. 다가올 미래를 미리 경험해 본 거였다.

과연 그때가 되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면허증을 만지작거리며 고심했다.

실제 어떨까.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인 인지 능력 검사장에 가봤다. 4분의 1이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다. 운전대를 내려놓아야 하는 정도란다. 사고가 나기 전 알아차리란 거였다. 5등급이 나온 어르신 한 분께 여쭤봤다.

“운전은 언제까지 하실 계획이세요?”(기자)

“글쎄, 한 6년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90살까지만.”(어르신)

죽을 때까지 할 생각이란 어르신도 있었다. 임명철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상담 교수는 “나 운전 잘해, 그러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65세 운전자 면허 반납 비율은 2022년 기준 2.6%. 시청역 사고 이후 지자체들은 온갖 인센티브를 쏟아내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인센티브를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렸고, 서울 강남구는 20만 원을 준다. 서울시(10만 원)보다 2~3배 많은 금액이다.

▲ 운전면허증. 사진=gettyimagesbank
▲ 운전면허증. 사진=gettyimagesbank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안 될 거라 여겼다. 강원도에 사는 윤아무개씨는 “대중교통을 1시간씩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했다. 대구 사는 공아무개씨는 “과채류 농사짓는데 운전해야 싣고 다닌다”고도 했다. 일상의 불편이나 생계 앞에서 일시적인 인센티브는 무력할 거라 짐작했다.

2005년부터 운전을 안 한다면서 면허는 가지고 있다는 80대 어르신을 보며, 반납률을 올리려면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이리 답했다.

“내 마지막 자존심이에요. 이게 대체 뭐길래 그러냐고 할 것 같지? 생각보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 많아요.”

올해 85세가 된 양택조씨도 비슷하게 말했다. 그는 운전면허를 반납한 지 벌써 5년이 됐다. 자신은 역세권에 살아서 교통이 불편하지 않지만, 대다수 노인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지금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려 이걸 강조하라고 했다.

“다리가 약하면 일찍 죽는다고 기사에 써요. 무너지면 얼마 안 있다가 간다고. 차 운전 안 하면 많이 걸으니 하체 튼튼해져서 좋다고요. 그래, 건강 얘기로 가는 게 좋겠다. 오래 살고 싶으면 면허 반납하라고. 꼭 그렇게 써줘요. 나 봐요. 심지어 뛰기까지 한다니까.”

운전하면 사고 내니까 당장 반납하라는 말과 운전 안 하면 다리가 튼튼해져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말.

확실히 후자가 조금은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긴 했다. 지금 나이가 아니라 80세가 되었다고 잠시 상상해보니.

미디어오늘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후쿠시마' 해양투기, 미 스리마일섬 '원전' 강제증발과 비교해보면…
  • 기지촌 위안부가 '달러벌이 산업역군'? 그들의 비참한 삶엔 침묵한다
  • 한 총리가 '청년'들에게 내놓은 메시지는 "꿈을 위한 지원"
  • "모조리..." 혜화역 앞에 모여든 6천여명의 여성들이 분노 섞인 구호를 외쳤고, 우리는 반드시 이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 시선은 11월 이재명 '1심 선고'로…與, 파장에 '촉각'
  • 파리서 사라진 30대 한국男 "가족 몰래 프랑스 외인부대원 됐다"

[뉴스] 공감 뉴스

  • "기억…나니?" 90년대 풍미한 '그 장난감' 제 2의 전성기 "영국에 첫 매장"
  • 폭염 물러가니 역대급 폭우…전국서 900여명 대피
  • 성균관대-육군 제51보병사단, AI교육·연구센터 개소
  • 흑백요리사, 백수저 쉐프님의 레스토랑 리스트정리
  • ‘갑질 의혹’ 편의점 4사, 공정위 ‘동의의결’ 개시… 무슨 일?
  • 물 부족 시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뜬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세종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세종시 맛집 BEST5
  • 지금 놀러 가면 딱 좋은 야외 바베큐 맛집 BEST5
  •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대비하는 만두전골 맛집 BEST5
  • 목 젖을 강타하는 칼칼함에 반하는 짬뽕 맛집 BEST5
  • 홍은철·조관우·안상태…’베테랑2’의 숨은그림찾기
  • 배우 최수영·공명, 부산국제영화제 피날레 장식
  • [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5년간 한 사람만? 나라면…”
  • ‘전, 란’부터 ‘하얼빈’까지…이제 박정민의 시간
//php echo do_shortcode('[yarpp]');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 계절발표회 '깨닫는 중생 따로 있나'

    여행맛집 

  • 2
    이적한 지 2달 만에 '빅클럽' 관심 폭발...'바르셀로나-레알-뮌헨-PSG' 스카우트 파견 완료

    스포츠 

  • 3
    레알 마드리드 다음 목표는 수비진 개편…'엄청난 계획 있다'

    스포츠 

  • 4
    "덕배 아스널전 결장 확정!"…장기 이탈은 아니다→뉴캐슬과 6R에 복귀할 것→대신 포든 시즌 첫 선발 출전 유력

    스포츠 

  • 5
    'DH 1~2차전' 4만6986명 입장! LG, 구단+잠실 최다 관중 경신…2009년 롯데까지 5만1612명 남았다 [MD잠실]

    스포츠 

[뉴스] 인기 뉴스

  • '후쿠시마' 해양투기, 미 스리마일섬 '원전' 강제증발과 비교해보면…
  • 기지촌 위안부가 '달러벌이 산업역군'? 그들의 비참한 삶엔 침묵한다
  • 한 총리가 '청년'들에게 내놓은 메시지는 "꿈을 위한 지원"
  • "모조리..." 혜화역 앞에 모여든 6천여명의 여성들이 분노 섞인 구호를 외쳤고, 우리는 반드시 이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 시선은 11월 이재명 '1심 선고'로…與, 파장에 '촉각'
  • 파리서 사라진 30대 한국男 "가족 몰래 프랑스 외인부대원 됐다"

지금 뜨는 뉴스

  • 1
    빠니보틀, 욕설 DM 논란에 "난 공인 아냐…방송 언젠간 끝난다"

    연예&nbsp

  • 2
    제니, '실내흡연' 논란 언급…"韓 대중 왜 화내는지 이해"

    연예&nbsp

  • 3
    최원섭 연구원 "한마음선원 대행선사 경전 번역 주석적 의역'

    여행맛집&nbsp

  • 4
    "손흥민 가슴에 조던 박히나?"…메시·네이마르·음바페 이탈 PSG, '에어조던' 계약 불투명→대체 클럽 1순위가 토트넘

    스포츠&nbsp

  • 5
    “오타니 포스트시즌 이도류? 생각도 안 해” 오타니 마운드 복귀 2025년으로…다저스 사장의 정리

    스포츠&nbsp

[뉴스] 추천 뉴스

  • "기억…나니?" 90년대 풍미한 '그 장난감' 제 2의 전성기 "영국에 첫 매장"
  • 폭염 물러가니 역대급 폭우…전국서 900여명 대피
  • 성균관대-육군 제51보병사단, AI교육·연구센터 개소
  • 흑백요리사, 백수저 쉐프님의 레스토랑 리스트정리
  • ‘갑질 의혹’ 편의점 4사, 공정위 ‘동의의결’ 개시… 무슨 일?
  • 물 부족 시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뜬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세종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세종시 맛집 BEST5
  • 지금 놀러 가면 딱 좋은 야외 바베큐 맛집 BEST5
  •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대비하는 만두전골 맛집 BEST5
  • 목 젖을 강타하는 칼칼함에 반하는 짬뽕 맛집 BEST5
  • 홍은철·조관우·안상태…’베테랑2’의 숨은그림찾기
  • 배우 최수영·공명, 부산국제영화제 피날레 장식
  • [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5년간 한 사람만? 나라면…”
  • ‘전, 란’부터 ‘하얼빈’까지…이제 박정민의 시간

추천 뉴스

  • 1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 계절발표회 '깨닫는 중생 따로 있나'

    여행맛집 

  • 2
    이적한 지 2달 만에 '빅클럽' 관심 폭발...'바르셀로나-레알-뮌헨-PSG' 스카우트 파견 완료

    스포츠 

  • 3
    레알 마드리드 다음 목표는 수비진 개편…'엄청난 계획 있다'

    스포츠 

  • 4
    "덕배 아스널전 결장 확정!"…장기 이탈은 아니다→뉴캐슬과 6R에 복귀할 것→대신 포든 시즌 첫 선발 출전 유력

    스포츠 

  • 5
    'DH 1~2차전' 4만6986명 입장! LG, 구단+잠실 최다 관중 경신…2009년 롯데까지 5만1612명 남았다 [MD잠실]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빠니보틀, 욕설 DM 논란에 "난 공인 아냐…방송 언젠간 끝난다"

    연예 

  • 2
    제니, '실내흡연' 논란 언급…"韓 대중 왜 화내는지 이해"

    연예 

  • 3
    최원섭 연구원 "한마음선원 대행선사 경전 번역 주석적 의역'

    여행맛집 

  • 4
    "손흥민 가슴에 조던 박히나?"…메시·네이마르·음바페 이탈 PSG, '에어조던' 계약 불투명→대체 클럽 1순위가 토트넘

    스포츠 

  • 5
    “오타니 포스트시즌 이도류? 생각도 안 해” 오타니 마운드 복귀 2025년으로…다저스 사장의 정리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