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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영토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사망 사건에 대해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이 ‘저항의 축’ 세력들과 손잡고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역시 보복 공격 시 재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제5차 중동전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7월 31일(현지 시간) 복수의 이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날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군통수권자인 하메네이는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서 전쟁이 확대돼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 계획까지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하메네이는 앞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그의 피에 대한 복수를 우리의 의무로 보고 있다”며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의 보복 시기와 방법을 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드론과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이란과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과 연대해 이스라엘 본토 군사 시설에 대한 합동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은 앞서 올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으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위기그룹(ICG) 이란국장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저지하고 주권을 수호하며 지역 파트너들의 눈에 보이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보복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하니야 사망에 대한 복수 차원을 넘어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공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이란의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 과학자 암살 사건과 이란혁명수비대(IRGC)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 등 과거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미군 기지에 대한 제한적인 타격에 그치는 등 효과적인 반격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란이 당장 취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는 없다면서도 이란 정권이 충분한 힘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약화할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보복 공격 시 재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안보내각 회의를 마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국민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힘든 시기를 앞두고 있다”며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며칠 동안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면서도 하니야 암살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위협에 맞서 단결하고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우리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매우 무거운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각국 항공사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운항 중단에 나섰다. 이란은 이날 하니야 추모 행렬을 전후로 테헤란에 임시 비행 제한 조치를 내렸다.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7.91달러로 전날 대비 4.30% 올랐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 대비 2.73% 상승한 80.72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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