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반나절 만에 이뤄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두고 MBC PD들이 “윤석열 정권이 MBC 장악을 위해 정치적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MBC PD협회는 1일 성명을 내고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야 할 이진숙 위원장은 임명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며 “이사 후보들에 대한 면접심사도 없었고, 정당가입 여부 확인 등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1일 임명된 이 위원장은 김태규 위원과 ‘2인 체제’ 비공개 회의를 열어 취임 10시간 만에 방문진 이사 6명 임명과 KBS 이사 7명 추천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방문진 현직 이사들이 이사 선임 안건 관련 심의·의결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기한 본인에 대한 기피신청을 각하했다.
이를 두고 MBC PD협회는 “심지어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이진숙 위원장 스스로 기각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 추천 김태규 부위원장과 두 명만이 합의해 강행한 이사진 선임은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 불법적인 이사 선임은 이후 국정조사와 수사를 통해 그 책임 소재를 낱낱이 가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방문진 신임 이사로 임명된 윤길용 전 MBC 시사교양국장,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재철 사장 시절인 2011년 윤길용 당시 시사교양국장은 최승호 PD에게 ‘PD수첩’에서 나가라고 했고, 이우용 전 라디오본부장은 김미화 진행자 라디오 하차 등을 주도했다고 비판 받는다.
MBC PD협회는 “2010년 ‘국정원 MBC 장악문건’ 시나리오를 실제 실행에 옮겼던 이진숙 위원장은 본인과 함께 7년 간 MBC의 처참한 몰락을 가져온 두 주역인 윤길용, 이우용을 방문진 이사로 컴백시켰다”며 “그들은 2011년 시사교양국장과 라디오국장으로서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중 시사교양국과 라디오국에 해당하는 내용을 충실하게 실천했다”고 했다. 아울러 “검열과 배제라는 공포 속에서 PD들은 매일 항의 피케팅을 벌였다”며 “급기야 당시 김재철 사장마저도 이들의 행동이 ‘전적으로 자신의 뜻은 아니라는’ 식으로 언급을 피했을 정도”라고 했다.
방문진 이사에 검사 출신 허익범, 임무영 변호사가 선임된 걸 두고는 “검찰 공화국”을 키워드로 꼽으며 “방송사를 감독하는 기관의 이사진에 2명이나 검사 출신이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들은 지금까지 정치색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며 “공영방송 MBC를 공안방송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니라면, 검사출신들을 방문진 이사에 임명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BC PD협회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공영방송 KBS를 망치고, YTN을 민영화시켰다. 방송장악의 마지막 퍼즐이 MBC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MBC 장악기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들과 MBC 구성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정권의 말로를 자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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